생계형 적합업종 특별법 시행을 한 달여 앞두고 여전히 실효성에 대한 지적이 나오고 있다. 대기업의 연구개발·마케팅 등 자본수혈이 없다면 사실상 시장 활성화가 어려운만큼 대기업·중소기업간 보폭을 맞춰 함께 가야한다는 지적이다.
지난 6월 동반성장위원회는 제51차 동반성장위원회를 열고 그간 기간만료를 유예해왔던 품목들에 대한 중소기업 보호계획을 발표했다. 앞서 지난달 8월 동반위는 2017년 기간이 종료되는 47개 중기적합업종에 대해 ‘생계형 적합업종’의 법제화까지 기간만료를 유예하기로 합의한 바 있다.
생계형 적합업종 특별법은 정부가 소상공인과 중소기업의 생계형 적합업종을 직접 지정하고 대기업의 영업제한 등 운영을 관리·감독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특별법에 지정된 업종과 품목은 대기업의 진입이 5년간 금지되며, 이미 진출해 있는 경우 사업을 확대할 수 없다. 만일 대기업이 이를 어기면 법에 따라 매출액의 최대 5%까지 이행강제금이 부과될 수 있다.
문제는 이러한 규제가 시장을 고사(枯死)시킬 위험이 있다는 점이다. 실제 2009년 26만㎘였던 막걸리 출고량은 막걸리 붐에 힘입어 2011년 46만㎘ 수준까지 폭등했다. 수출금액 역시 5267만5000달러로 최고치를 찍었다. 대기업들 수출대행·지역사와 협업 등으로 간접적인 운영에 나서기도 했다. 일부 대기업은 직접 시장 진출을 타진하기도 했다.
그러나 소규모 양조장들의 반발로 2011년 막걸리가 중소기업 적합업종에 지정되면서 대기업들의 시장 진출이 가로막혔다. 이후 막걸리 내수량은 2013년 37만㎘, 2014년 35만㎘, 2015년 34만㎘, 2016년 33만㎘, 지난해 27만㎘ 수준으로 급감했다. 수출금액도 같은 기간 75% 폭락했다. 이후 정부는 2015년 막걸리를 중소기업 적합업종에서 제외하고 대중소 상생협약을 통해 대기업의 진출을 유도했으나 실패로 돌아갔다.
2011년 발광다이오드(LED) 업종이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지정돼 대기업 진출이 금지되자 국내 중소기업이 아닌 해외기업이 시장을 장악해버린 경우도 있었다.
이러한 선례가 있음에도 개정 없이 특별법이 통과되자 재계가 반발하고 나섰다. 한국경제연구원은 ‘생계형 적합업종 특별법 시행령에 대한 건의서’를 통해 적합업종 지정 신청이 가능한 단체의 소상공인 비중 요건을 현 30%에서 90%로 높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소상공인 구성 비중을 지나치게 낮게 규정할 경우 소상공인 보호 목적의 생계형적합업종 제도가 중소기업 보호 제도로 전락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현행 특별법대로 규제가 시행될 경우 소상공인 보호보다는 대기업 규제만으로 무게추가 쏠릴 우려가 있다고도 주장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위축된 시장을 되살리기 위해서는 현재 시장을 구성하는 중소기업만으로는 어렵다”며 “중소기업의 시장을 보전해주면서 대기업과 경쟁·상생할 수 있는 판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조현우 기자 akgn@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