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장 한 켠에 위치한 클래스룸에 들어서자 스탠딩 책상 위 화분에 다양한 꽃들이 보입니다. 친절한 플로리스트분이 하나하나 설명해주십니다. 샤만트 장미, 다알리아, 베밥 거베라, 글라디 올라스, 시네신스, 비단 갈대, 여뀌. 그나마 알아들을 수 있는 건 샤만트 장미와 비단 갈대 정도입니다. 사실은 ‘장미’와 ‘갈대’만 이해한 정도입니다. 플로리스트분은 한국말을 하시는데, 저는 마치 외국에서 수업을 듣는 기분입니다.
서울 광화문 세종문화회관에서 안국역 방향 도보로 10여분을 걷자 저 멀리 매장이 눈에 들어옵니다. ‘꾸까(Kukka)’. 핀란드어로 꽃이라는 이름을 가진 이 곳은 플라워 클래스를 배울 수 있는 곳입니다.
꾸까에 따르면 현재 우리나라 인구 1명의 연간 꽃 구매 지출 비용은 1만3000원 수준입니다. 어버이날 카네이션 하나 사는 정도죠. 반면 이웃나라인 일본은 연간 11만원으로 열 배 가까이 됩니다. 화훼시장 규모도 우리나라는 약 3조원, 일본은 14조원에 달합니다.
1인당 GDP가 높은 선진국에서는 연간 꽃 구매 지출 비용과 화훼시장 규모가 모두 커진다고 하네요. 우리나라와 일본의 경우 GDP가 불과 6000달러 정도밖에 차이가 나지 않습니다. 곧 우리나라도 GDP가 4만달러에 근접하게 되면 꽃을 찾는 사람들이 늘어날 것입니다. 그때를 위해서 미리미리 꽃 쥐는 법을 배워놓는 것도 나쁘지 않아보입니다.
오늘 배울 클래스는 ‘핸드 타이드’입니다. 병이나 바구니에 담긴 것이 아닌 손으로 쥐어서 만드는 방식으로, ‘꽃다발’ 하면 떠오르는 바로 그 형태입니다. 나중에야 알게 된 사실이지만 핸드타이드에도 여러 종류가 있습니다.
이날 배운 핸드타이드는 ‘스파이럴 핸드타이드’입니다. 중심이 되는 꽃을 쥐고 사선방향으로 돌려가며 모양을 만드는 방식으로, 일반적으로 핸드타이드 중 가장 높은 난이도를 가지고 있다고 합니다.
‘그냥 들고 묶으면 되지 않나’ 하는 초심자스러운 생각을 하고 있던 찰나, 수업을 맡아주신 플로리스트 분이 “상당히 난이도가 있어서 클래스 배우시는 분들 중에서 핸드 타이드만 계속 하시는 분도 있다”고 말씀하십니다. 딱히 손재주가 없는 저로서는 덜컥 겁이 납니다.
오늘의 테마는 영화, 그 중에서도 ‘미녀와 야수’입니다. 디즈니사의 애니메이션으로 널리 알려진 작품인데요. 애니메이션이 아닌 엠마 왓슨과 댄 스티븐스 주연의 2017년 실사 작품을 주제로 수업이 진행됐습니다. 작중 인물인 개스통이 주인공인 벨에게 청혼하며 건네는 꽃이 바로 오늘의 주제입니다. 여기에 ‘야수’를 상징하는 거친 느낌의 갈대를 넣어 마무리하는 거죠.
본격적인 수업에 들어가기 앞서 꽃과 용어에 대한 설명을 듣습니다. 샤만트 장미는 살구색 꽃잎에 겉에는 붉은 핑크빛이 도는 장미라고 합니다. 비단 갈대는 갈대의 한 종류일테고… 나머지는 생전 처음 보는 꽃들입니다.
핸드타이드에 사용되는 꽃은 크게 네가지 형태로 나뉩니다. ‘라인’은 핸드타이드의 라인을 잡아주는 역할을 말합니다. 여기서는 기다란 형태를 가진 글라디올러스가 될 수 있겠습니다. 다음은 ‘매스’입니다. 매스는 전체적인 중심이 되는 부분을 말합니다. 장미라든지 거베라처럼 메인을 잡아주는 꽃이 좋겠습니다. ‘폼’은 폼 플라워를 뜻하는데요, 개성이 강해 포인트를 줄 수 있는 꽃을 말합니다. 거베라나 시네신스, 샤만트 장미 모두 가능할 것 같네요. 마지막 ‘필터’는 빈 공간을 채워줄 수 있는 꽃입니다. 일반적으로 쉽게 떠올릴 수 있는 것은 바로 안개꽃입니다.
아직 수업은 시작되지도 않았는데 머리가 아픕니다. 가끔 SNS 등에 올라온 수업 영상을 보면 가위로 슥삭슥삭 하고 줄로 질끈 매면 한 다발 완성되던데, 그게 아니었나봅니다.
이번에는 기법에 대해 알아봅시다. 벌써 30분은 지난 것 같습니다. 우선 ‘컨디셔닝’은 시들거나 대 아래쪽에 위치한 불필요한 잎들을 잘라내는 것을 말합니다. 세상 만물에 불필요한 것은 없지만, 핸드타이드에서는 그런가 봅니다. 장미의 경우 다치거나 다른 꽃을 상하게 할 수 있어 가시를 제거하기도 합니다.
‘바인딩 포인트’는 꽃을 모을 때 모이는 부분 곳이자, 완성된 꽃다발을 묶는 부분을 말합니다. 너무 위쪽을 묶으면 답답한 느낌을 주고, 너무 아래를 묶으면 기껏 만들어놓은 꽃들이 퍼져서 멋이 없지요.
그리고 가장 중요한 ‘스파이럴 기법’입니다. 많은 초심자분들에게 핸드타이드의 쓴 맛을 보게 해준다는 바로 그 기법. 메인이 될만한 꽃을 든 뒤 같은 방향으로 차례로 꽃을 모아 통일감을 주고 예쁜 형태를 잡아주는 기법입니다. 플로리스트님이 시범을 보여주시는데 보기에는 참 간단해보입니다.
본격적인 실습에 들어갑니다. 준비물은 간단합니다. 꽃들과 가위, 앞치마입니다. 먼저 꽃들의 잔가지와 마른 잎 등을 정리하는 컨디셔닝을 진행합니다. 뭉쳐있는 여뀌 등은 가지를 나눠주기도 합니다. 벌써 3분의 1이 끝났습니다.
다음은 스파이럴입니다. 중심이 되는 꽃을 든 뒤 반시계방향으로 다른 꽃들을 돌려서 손에 꽂아주면 됩니다. 저는 샤만트 장미를 메인으로 잡았습니다. 이제 다른 꽃들의 가지를 빙글 돌려서 꽃으면 됩니다.
안됩니다. 시범을 보여주시는 플로리스트 분은 너무도 쉽게 하는데, 제가 든 꽃은 갈 곳을 잃어버렸습니다. 사선으로 예쁘게 말아쥐어야하는데 십자가 모양으로 벌어집니다. 함께 자리한 다른 참가자들을 보니 다행히 저와 같은 상황입니다. 나만 모자란 게 아니구나 싶어 마음이 놓입니다. 10분 동안 헤메니 플로리스트 분이 와서 꽃 세 개를 스파이럴 해서 쥐어주셨습니다. 라인이 잡히고 나자 이후부터는 쉽습니다.
하나만 있어도 예쁜 꽃들을 한 데 모아두자 그럴싸해보입니다. 플로리스트분께서 ‘처음 치고는 잘 하셨다’며 칭찬해주셨습니다. 옆에도, 그 옆에 분에게도 같은 말을 하십니다. 바인딩 포인트를 잡고 철사끈으로 묶은 뒤 그 위를 종이끈으로 매듭지어줍니다. 마무리고 긴 줄기를 적당한 크기로 자르자 마치 부케같은 모습이 됩니다. 꽃들이 물을 잘 빨아들일 수 있도록 가지 끝부분을 사선으로 자르고 마무리합니다. 비닐로 꽃을 두르자 비로소 핸드타이드가 완성됩니다.
조현우 기자 akgn@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