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서워 집에 못 가겠다” 안인득 이상행동 112녹취록 공개

“무서워 집에 못 가겠다” 안인득 이상행동 112녹취록 공개

단순 계도‧현장종결 소극적 대처 논란에 경찰 책임론 재점화

기사승인 2019-04-25 12:59:26



지난 17일 새벽 20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경남 진주 아파트 방화‧살인 사건과 관련, 피의자 안인득(42)의 이상행동 주민 112신고 녹취록이 공개됐다.

사건 발생 후 소극적 대처 논란으로 지적을 받았던 경찰의 책임론이 다시 불거지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권미혁 의원이 안인득의 이상행동과 관련해 경찰에 신고된 112녹취록을 25일 공개했다.

총 8건의 신고가 112에 접수됐다.

처음 신고된 것은 지난해 9월26일 오후 10시21분께로, 신고 내용은 “출입문에 누군가가 똥을 칠했다”는 것이었다.

이는 안인득이 살던 4층 아파트 바로 위층 5층 주민이 신고한 것이다.

현재까지 확인되는 안인득의 최초 이상행동 내용이기도 하다.

이 집에 살던 18살 여고생은 범행 당일 안인득이 휘두른 흉기에 찔려 목숨을 잃었다.

두 번째 신고는 지난 1월17일 오후 4시50분께 “남자 1명이 폭행하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이 2건의 112신고는 녹취파일 보존기간인 3개월이 지난 이유로 정확한 녹취내용을 확인할 수 없다고 경찰은 설명했다.

이후 세 번째 신고는 지난 2월28일 오전 7시17분께, “303동인데 지금 좀 빨리 와 달라. 층간 (소음) 문제 때문에 지난번에 우리 집 앞에 오물 뿌리고 가서 신고한 적이 있다. 출근하는데 우리 집 바로 아래층 남자(안인득)가 계란을 던지고 폭언을 퍼 붓고 불안해서 못 살아요”라고 신고했다.

네 번째 신고는 3월3일 오전 8시38분께로, “며칠 전에도 신고한 적이 있는데, 오늘 아침에 집 앞에 오물을 뿌려 놨다. 지난번에도 그래서 신고를 한번 했다”고 신고했다.

이에 경찰은 “누가 그렇게 했느냐. 심증이 가는 사람이 있느냐”고 물었다.

이 신고자는 “아래(그저께 방언) 아침에 제가 신고했잖아요. 아래층 사람(안인득)이 괜히 계란을 던져 가지고”라고 대답했다.

다섯 번째 신고는 지난 3월8일 오전 6시49분께, “303동 여기에 마약한 놈이 있는 거 같다”고 한 주민이 신고했다.

그러자 경찰은 “그걸 본인(신고자)이 어떻게 아십니까? 마약했는지를”이라고 물었고, 신고자는 “모르겠어요. 아침에 시비를 걸고 욕설하고 눈이 풀려 있었다”고 말했다.

경찰은 “출동하는데 괜히 오해를 살 요점이 있으면 안 되는 거여서 근거가 있는 건지 물어보는 거다”라고 대답했다.

여섯 번째 신고는 지난 3월10일 오후 10시20분께, “호프집에서 한 남자(안인득)가 망치를 휘두르고 욕설하고 난리가 났다. 빨리 와 달라”고 신고했다.

신고자는 “다친 사람은 지금 없는데 위협감을 주고 있다”고 했고, 경찰은 “출동할테니 시비하지 말고 조금 떨어져 있어라”고 했다.

일곱 번째 신고는 지난 3월12일 오후 8시46분께 이 건 역시 안인득 위층 5층 주민이 신고했다.

신고자는 “집 앞에 오물을 버려 놨다. (안인득이) 애(희생자 18살 여고생) 따라 와가지고 초인종 누르고 욕하고 그랬다는데 무서워서 못 올라가겠다”고 다급하게 신고했다.

이 신고 1시간30분 전 안인득이 숨진 18살 여고생을 집까지 쫓아가는 장면이 5층 주민이 집에 설치한 CCTV 영상에 고스란히 잡혔다.

이 CCTV도 경찰이 설치를 권유해서 주민이 직접 사비를 들여 설치한 것이었다.

피해 여고생은 도어락 비밀번호를 누른 뒤 황급히 집 안으로 피신했다.

하지만 안인득은 집 초인종을 누르고 한 동안 이 집을 떠나지 않고 주변을 서성거렸다.

지난 3월13일 오후 6시38분께 마지막 여덟 번째 신고도 5층 주민이 한 것이었다.

신고자는 “어제 경찰 접수한 아랫집 때문에 (신고한다), 내려오자마자 욕하고 해서 집에 올라가지도 못하고 지금 어떻게 해야 하냐”고 물었다.

경찰은 “경찰관이 출동할 거다. 관리실로 갈테니 이동하지 말고 좀 기다려 달라”고 했다.

안인득과 관련된 주민 112신고는 지난 2월 말부터 3월 중순까지 집중됐다.

특히 숨진 18살 여고생이 살던 5층 주민이 112에 신고한 것만 4차례다.

경찰은 안인득이 5층 주민 집 앞에 오물을 투척했을 때 재물손괴 혐의로 1차례 입건했다.

나머지 신고 건에 대해서는 단순계도‧현장종결, 망치를 휘두른 건에 대해서는 피해자와 합의를 이유로 안인득을 풀어줬다.

이후 안인득은 한 달여 뒤인 지난 17일 새벽 자신의 4층 집에 불을 지르고 대피하던 주민들에게 흉기 2자루를 마구 휘둘러 12살과 18살 여학생 등 아파트 주민 5명을 살해하는 끔찍한 범행을 저질렀다.

안인득의 범행으로 15명이 흉기에 찔리거나 연기를 마셔 다쳤다.

이 사건 후 희생자 분향소를 찾았던 민갑룡 경찰청장은 112신고 녹취록 등을 토대로 당시 신고 건에 대해 경찰 조처가 적절했는지 진상 조사를 지시했다.

경남경찰청은 진상조사팀을 꾸려 이를 조사하고 있다.

민 청장은 “신고 처리가 적절했는지 조사하고 문제가 있다면 그에 따라 조처하겠다”고 말했다.

이휘석 진주경찰서장도 유족을 만난 자리에서 같은 내용을 밝힌 바 있다.

이 사건을 수사 중인 진주경찰서는 이날 안인득의 계획 범행으로 결론 내리고 최종 수사 결과를 발표했다.

경찰은 20명의 사상자를 낸 안인득에게 살인‧살인미수‧현주건조물방화‧현주건조물방화치상 혐의를 적용,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할 예정이다.

진주=강승우 기자 kkang@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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