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정상 간 전화통화 내용 유출로 인해 여야 갈등이 증폭될 것으로 보인다. 외교부를 비롯한 정부여당은 “용납할 수 없는 일”이라며 크게 반발하고 있다. 이에 자유한국당은 정청래 전 의원 사례를 거론하며 책임을 회피하는 상황이다.
25일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한미 정상 간 전화통화 내용을 주미대사관의 간부급 외교관이 자유한국당 강효상 의원에게 유출한 사건에 대해 “용납할 수 없는 일”이라며 조사 결과가 나오는 대로 엄중문책하겠다고 밝혔다.
강 장관은 “이번 사건을 (기밀을) 의도적으로 흘린 것”이라고 규정한 뒤 “(외교부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무너져 장관으로서 책임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강 장관은 “외교부의 크고 작은 사고들에 사안의 경중에 따라 대응해오고 있지만, 이번 일은 상대국과의 민감한 일을 다루는 외교공무원으로서 의도적으로 기밀을 흘린 케이스”라며 “이번 유출사건 당사자는 능력이나 직업윤리와 의식에 있어서 상당한 수준의 사람이라고 장관으로서 생각했는데 그 신뢰가 져버려 진 상황”이라고 개탄했다.
민주당도 크게 반발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전날 24일 자유한국당 강효상 의원을 외교상기밀 누설 등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민주당 법률위원장인 송기헌 의원은 고발장 접수에 앞서 기자들과 만나 “강 의원의 행동은 우리 국가의 외교 근본 자체를 흔들고 있는, 매우 위태롭게 만드는 중대한 사안”이라고 비판했다.
다만 강 의원에게 기밀을 누설한 참사관에 대해서는 외교부 내부 절차에 따르는 것이 맞다며 고발하지 않았다.
반면 자유한국당은 한미정상 통화 내용 유출 논란과 관련해 한국당이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전 의원 역시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통화 내용을 입수해 공개했다”고 주장했다.
한국당 김현아 원내대변인은 24일 논평을 내고 “정 전 의원은 작년 1월 8일 종편 방송프로그램에 나와 자신이 그해 1월 4일 트럼프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의 통화녹취 전체를 입수했다고 자랑했다”고 밝혔다.
김 원내대변인은 “정 전 의원은 기밀 누설이라는 만류에도 통화 내용까지 상세하게 설명했다”며 “하지만 고발은커녕 방송 활동만 잘 하고 있다. 심지어 방송에 나와 강 의원의 행동이 못된 짓이라며 비판까지 했다”고 말했다.
유수환 기자 shwan9@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