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김태한(62) 삼성바이오로직스(삼성바이오) 대표이사를 한 달여 만에 다시 소환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송경호 부장검사)는 5일 오전 10시 김 대표를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삼성바이오 회계처리를 둘러싼 의사결정 과정 등을 조사하고 있다. 김 대표는 2011년 회사 설립 때부터 삼성바이오 대표이사로 재직 중이다.
김 대표는 증거인멸을 지시한 혐의로 지난 5월 세 차례 조사를 받고 구속영장이 청구됐으나 법원에서 기각된 바 있다.
삼성바이오는 2015년 말 자회사 삼성바이오에피스(삼성에피스)에 대한 지배력을 상실했다며 종속회사(단독지배)에서 관계회사(공동지배)로 회계처리 기준을 바꿔 장부상 회사 가치를 4조5000억원 늘린 의혹을 받는다.
당시 삼성바이오는 합작사 바이오젠의 콜옵션(주식매수청구권)으로 인한 부채 1조8000억원을 재무제표에 반영할 경우 자본잠식에 빠질 수 있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회계처리 기준 변경에 따라 흑자기업으로 전환했고 2016년 11월 유가증권시장에 상장됐다.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는 삼성바이오가 콜옵션 부채를 인식한 데 따른 자본잠식 등을 우려해 회계처리 기준을 비정상적으로 바꿨다고 보고 지난해 11월 삼성바이오와 김 대표를 검찰에 고발했다. 삼성바이오는 고의 분식회계 의혹에 대해 바이오젠의 콜옵션 행사 가능성이 커진 데 따른 적법한 회계처리라고 반박해왔다.
검찰은 회사 가치가 부풀려진 재무제표를 제시해 금융권에서 받은 대출과 유가증권시장 상장을 두고 삼성바이오 측에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 등 혐의를 적용할 수 있는지도 검토하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 삼성바이오가 발행한 회사채와 장·단기 차입금은 8720여억원, 유가증권시장 상장 당시 투자자들에게 거둔 자금은 2조2490여억원이다.
검찰은 지금까지 삼성바이오와 삼성에피스·삼성전자 등 계열사 임직원 8명을 증거인멸에 가담한 혐의로 구속했다. 김 대표에 대해서는 주식회사 외부감사법 위반 등 혐의로 구속 영장을 다시 청구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김 대표가 이번 사건의 본류에 해당하는 회계사기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으면서 지난해 12월 대대적 압수수색으로 막을 올린 삼성바이오 수사가 정점을 향하고 있다. 분식회계의 최대 수혜자로 지목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소환도 초읽기에 들어갔다는 전망이 뒤따른다.
이 부회장은 2015년 5월 자신이 대주주로 있던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이 성사되면서 그룹 지배력을 안정적으로 확보했다. 제일모직 자회사 삼성바이오의 회사 가치 부풀리기는 이 부회장에게 유리하게 적용된 합병비율을 사후적으로 정당화하기 위한 작업이었다는 의심을 받아왔다.
검찰은 최근 삼성바이오 최고재무책임자(CFO) 김모(54) 전무 등 삼성 임원들을 잇달아 불러 분식회계 등 회계처리 경위를 파악하고 있다. 검찰은 이달 안에 이 부회장을 조사한 뒤 각종 회계사기 혐의에 대한 책임을 어디까지 물을 수 있는지 검토해 삼성 임직원들 사법처리 범위를 결정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유수인 기자 suin92710@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