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자 불안 심리를 돈벌이 수단으로 이용하는 의료기관 발생 우려도
암 발병에 대한 불안감, 재수술에 대한 걱정, 교체 비용 부담. 엘러간社의 가슴 보형물을 삽입한 이용자들이 겪고 있는 고통이다. 엘러간이 제품을 회수하고 보건당국과 협의해 피해보상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지만, 이용자들의 분노는 가시지 않고 있다.
문제가 되고 있는 엘러간의 ‘거친 표면 인공유방 보형물’은 국내에만 약 11만개가 수입된 것으로 파악된다. 희귀암인 ‘유방 보형물 연관 역형성 대세포 림프종’(BIA-ALCL) 발병과 관련이 있다는 미국 FDA 지적에 따라 제품 회수가 진행되고 있지만, 부작용 사례가 국내에서도 보고되자 시술을 받은 사람들이 집단 소송을 준비하고 있다.
집단소송을 준비하는 인공유방 피해자들이 모인 온라인 카페에는 이들의 심적 고통이 담긴 글이 다수 존재했다. 한 시술자는 “보형물 제거와 교체 비용, 정신적 피해보상비로 얼마를 받을 수 있을까. 확실히 받을 수 있을까. 다 떠나서 심적으로 힘들다. 돈도 돈이지만 수술대에 누워서 그 짓(수술)을 또 해야 한다”며 “(첫 수술 당시) 일주일 동안 아파서 꼼짝도 못했는데, 위험한 전신마취도 또 해야 하고. 원해서 한 것이지만 경우가 다르다. 왜 하필 그 보형물일까. 임신 중이라 찝찝하다”고 토로했다.
또 다른 시술자는 “암도 암이지만 재수술 자체가 겁이 나서 죽겠다. (첫 수술 당시에도) 진짜 힘들었고 (재수술은) 상상도 하기 싫었는데”라고 호소했고, 또 다른 환자는 “요즘 병원 전화 연결은 하늘의 별따기라고 한다. 통화가 안 될 가능성이 많다고. 병원에서도 비용적인 부분에 있어 확실한 답변을 내놓지 않고 있다. 본인들도 당황스럽다고 하는데, 고객에게만 떠넘기는 건가”라고 지적했다.
‘무상 보형물 교체’가 필요하다는 입장도 있다. 한 시술자는 “가슴 콤플렉스 때문에 수술을 결심했고, 병원에서 엘러간 보형물 추천 받았다. 사건 발생 후 성형외과에서 문자가 왔는데 유방 검진, 정밀 초음파 검사는 무료로 해주되 교체는 비용이 발생한다고 하더라”라며 “제거를 안 하면 불안하고, 하면 가슴이 다시 작아진다. 수술을 받은 환자들의 입장도 있는 것인데 보형물 교체 또한 무상으로 진행해야 하는 것 아니냐”라고 꼬집었다.
피해자들의 불안감을 이용해 돈벌이 수단으로 이용하는 의료기관이 발생하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한 피해자는 “방금 제거 상담을 받고 왔다. 보형물만 빼면 100만원, 아래 피막은 폐와 갈비뼈에 붙어있어 제거가 위험하고 위쪽 피막 제거까지 하면 400만원이라고 한다. 병원들이 피해자들을 이용해 장사하지 않도록 병원들을 추천해 달라”는 우려를 제기했다.
이들에 대한 구체적인 피해보상 방안은 이달 말 공개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엘러간은 쿠키뉴스에 “본사는 거친 표면 유방 보형물을 삽입한 환자들에 대한 피해보상 방안을 오는 8월 30일까지 식품의약품안전처에 전달하기로 했다”며 “회사는 이번 사안에 대해 식약처 등 보건당국과 긴밀하게 논의하고 있으며, 식약처에 보상 방안을 제출한 이후 자세한 내용을 공개할 것이다. 앞으로도 당국의 요청에 적극 협조할 계획이다”라고 밝혔다.
이에 식약처 관계자는 “피해보상 범위가 다양해서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보상 방안을 마련하라고 했다. 치료비는 물론 정신적 피해 부분까지 전반적인 검토와 장기추적조사 등이 필요하기 때문”이라며 “또 글로벌 회사이다 보니 우리나라는 물론 전 세계 보건당국과 협의가 필요한 부분이라 조금 늦어졌다”고 전했다.
한편 인공유방 부작용 사례는 최근 3년간 5000건 이상 접수되는 등 급증하고 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남인순 의원(더불어민주당)이 식약처가 제출한 ‘인공유방 부작용 사례 접수 현황’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인공유방 부작용 사례 접수는 2016년 661건에서 2017년 1017건, 2018년 3462건으로 증가했다.
현재 회수 중인 엘러간 인공유방의 최근 3년간 부작용 사례 보고 건수는 1389건에 달했고, 회수 대상이 아닌 인공유방도 3751건의 부작용 사례가 접수됐다.
유수인 기자 suin92710@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