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와 상관없이 단숨에 빨래를 보송보송 말려주는 건조기를 향한 소비자들의 관심이 뜨겁다. 특히 날이 갈수록 심각해지는 미세먼지 문제까지 더해져 사계절 필수가전으로 자리매김 했다. 쓰면 쓸수록 ‘보물’ 같은 건조기의 이모저모와 ‘꿀팁’을 Q&A 형식으로 알아본다.
◇최초의 건조기는?
-최초의 건조기는 18세기 말~19세기 초 영국·프랑스에서 시작됐다. 당시 건조기는 배기 구멍이 있는 드럼통 안에 빨래를 넣은 뒤 불을 피우고, 드럼통을 손으로 돌려 말리는 방식이었다.
당시에는 사용자가 직접 손으로 돌려야 했기에 옷에 연기가 배고, 그을음이 생기는 건 물론, 때때로 불이 붙기도 했다. 예컨대 길을 걷다 만나는 시장·트럭 등에서 판매되는 전기구이 통닭 같은 모양새라고 생각하면 이해가 쉽다.
이후 1892년 불 대신 ‘난로(스토브)의 열’을 활용한 건조기가 만들어지기도 했지만 현대와 같은 전기 건조기가 첫선을 보인 것은 1900년대 초반이었다.
미국인 로스 무어(J. Ross Moore)는 한겨울 외부 건조로 인해 옷들이 명태처럼 꽝꽝 얼어붙는 불편을 해결하고자 했다. 이를 위해 옷을 널 수 있는 창고를 짓고, 그 안에 난로를 더해 빨래를 건조하는 일종의 ‘대형 빨래방’을 만들었다. 이것이 현대식 전기 건조기의 시초다. 무어는 이후 30년 동안 개발에 매진해 드럼 형태의 자동 의류 건조기를 개발했다고 전해진다.
의류 건조기 시장은 1940년대 들어 본격화됐다. 2차 세계대전 이후 건조기 전문 업체는 물론 대형 가전회사들이 시장에 뛰어들었다. 건조방식이 점점 편리해지고, 한나절씩 걸리던 건조 시간도 차츰 줄어들었다. 1950년대에는 10%에 불과했던 미국 가정의 건조기 보급률이 현대에 들어 80%에 달하며 급상승했다.
◇건조기의 원리는?…‘콘덴싱’부터 ‘히트펌프’까지
-의류 건조기는 대표적으로 ▲벤트(vent, 열풍배기식 건조) 방식 ▲콘덴싱(condensing, 열풍 제습) 방식 ▲히트펌프(heat pump, 저온 제습) 방식으로 분류된다.
먼저 벤트 방식은 히터로 공기를 뜨겁게 데워 옷을 말리고, 옷감에서 나온 습기·먼지는 제품 외부로 배출시키는 방식이다.
콘덴싱 타입은 히터로 공기를 데워 옷을 말리는 것까지는 같지만, 습한 공기와 먼지를 제품 내부에서 해결한다. 이 방식에서 먼지는 도어 앞쪽 필터로 모이고, 습한 공기는 콘덴서(열 교환기)를 통과하며 찬 공기와 만나 ‘열 교환’이 일어난다. 이 온도 차이로 제습이 일어나며, 습기는 ‘응축수’로 바뀌어 밖으로 배출되거나 내부 통에 모이게 된다.
마지막으로 히트펌프 방식은 콘덴싱 방식의 일종이지만, 히터 대신 냉매를 열원으로 사용한다는 특징이 있다. 이렇게 열원을 바꿈으로써, 콘덴싱 방식과 비교해 50%나 높은 에너지 효율을 지닌다.
빨래를 거친 습한 공기는 냉기를 발생시키는 ‘열 교환기’에 의해 열을 빼앗기며 제습이 이뤄진다. 이 과정에서 습기는 응축수로 변하고, 건조한 공기는 다시 드럼 안을 순환하며 옷을 말린다. 건조기 안에 음식을 시원하게 보관하는 냉장고처럼 열 교환기가 있다는 점이 눈여겨볼 만하다.
콘덴싱과 히트펌프 방식은 둘 다 내부에서 공기가 반복적으로 순환하기 때문에, 정기적인 청소와 관리가 필수라는 게 업계 전문가들의 평가다. 열 교환기는 의류를 말린 공기가 그대로 통과해, 먼지나 섬유 조각 등 이물질이 낄 수 있다. 이는 순환하는 공기 흐름을 막아, 건조 효율을 떨어뜨리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업계 전문가는 “가글을 하더라도 치아에 남아있는 이물질까지 깨끗이 제거하기 위해 칫솔질과 치실을 한다”며 “제대로 된 의류 건조를 위해 건조기 내부를 직접 확인하고 관리하는 것이 중요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건조기 구매 체크리스트는?
-건조기는 설치 장소부터 의류의 수축 여부, 성능까지 그 간편함과 별개로 따져 봐야 할 것들이 많다.
먼저 부피가 큰 가전제품일수록 ‘제품을 설치할 곳’을 확인하는 것 역시 필수다. 가스식은 설치를 위해 배관 공사를 해야 하는 것과 달리, 전기식 건조기는 배수를 할 수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 설치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건조기에 말렸을 때 옷이 줄어들거나 옷감이 상하지 않을까 하는 점은 소비자들의 대표적인 걱정거리다. 한국의료시험연구원의 시험 결과에 따르면, 의류를 60℃에서 70℃로 불과 10℃ 더 높은 상태에서 노출했을 때, 옷감 수축률은 두 배가량이나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구매할 건조기의 작동 시 온도 역시 꼭 확인해봐야 한다는 게 업계 전문가들의 ‘팁’이다.
마지막으로 사계절 내내 동일한 성능을 유지하는지도 체크 요소 중 하나다. 추위에 대비한 기능이 떨어진다면 겨울철 건조 시간이 길어지면서 에너지 효율이 떨어질 수 있다. 이와 관련해 구매할 건조기가 온도에 따라 성능 저하가 있는지 살펴보는 게 좋다.
임중권 기자 im9181@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