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 전쟁’이 파국으로 치닫고 있다. 지난 4월부터 핵심 인력과 기술 유출 등의 침해 여부를 두고 큰 갈등을 빚던 양사 소송전이 연일 확전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은 22일 “LG화학이 2차로 미국 국제무역위원회(이하 ITC) 등에 제기한 소송에서 과거 소송전의 결과로 양사가 ‘대상 특허로 국내‧외에서 쟁송을 하지 않기로 합의’한 합의 파기의 책임을 물어, LG화학을 상대로 한 소 취하 및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제기했다”고 밝혔다.
소송의 원고는 SK이노베이션과 배터리 사업의 미국 법인인 SKBA(SK Battery America, Inc.)이고, 피고는 LG화학이다.
미국 ITC 등에 LG화학이 제출한 2차 소송(특허침해금지청구)에는 지난 2014년 SK이노베이션과 LG화학 양사 간 체결한 분리막 특허(KR775,310‧이하 KR 310)에 대해 ▲대상 특허로 국내, 국외 쟁송하지 않을 것 ▲10년간 유효하다는 합의를 깨고 KR310을 소송에 포함해 LG화학 측이 합의를 파기했다는 게 SK이노베이션 측 설명이다.
SK이노베이션은 이와 관련해 “취하를 청구한 대상은 과거 분쟁 대상이던 국내 특허에 해당하는 미국 특허와 2건의 그 후속 특허다. 이 중 1건은 경쟁사가 지난 2011년 SK이노베이션에 특허침해를 주장했다가 패소한 국내 특허와 완벽하게 동일한 특허”라며 “KR310 특허는 2011년 LG화학이 SK이노베이션을 상대로 특허침해 소를 제기한 이후 관련 소송에서 연이어 패하자, 2014년 10월 합의에 이르기까지 양사 간 소송의 쟁점이 된 특허”라고 설명했다.
이어 “당시 SK이노베이션은 특허무효 및 특허권침해금지 소송에서 계속 승소해 최종 승소할 가능성이 높았다”며 “LG화학의 합의 제안을 산업 생태계 발전이라는 대승적 관점에서 받아들여 합의해 준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LG화학이 지난 9월말 2차 소송을 제기하면서 합의를 깬 것은 10년 유효기간의 절반도 채 지나지 않은 만 4년 11개월여 만에 일어난 일”이라며 “기업 간 맺은 합의마저 깨고 소송을 제기하는 부당한 소송 남발에 대해 SK이노베이션은 강경 대응하겠다는 입장을 다시 한번 분명히 한 것”이라고 했다.
현재 SK이노베이션은 합의 위반에 따른 손해배상액으로 LG화학에 우선 총 10억원(SK이노베이션 5억‧SKBA 5억원)을 청구했다.
아울러 소 취하 청구 판결 후 10일 이내에 LG화학이 특허 3건에 대한 미국 소송을 취하하지 않는 경우, 취하가 완료될 때까지 지연손해금 명목으로 두 원고에 매일 5000만원을 각각 지급하라고 청구했다.
SK이노베이션은 “LG화학의 합의 의무 위반은 신의칙상 용인할 수 없는 악의적인 행위”라며 “냉정하게 소송은 소송대로, 사업은 사업대로 엄정 대응해 사업 가치와 산업 생태계 보호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LG화학은 같은 날 “양사가 합의한 대상 특허는 ‘한국특허 등록 제775310’이라는 특정 한국특허 번호에 관한 것”이라며 “합의서 그 어디에도 ‘한국특허 등록 제775310에 대응하는 해외 특허까지 포함한다’는 문구가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특허 독립(속지주의)’의 원칙상 각국의 특허는 서로 독립적으로 권리가 취득되고 유지된다”며 “각국의 특허 권리 범위도 서로 다를 수 있다”고 반박했다.
실제 ▲한국특허의 권리 범위가 좁아진 이후에도 일본의 ‘도레이 인더스트리’ 및 ‘우베막셀’, 중국 ‘시니어’ 등은 SRS®의 특허 가치를 인정하고 라이선스를 요청해와 체결이 이뤄졌고 ▲2017년 ATL(중국 배터리 회사)을 SRS® 특허침해로 제소했을 당시 ITC 소송의 심리가 LG화학에 유리하게 진행돼 라이선스 계약 등 합의를 성공적으로 이끌어 낸 바 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한편 양사 갈등은 올해 4월부터 시작됐다. LG화학은 당시 SK이노베이션이 배터리 핵심 인력을 빼가 영업 비밀을 침해했다며 미 ITC와 델라웨어 지방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이 사건은 ITC가 조사 개시를 지난 5월 말 결정해 현재 진행 중이다. 관련 절차를 거쳐 내년 말쯤 최종 판결이 나올 전망이다. 이에 SK이노베이션도 미국과 한국에서 LG화학에 특허침해 소송을 제기했다.
지난달 27일에는 LG화학이 SK이노베이션을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와 델라웨어주 연방지방법원에 SK이노베이션과 SK이노베이션의 전지 사업 미국법인(SK Battery America)을 ‘특허침해’로 맞제소하면서, 양사 간 ‘강 대 강’ 대치가 이어지고 있다.
최근에는 양사 최고 경영진인 신학철 LG화학 부회장과 김준 SK이노베이션 사장은 회동을 했지만, 서로의 입장차만 확인한 채 회동이 결렬된 바 있다.
임중권 기자 im9181@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