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안산시의 롯데백화점 안산점 신관증축 사업 특혜 의혹이 나오고 있는 가운데 건물브릿지(연결통로)를 가능하게 했던 지구단위계획결정(변경) 심의가 단순한 요식행위였다는 정황이 드러났다. 나아가 이런 식의 심의에 시민의 혈세(위원들에 대한 수당 및 여비)로 편성된 행정절차가 꼭 필요한가는 지적이 일고 있다.
안산시 도시계획과의 한 담당자는 "심의에서 나오는 조건들을 검토해서 내부적으로 결정해서 고시한다. 심의 자체는 결정 고시하기 위해 참고하는 것이다. 조건이 걸리거나 여러가지 의견들이 나온다해도 시장이 판단해서 할지 안할지를 선택해서 결정한다. 결정권한은 시장한테 있다"고 말했다. 이는 안산시가 지구단위계획결정(변경) 심의를 단지 형식적인 절차에 불과한 요식행위로 간주하고 있다는 해석을 할 수 있게 만든다.
안산시 도시·건축공동위원회는 도시계획 조례의 도시계획위원회 운영지침을 준용하고, 지방도시계획위원회 운영 가이드라인을 따른다. 그러므로 도시·건축공동위원회는 원안 수용, 조건부 수용, 수정 수용, 재심의 결정, 부결 중 하나로 심의를 결정한다.
롯데백화점 연결통로 건은 도시·건축공동위원회에서 '조건부의결'로 결정됐다. 그리고 그 조건으로 안산시는 심의를 끝낸 후 "건물브릿지는 규모와 목적을 고려하여 공중연결통로 허용(공익, 다수의 이용 편익 시 평가를 통해 설치가 되도록 검토)"이라고 정리했다.
도시·건축공동위원회 심의에서 한 위원은 공공의 편익을 위한 청사와 청사의 연결, 지하철과 건물 간의 연결 등은 가능하지만 개개인의 사유지인 조그만 건물에까지 연결통로를 만드는 것은 제한해야 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표명했다. 또 안철 안산시 지구단위계획팀장 역시 대규모(대형)건물에 한해서 연결통로를 설치할 수 있도록 제한을 두겠다며 이 위원을 설득했고, 심의가 끝난 후 안산시는 규모와 목적을 고려해 공중연결통로를 허용하겠다는 조건부의결로 정리했다.
롯데백화점 연결통로는 신관의 4층과 구관(본관)의 5층을 연결하고 있다. 그러다보니 이 연결통로는 지면으로부터 17.5m 높이에서 구관에서 신관으로 1.91% 경사가 진 상태다. 신관 규모는 지상5층 지하6층, 높이 31m, 대지면적 3569.3㎡, 연면적 2만8341.96㎡이고, 구관은 지상6층 지하5층, 높이 29.3m, 대지면적 3470.7㎡, 연면적 2만6449.95㎡다.
건축법에 따르면 고층건물은 높이가 120m 이상이거나 층수가 30층 이상인 건축물, 초고층건물은 높이 200m 이상 또는 50층 이상인 건축물이다. 물론 건물의 규모는 높이만이 아닌 연면적도 고려해야 한다. 심의과정과 결과에서 나온 조건을 보면 '연결통로 허용은 규모와 목적을 고려해 대형건물에 한해 공중연결통로를 허용하겠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여기서 대형건물의 의미가 명확하지 않다. 그러므로 안산시는 심의 후 조건만 정리할 것이 아니라 조건에 관한 조치계획에 대형건물의 정의를 명확히 규정했어야 했다.
하지만 안산시는 이에 대한 조치계획을 확실히 세우지 않고 서둘러 지구단위계획결정(변경)을 고시하고 시행함으로써 특혜 논란을 자초했다는 비난을 피하기가 어려울 것 같다. 롯데백화점 안산점은 5층밖에 안 되는 건축물이고 지하엔 이미 신관과 구관을 연결하는 연결통로가 있다.
안산시 주택가의 주거용 건물 대부분은 피로티를 포함하면 5층 건물이다. 이 지구단위계획변경으로 주택가 여기저기에 공중연결통로가 들어설 수 있다는 우려가 현실이 됐다고 할 수 있다. 이번 연결통로 관련 지구단위계획변경은 안산시 도시계획 및 건축행정에 대한 특혜 시비 및 불신의 벽만 키웠다.
안산시는 "지금까지 지자체 또는 담당자에 따라 연결통로에 대해 달리 해석되는 점이 있어 이번에 이를 명확히 하기 위해 연결통로는 통로 기능을 하기 때문에 건축물로 볼 수 없고, 그래서 건축지정선 및 건축한계선을 넘을 수 있다는 문구를 넣게 됐다"고 말했다. 모호함을 없애기 위해 만든 규정이 또 다른 모호함을 만든 셈이다. 조건부의결이라면 조건이 달린 통과를 의미한다. 조건을 충족시키지 못했다면 통과했다고 볼 수 없다. 안산시는 조건을 충족시킬 방법을 찾았어야 했다.
지구단위계획 심의에 참석했던 김정택 안산시의회 부의장은 "조건부의결은 법적 사항으로 조건부로 한 내용을 충족하지 않으면 허가를 내주면 안된다"면서 "특히 지구단위계획 재정비는 정확한 법에 따른 것으로 조건부라는 것은 단서로 달린 조건을 반드시 충족해야만 사업을 할 수 있다고 명시한 것이다. 그렇지 않다면 조건부로 할 이유가 없다. 그냥 승인하고 말지, 조건부 의견을 왜 달겠나"고 말했다. 그러면서 "조건부로 한 것인데 그 조건에 대한 것을 충촉하지 않으면 안된다. (심의를 거친 사안에) 시장 재량이 어디 있나. 그럴 거면 도시계획 심의를 뭐하러 하나"면서 "조건부의결은 조건 충족이 반드시 선행돼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안산시의 지구단위계획결정(변경) 관련 업무는 도시계획과에서, 도시·건축공동위원회 업무는 도시재생과에서, 경관심의관련 업무는 건축디자인과에서, 도로점용 업무는 구청에서 맡고 있다.
나정숙 안산시의회 도시환경위원장은 "심의에서 조건으로 걸린 공공의 편익, 건물 규모와 목적 등에 대한 세부사항은 어떻게 조치했는지 각 부서에 확인한 결과, 부서마다 자신들의 소관 업무가 아니라 세부적인 규정을 만들 수 없다는 답변이 돌아왔다"며 "부서별 업무협조가 전혀 안 되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공중연결통로에 대한 세부적인 기준을 만들지 않으면 사유의 건물들에 이를 다 허용해 줄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공공의 브릿지, 각도가 있는 브릿지, 건물 규모, 목적 등에 대해 세부적으로 정의된 공중연결통로 지침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안산=박진영 기자 bigman@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