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쿡기자] 장범준의 물음표와 박스오피스 1위

[친절한 쿡기자] 장범준의 물음표와 박스오피스 1위

장범준의 물음표와 박스오피스 1위

기사승인 2019-10-25 18:03:12

선명한 네 개의 물음표였습니다. 가수 장범준이 영화 ‘82년생 김지영’에 기대감을 드러낸 아내 송승아의 SNS에 남긴 댓글입니다. 이를 본 네티즌들의 반응은 뜨거웠습니다. 영화를 보고 싶은 아내의 마음을 생각하지 않는 댓글이라는 의견과 겨우 물음표만 갖고 비난하기엔 확대 해석이라는 의견이 충돌했습니다. 이 사건이 언론에 보도되며 논란이 커지자 결국 송승아는 해당 글을 삭제했습니다. 하지만 물음표의 여파는 길었습니다. 송승아, 장범준 부부는 한동안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어에 이름을 올려야 했죠.

논란의 본질은 남편이 아내의 SNS에 물음표로 의문을 제기한 것에 있지 않습니다. 결국 송승아가 보고 싶어 했던 영화 ‘82년생 김지영’(감독 김도영)을 두고 벌이는 논쟁의 연장선입니다. 영화의 원작은 100만부 이상의 판매고를 올린 베스트셀러이자 페미니즘을 상징하는 작품입니다. 레드벨벳 아이린, 배우 서지혜 등 여성 연예인이 이 책을 읽었다는 사실만으로 일부 네티즌들의 비난을 받기도 했습니다. 영화화 결정과 감독과 배우 캐스팅 등 영화 관련 소식이 전해질 때마다 늘 논란의 중심에 있었습니다. 개봉 전부터 별점, 댓글 테러에 시달린 건 물론이고요.

송승아는 ‘모두가 알지만 아무도 몰랐던 당신과 나의 이야기’라는 영화의 홍보 문구에 관심을 보였습니다. 스스로 공감이 됐기 때문일 겁니다. 하지만 장범준의 반응은 정반대였습니다. 마치 ‘무슨 이런 영화를 보려고 하냐’라고 해석할 여지가 큰 댓글이었죠. 두 사람의 극명히 다른 태도는 영화를 둘러싼 양쪽 진영의 온도차를 상징적으로 보여줍니다. 장범준에게 물음표 하나로는 자신과 아내에게 생긴 커다란 간극을 메우기 힘들었던 것 아닐까요.

그 간극이 어떻게 생긴 것인지는 알 수 없습니다. 타인에 대한 근거 없는 추측도 위험하고요. 누군가의 삶을 두고 옳고 그름을 논할 수는 없습니다. 일부 네티즌들이 송승아와 장범준의 SNS에 당사자들이 바란 적 없는 어설픈 충고와 의견을 남기는 것 역시 악플의 범주 안에 있는 것이겠죠.

장범준의 물음표는 이 시대의 단면을 잘 보여준 사례입니다. 육아 예능을 하면서 아내의 마음을 이해하고 미안함을 느꼈다는 남편마저도 여전히 좁히지 못한 아내와의 거리감을 모두에게 보여준 것이니까요. 대중들에게도 남혐- 여혐 논쟁 보다는 현실 남녀의 시각 차이가 문제점을 더 선명하게 드러낸 것처럼 느껴졌을 겁니다. 또 ‘82년생 김지영’이 말하고자 하는 것 역시 남녀의 갈등을 유발하는 것보다 이번 사건 같은 현실 부부의 간극을 이야기하는 것에 가까울 거예요.

수많은 논란 속에 ‘82년생 김지영’은 이틀 연속 박스오피스 1위를 기록하며 순항을 예고했습니다. ‘93년생 송승아’는 영화를 보고 무슨 생각을 했을까요.

이준범 기자 bluebell@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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