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고전 ‘삼국지’에는 유비가 제갈량을 영입하기 위해 제갈량의 처소에 세 번이나 찾아가는 대목이 나옵니다. 이것과 관련된 유명한 고사가 ‘삼고초려’죠. 인재를 맞아들이기 위하여 참을성 있게 노력한다는 뜻입니다. 유비는 제갈량을 만날 때 목욕재계하고 예의를 갖췄다고 합니다. 그만큼 정성을 들이는 이유는 사람의 일이 그렇듯, 알맞은 인재를 알맞은 자리에 써야 모든 것이 순조롭게 돌아가기 때문입니다. 즉, ‘인사가 만사’라는 이야기죠.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의 ‘1호 인재’는 그래서 더 인상적입니다. 우리에게는 ‘공관병 갑질 논란’으로 익숙한 박찬주 전 육군대장이 자유한국당 인재영입 대상에 포함됐습니다. 앞서 2017년 박 전 대장 부부의 갑질 논란이 수면위로 떠오르자 당시 국방부는 박 전 대장 부부의 공관병 인권침해 행위에 대한 조사를 펼쳤는데요. 조사 결과 내용은 이렇습니다. “손목시계 타입의 호출 벨 착용하기, 칼은 휘두르지 않았으나 도마를 세게 내려친 사실, 뜨거운 떡국의 떡을 손으로 떼어내기, 골프공 줍기, 자녀 휴가시 사령관의 개인 소유 차량을 운전부사관이 운전하여 태워 준 행위, 텃밭 농사 등은 사실로 확인됐다. 또 박 사령관 부인이 공관병의 요리를 탓하며 부모를 모욕한 것, 전을 집어던진 것, 박 사령관 아들의 빨래를 시킨 것 등은 사령관 부인과 관련 병사들의 진술이 엇갈렸지만, 다수 병사의 진술이 일치해 사실인 것으로 판단했다.”
이 밖에도 박 전 대장은 뇌물과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 금지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지기도 했습니다. 갖은 논란에 휩싸인 박 전 대장은 왜 정치를 하려고 할까요. 반대로, 황 대표는 왜 박 전 대장을 영입하려 하는 걸까요. 황 대표는 “정부와 당이 나아가야 할 방향, 국민에게 필요한 부분 등 난제를 이길 수 있는 방향성을 감안했다”고 밝혔지만, 여론은 그의 인사 기준을 쉽게 이해하지 못하는 그림입니다. 특히 황 대표가 박 전 대장을 직접 만나 입당을 권유할 만큼 공을 들였다는 사실이 전해지면서 의문은 더해지고 있습니다. 결국 자유한국당 내에서도 반발이 거세져 박 전 대장의 영입은 보류된 상태입니다.
“전국 어디든 인재가 있다고 하면 발로 쫓아가서 만나주시고 필요하다면 삼고초려, 오고초려, 십고초려를 해서라도 반드시 모셔와 주시길 바랍니다.” 지난 6월 황 대표가 내년 총선 승리를 위해 인재 영입을 필사적으로 해야 한다면서 한 말입니다. 박 전 대장이 황 대표의 정치적 전략 카드라 할지라도, 민심을 읽거나 공감하지 못한다는 것은 제1 야당 대표로서의 결격 사유가 될 수밖에 없습니다. 자식 같은 군인들을 머슴처럼 부린 혐의를 받는 박 전 대장이 황 대표가 말한 인재라면, 우리가 자유한국당에 기대를 걸어야 할 이유는 무엇일까요.
민수미 기자 min@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