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정유업계가 지난해 하반기부터 이어진 업황 부진(다운사이클)에 올해 3분기 직격탄을 맞았다.
9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GS칼텍스·현대오일뱅크·에쓰오일의 3분기(7~9월) 영업이익은 지난해 같은 기간과 대비해 절반 가까이 급감했다.
먼저 SK이노베이션은 올해 3분기 전년 동기 대비 60.5% 줄어든 3301억원의 영업익을 기록했다. 현대오일뱅크 역시 같은 기간 34.3% 줄어든 1758억원, GS칼텍스도 전년 동기 대비 49.3% 감소한 3222억원을 거둬들였다. 가장 적은 낙폭을 기록한 에쓰오일은 26.9% 하락한 2307억원을 올렸다.
3분기 정유업계의 실적 악화는 국제유가 등 대외변수에 취약한 정유업계의 특성이 반영된 결과다. 정유 사업은 통제할 수 없는 변수에 취약한 특성 탓에 ‘천수답’(天水畓:빗물에만 의지해 경작하는 논) 사업으로도 불린다.
실제 올해 3분기 한국 정유업계가 수출한 석유제품 물량은 미중 무역 분쟁 등 변수로 2분기 연속 감소세를 기록했다.
최근 대한석유협회에 따르면 정유업계(SK이노베이션의 자회사 SK에너지·GS칼텍스·에쓰오일·현대오일뱅크 등)가 3분기에 수출한 석유제품 물량은 전년 동기 대비 1.1% 감소한 1억2723만 배럴에 그쳤다. 이는 지난 2분기(-5.7%)에 이어 2분기 연속 감소세다.
이러한 석유제품의 수출 감소는 미중 무역 분쟁 지속에 따른 글로벌 경기 둔화로 국제 석유 수요가 감소했기 때문이라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특히 미국과 무역 분쟁 중인 중국의 한국 석유제품 수입도 크게 줄었다. 3분기 중국으로 수출되는 한국 석유 제품의 양은 전년 동기 대비 12.3%나 감소했다. 제품별로는 항공유(38%↓), 벙커C유(70%↓), 아스팔트(21%↓) 등에서 크게 줄었다. 한국 정유사의 주력 시장인 중국 시장 수출이 급감하면서 한국 정유업계의 3분기 실적에도 악영향을 미친 것이다.
다만 정유업계는 올해 4분기(10~12월) 실적 개선을 기대하고 있다. 내년 시행을 앞둔 IMO 2020(국제 해사기구(IMO)의 황산화물 배출 규제 시행)를 통한 실적 개선 기대감에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IMO는 2020년 1월 1일을 기준으로 모든 선박 연료유 황 함유량의 상한선을 현재 3.5%에서 0.5% 이하로 대폭 강화하는 규제다. 이에 따라 황 함유량이 적은 저유황유 수요가 늘어 정유 업계 실적에 보탬이 될 것이란 관측이 많다.
IMO2020을 통한 실적 개선은 제한적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정유 업계에서 저유황유가 차지하는 비중은 그리 크지 않다. 해당 제품군의 마진이 좋아지는 수준”이라며 “문제는 세계적 석유 수요와 국내 업황을 짓누르고 있는 미중 무역 갈등이다. 세계적 경제 불확실성이 해결돼야만 석유 수요와 정제 마진이 회복될 수 있다”고 전했다.
다른 관계자도 “가시적으로 4분기 IMO2020을 통한 저유황유 수요 증가는 기대가 되는 상황”이라면서도 “다만 이는 길어도 1~2년에 그친다. 선주사들은 고가의 저유황유를 계속 쓰기보다는 점차 친환경 설비(스크러버)를 탑재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임중권 기자 im9181@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