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4+1'(더불어민주당·바른미래당·정의당·민주평화당+대안신당) 협의체가 13일 본회의 상정이 임박한 공직선거법 개정안의 단일안과 관련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협의체는 이날 오후 막판 논의를 통해 잠정 합의안까지 만들었지만, 결국 '연동형 캡(cap)' 도입에 대한 벽을 넘지 못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협의체 선거법 실무단은 '연동형 캡' 적용과 석패율제 도입에 대해 막판 이견 조율을 시도했다. 이 자리에 정의당은 불참했다. 민주당과 바른미래당, 대안신당은 준연동률을 적용하는 비례대표 의석의 최대치인 '연동형 캡'을 전체 비례대표 의석 50석 중 30석으로 정하는 데 잠정적으로 합의했다.
비례대표 의석 30석에 대해서만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적용하고 나머지 20석은 현행 방식으로 배분한다는 것이다. '연동형 캡'이 높을수록 군소정당의 비례대표 의석 확보가 용이하다고 할 수 있다.
당초 민주당은 '연동형 캡'을 25석으로 해야 한다고 주장했고 나머지 야당이 이에 반대하며 평행선을 그어온 가운데, 민주당 주장에서 5석을 더 확대해 일종의 '중재안'을 마련한 것이다.
또한 석패율제와 관련해서도 잠정 합의를 이뤘다.
잠정 합의안에 따르면 지역구에서 아깝게 당선되지 못한 후보를 비례대표로 당선될 수 있게 하는 석패율제를 전국 단위로 하되, 각 정당이 6개 권역에 대해 1명씩, 총 6명 이내에서 당 판단에 따라 도입할 수 있도록 했다.
석패율제 역시 민주당의 권역별 폐지 주장과, 군소야당의 전국 단위 도입 주장의 '절충안' 격이다. 민주당은 당초 원안 대로 권역별 도입을 주장했지만 이후 폐지로 입장을 바꾼 바 있다.'
다른 쟁점이었던 비례대표 의석 배분에 참여할 수 있는 정당 득표율 기준, 이른바 '봉쇄조항'을 5%로 상향하는 방안에 대해서는 3% 원안을 유지하자는 분위기인 것으로 전해졌다.
현행 선거법은 전국 정당 득표율이 3% 이상인 정당에 대해서만 비례대표 의석을 배분하도록 하고 있다.
앞서 협의체는 '지역구 250석·비례대표 50석 연동률 50% 적용'과 호남 등 농산어촌 지역구 통폐합을 막기 위해 선거구 획정 인구 기준을 '선거일 전 3년 평균'으로 하는 방안에 대해서는 대체로 공감대를 이뤘다.
협의체는 난항 끝 잠정 합의안을 마련했지만, 각 당의 내부 검토 결과 바른미래당과 정의당, 평화당이 반대 입장을 표하면서 최종 합의로 이어지지 못했다.
바른미래당 손학규·정의당 심상정·평화당 정동영 대표는 국회에서 회동하고 잠정 합의안에 동의할 수 없다는 뜻을 확인했다
심 대표는 회동 후 기자들과 만나 "'캡'을 씌우게 되면 사실상 (연동률) 30%가 된다"며 "거대 양당 체제를 넘어서자는 선거제 개혁 핵심 취지는 아랑곳하지 않고 막판에 '후려치기'를 하는 것은 문제"라고 말했다.
정의당은 긴급 의원총회를 열어 잠정 합의안에 대해 최종 불가 입장을 정했다.
여영국 수석대변인은 의총 후 브리핑을 통해 "정치개혁 취지에서 후퇴한 안에 동의할 수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며 "'민심 그대로'의 정치개혁이라기 보다는 민주당 비례의석 확보 방안이자 군소 정당 지역구 출마 봉쇄조항"이라고 비판했다.
정 대표도 "(잠정 합의안에) 동의하지 않는다"며 "연동형 비례대표제의 본질을 버리고 '누더기'식으로 하는 것에 대해 강한 불만의 표시들이 있다"고 전했다.
민주당은 이 같은 바른미래·정의·평화당의 반발과 관련해 유감을 표하고, 추가 논의를 거쳐 4+1 합의안을 마련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실무 협상에 참여하는 민주당 윤호중 사무총장은 기자간담회를 자청해 "어렵게 만들어진 잠정 합의안이 최종 합의에 이르지 못하고 무산돼 대단히 유감"이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선거법 수정안을 4+1 참여 정당들이 합의해 만들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전미옥 기자 romeok@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