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병원이 개발한 '매직셀' 치료를 허용해달라는 심장괴사 환자와 의료진의 청원에 보건복지부가 '치료비를 받지 않는 임상연구 적용은 가능하다'고 답변한 가운데 김효수 서울대병원 교수가 반박하고 나섰다. 현실을 전혀 모르는 무책임한 답이라는 지적이다.
앞서 지난 12일 심근경색으로 인한 심장괴사 환자 최모씨(남, 38세)와 서울대병원 의료진은 보건복지부에 매직셀 치료법의 신속한 신의료시술 등재를 요구하는 청원을 보냈다. 서울대병원이 세계 최초로 개발한 매직셀 치료법이 신의료기술평가에 막혀 심장괴사 환자에 적용하지 못하고 있다는 사연이다.
매직셀은 심근경색 스텐트 치료를 받은 환자에게 적용하는 것으로 줄기세포를 심장 근육에 주입해 심장을 재생시키는 치료법이다. 최씨의 심장은 현재 50% 기능만 남아있다. 심장 재생 효과를 보려면 스텐트 시술 후 30일 이내인 오는 18일까지 매직셀을 주입해야 한다.
그러나 보건복지부는 매직셀 기술에 대한 신의료기술평가 등재나 일정을 앞당기는 등의 특혜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신의료기술에 등재되지 못한 경우 의료현장에서 정식처방은 안되지만, 임상시험 등 돈을 받지 않는 방식의 치료는 가능하다"고 말했다.
이같은 답변에 서울대병원 의료진은 '현실을 모르는 답변'이라며 반박하고 나섰다. 편법이나 다름없을 뿐아니라, 현실성이 없는 이야기라는 것이다.
매직셀 치료법을 개발한 김효수 교수는 쿠키뉴스와 통화에서 "(복지부 답변은)임상시험 방법을 사용해 병원부담으로 치료목적의 시술을 해주라는 것으로 이해된다. 그러나 개인에 대한 치료목적의 임상시험은 임상시험의 제도의 원래 취지나 목적에 부합하지 않는다"며 "이미 정부허가를 받은 임상을 3년 동안이나 하였고, 그 결과를 가지고 신의료기술 승인 신청을 한 것이니 정부가 결정해야하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특히 당장 18일까지 치료를 받아야 하는 환자에게는 현실성이 없는 이야기라고도 했다. 김 교수는 "임상 연구가 얼마나 까다로운 규제를 받는지 정말 모르는 것인지 의심스럽다"며 "임상 연구를 하려면 연구계획서가 확립되어야 하고, 기관생명윤리위원회(IRB)승인을 거쳐야 한다. 우리 기관 경우 IRB가 한 달에 1~2번 열린다. IRB 승인이 난다고 해도 적어도 3개월은 소요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연구비도 문제다. 다른 연구에 책정된 연구비를 끌어다 쓸 수는 없는 노릇이다. 아무리 좋은 의미에서 연구비를 사용한다고 하더라도 엉뚱한데 사용하면 큰일난다. 그런 것을 감시하는 곳이 복지부 아니냐"라고 꼬집었다.
이들 의료진과 환자 최모씨 측은 치료받을 수 있는 기한이 이틀 밖에 남지 않은만큼, '제한적 의료기술'제도에 준해 합법적인 틀 안에서 적용할 수 있도록 허용해달라는 입장이다.
매직셀 치료법은 2016년 '제한적 의료기술'로 선정돼 3년여간 비급여 치료가 인정됐지만, 지난 9월 기한이 만료돼 처방길이 막혔다. 기한 만료 후 지난달 한국보건의료연구원 신의료기술평가위원회에서 평가를 시행했지만, 임상적 유효성 검증 등으로 아직 통과하지 못했다. 이번달 17일 열리는 위원회에서 재차 검토될 예정이다.
전미옥 기자 romeok@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