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에서 발생하는 심각한 의료사고에 대한 보고가 의무화될 전망이다.
중대한 환자안전사고의 의무보고를 골자로 한 일명 ‘재윤이법’이 9일 저녁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더 이상 같은 사고를 번복해선 안 된다며 법안 통과에 다방면으로 힘썼던 재윤이 엄마와 환자단체도 함박웃음을 지었다.
일명 재윤이법이라 불리는 ‘환자안전법 개정안’에는 의료진의 사전설명과 다른 내용의 수술, 수혈, 전신마취, 의료기관 내 신체적 폭력, 진료기록과 다른 의약품, 투여 경로, 용량 등으로 환자가 사망·심각한 손상을 입은 경우 등에 대해 의료기관이 의무적으로 보건복지부에 알려야 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2017년 당시 6살이었던 재윤이는 급성림프구성백혈병 치료를 위해 3년 동안 항암치료를 받았던 대학병원에서 골수검사를 받다가 환자안전사고로 사망했다. 그러나 병원에서는 이 사건을 환자안전보고시스템에 보고하지 않고 침묵했다. 이를 뒤늦게 알게된 재윤이 유족이 직접 보고해 재윤이 사건에 대한 예방대책을 담은 환자안전 주의경보를 전국 의료기관에 울리기도 했다.
이처럼 재윤이법은 중대한 환자안전사고 발생 시 병원이 의무적으로 보건복지부 장관에게 보고해 예방대책을 마련하도록 해달라는 유족의 요청으로 세상에 나왔다. 지난 2018년 2월남인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 발의해 지난해 3월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11월 법제사법위원회를 통과했지만 의료계의 반대와 여야 간 공방 등으로 지금껏 미뤄져왔다.
9일 저녁 ‘환자안전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최종 통과하자 재윤이 유족과 의료사고 피해자들, 그리고 환자단체는 크게 환영했다. 법인이 발의된 지 만 2년만의 성과다. 한국환자단체연합은 이날 성명을 내고 “재윤이법 통과 소식은 한여름 가뭄에 단비같이 시기적절하고 반갑다”는 입장을 밝혔다.
환자단체는 “환자가 살기 위해 치료 받으러 병원을 찾았다가 환자안전사고를 당해 질병이나 상처가 악화되거나 죽는다면 이보다 더 안타까운 일은 없을 것”이라며 “비록 재윤이는 환자안전사고로 하늘나라에 갔지만 ‘재윤이법’이 이 세상에서 환자를 살리는 생명의 법으로 작동한다면 재윤이에게 이 보다 더 큰 추모는 없을 것이다”이라고 평했다.
이들은 “2016년 7월 29일부터 2019년 11월30일까지 3년 4개월 동안 전체 보건의료인과 환자 등이 ‘환자안전보고학습시스템(KOPS)’에 자율 보고한 환자안전사고 건수는 총 2만4780건으로 적은 편이다. 이 기간 동안 발령된 환자안전 주의경보 건수도 총 19건에 불과하다”며 “이는 자율보고된 환자안전사고 건수가 적을 뿐만 아니라 자율보고의 내용도 주로 경미한 환자안전사고이고, 중대한 환자안전사고나 환자안전사고 예방에 도움이 되는 중요한 환자안전사고 보고는 적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짚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재윤이법 통과가 주의경보 등 사고 예방 노력을 활성화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또한 환자와 환자 보호자의 자율보고 활성화를 위해 노력하겠다고도 밝혔다. 환자단체는 “의료기관의 장의 중대한 환자안전사고 의무보고를 활성화시키기 위해서는 환자와 환자보호자의 중대한 환자안전사고 자율보고 또한 그만큼 활성화 되어야 한다. 환자와 환자보호자는 중대한 환자안전사고로 자율보고 했는데 의료기관의 장이 의무보고를 하지 않으며 과태료 행정처분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라며 “환자단체는 앞으로 환자와 환자보호자 대상으로 자율보고 활성화를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할 계획”이라고 했다.
아울러 “재윤이 오빠가 하늘나라에 살고 있다고 생각하는 여섯 살 여동생 규림이는 ‘하늘에 미세먼지가 많아서 하늘나라에 있는 오빠가 힘들겠다’며 걱정을 한다. 이제 ‘재윤이법’이 국회를 최종 통과했으니 재윤이는 하늘나라 뿐 만 아니라, 우리 곁에도, 동생 규림이 곁에도 함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전미옥 기자 romeok@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