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위·의성=쿠키뉴스] 최재용 기자 =“정당한 주민투표 결과인데 생떼(?)를 쓴다고 주요시설을 다 넘겨주면 우리(의성)는 들러리 아닌가요?”
17일 오후 경북 의성군 의성읍에서 만난 김민석(48)씨는 대구경북통합신공항 이전 후보지 결정과 관련해 할 말이 많아 보였다.
그는 긴 한숨만 거듭 내쉬더니 “민항 터미널, 군 영외관사에 대구시 편입까지 군위에 다 뺏기고 나면 뭐가 남는냐”며 “군위군이 그동안 주장해온 소음만 안고 살라는 말이 이제 의성의 현실이 됐다”며 강한 불만을 드러냈다.
대구경북통합신공항 이전 부지가 사실상 의성 비안·군위 소보 공동후보지로 결정됐지만 이를 둘러싼 후폭풍이 여전히 거세다. 단독후보지(군위 우보)를 고수하다 대구시와 경북도가 제시한 공동합의문에 전격 합의한 군위군은 크게 환호하고 있는 반면 의성군은 침통함을 감추지 못한 채 조직적 반발 움직임이 일고 있다.
이날 오전 11시 40분 군위IC를 지나 군위군청까지 이어지는 주요 네거리에는 통합신공항 이전부지 확정에 대한 환영의 메시지를 담은 현수막이 곳곳에 걸려 축제 분위기였다.
군위읍에서 만난 한 상인은 “군위에 민항 터미널과 군 영외관사가 들어오는 것으로 들었다”면서 “공항을 이용하기 위해 대구 등지에서 많은 사람들이 찾을 것이고 군 간부들과 가족들도 군위에 살게 되면 도시에 새로운 활력이 되고 경제 활성화에도 크게 기여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했다.
군청로에서 경북대로를 타고 의성군에 들어섰지만 군위와는 분위기가 사뭇 달랐다. 통합신공항과 관련된 어떠한 현수막도 볼 수 없었다.
의성종합운동장 앞에서 만난 한 주민은 공동후보지 결정에 따른 의견을 묻자 “도대체 이해가 되냐”며 오히려 반문하면서 “의성군민은 쏙 뺀 합의문에 절대 동의할 수 없다”고 했다.
권혁만 통합신공항의성군유치위원회 사무국장은 “그동안 신공항 무산방지와 군위와의 상생을 위한 배려차원에서 침묵하며 인내해 왔다”며 “하지만 현실은 참담할 정도로, 더 이상 침묵할 수 없게 만들었다”고 운을 뗐다.
그는 이어 “19일 주민설명회 등을 통해 의견을 모은 뒤 20일 이철우 경북도지사와 면담을 갖고 최종 의견을 나눌 예정이다”며 “만약 합의가 도출되지 않는다면 일방적으로 합의한 군위군 위주의 시설배치안의 백지화 요구와 함께 의성군수에게 최종 결정을 위한 주민투표를 요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공동합의문은 △민간공항, 공항진입로, 군 영외관사 군위군 배치 △공항 신도시(배후산단 등)를 군위군에 330만㎡, 의성군에 330만㎡ 각각 조성 △대구경북 공무원 연수원 군위군 건립 △군위군 관통도로 건설 △군위군의 대구시 편입 추진 등을 담고 있다. 이 합의문에는 권영진 대구시장과 이철우 경북도지사, 장상수 대구시의회 의장, 고우현 경북도의회 의장, 통합당 곽상도 대구시당 위원장, 이만희 경북도당 위원장을 비롯해 대구경북지역 국회의원과 시·도의원 상당수가 서명했다.
의성 민심이 돌아서는 등 막판 상황이 급반전되자 대구시와 경북도는 또 다시 의성군을 달랠 중재안 마련에 들어갔다. 오는 28일로 연기된 국방부 대구 군공항(K2) 이전부지 선정위원회까지 둘로 나뉜 민심을 봉합시킬 중재안을 대구시와 경북도가 마련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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