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기업 경쟁史] 'SK·LG' 전기차배터리 10년 경쟁사

[韓기업 경쟁史] 'SK·LG' 전기차배터리 10년 경쟁사

그룹 모태 자존심 건 싸움···LG 선공·SK 방어 式
과한 '견제·경쟁' 제 살 깎아먹기 지적도

기사승인 2020-10-08 05:00:02
▲LG화학로고(왼쪽)과 SK이노베이션.(사진제공=각 사)
[쿠키뉴스] 윤은식 기자 =지난 10년간 총 11번의 소송과 판결. 국내 에너지 업계를 대표하는 SK이노베이션과 LG화학이 전기자동차용 배터리와 관련해 두고 벌인 소송 건수다.

국내 굴지 에너지 기업답게 두 기업은 흥미진진한 라이벌전을 벌이고 있다. 두 기업이 배터리 사업을 신성장동력 사업으로 육성하고 있는 만큼 자존심 싸움도 치열할 수밖에 없다. 

업계 일각은 그러나 라이벌의 존재는 기업 성장의 원동력으로 작용할 수도 있지만, 지나친 견제와 경쟁으로 촉발되는 송사는 제 살 깎아먹기라고 지적한다. 연구개발(R&D), 시설투자 등에 들어가야 할 자금이 소송비용 등으로 지출돼 결국 기업 경쟁력을 떨어뜨리는 문제가 될 수도 있다는 설명이다.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은 각각 LG그룹과 SK그룹의 모태 기업이라는 점에서 그룹의 자존심을 건 치열한 승부를 펼칠 수밖에 없는 배경이기도 하다.

두 회사의 질긴 인연은 '배터리'로 시작했다. 두 회사가 2000년에 접어들면서 신성장사업으로 낙점한 것이 배터리 사업이기 때문이다.

1947년 연암 구인회 창업주는 부산 대신동에 락희화학공업사를 설립해 일명 '동동구리무'라고 불리는 여성용 크림 '럭키크림'을 생산, 1951년 깨지지 않는 화장품 뚜껑을 만들기 위해 플라스틱 제조업에 진출한다. 현재 LG화학 탄생의 효시이자 LG그룹의 뿌리다.

1995년 LG화학은 리튬이온배터리연구와 개발을 시작으로 1997년 청주에 리튬이온배터리 공장을 준공, 1999년 일본에 이어 세계 두 번째로 리튬이온배터리를 양산하기 시작하면서 본격인 배터리 사업에 뛰어든다.

2000년대 들어서 자동차용 리튬이온배터리 개발에 착수한 LG화학은 2005년 세계 최초로 원통형 리튬이온배터리를 양산한다. 이후 세계 첫 전기자동차 GM의 '시보레 볼트(Chevrolet Volt)' 리튬이온 폴리머 배터리 단독 공급자로 선정되는 등 세계 전기차 배터리 시장에서 주도권을 잡아 나간다.

SK이노베이션은 SK창업주 최종건 회장이 사망하고 그 자리를 동생인 최종현 회장이 물려받고 직물 회사였던 SK(당시 선경)가 1962년 설립된 대한석유공사를 1980년에 인수하면서 생겨난 게 이 회사다.

SK이노베이션은 '포스트 석유' 사업 중심으로 배터리를 낙점하고 1985년 울산에 정유업계 최초로 지금의 대덕 기술혁신연구원 전신인 기술지원연구소를 설립한다. 1991년 전기차에 필요한 첨단 배터리를 개발하기 시작한 SK이노베이션은 2년 후인 1993년 한 번 충전으로 약 120km를 달릴 수 있는 전기차와 배터리 개발에 성공한다.

2000년대 들어서 SK이노베이션은 완성차 업체들의 전기차 개발에 발맞춰 하이브리드 전기차에 이어 순수전기차용 배터리 제조에 박차를 가한다. 2004년 배터리 핵심 소재인 분리막(LiBS)을 국내 최초로 개발, 이듬해인 2005년 기술 상용화에 성공한다.

이듬해인 2006년 자동차용 중대형 리튬이온배터리 개발에 성공한 SK이노베이션은 2007년 순수 전기차 배터리 개발에 착수하면서 전기차 배터리 시장에 뛰어들었다.

LG화학이 선공 후 SK이노베이션이 방어하는 식으로 두 회사 간 경쟁이 진행됐다.

배터리 사업에서 경쟁하던 두 회사가 본격적으로 갈등을 빚게 된 때는 2011년이다. 당시 LG화학은 SK이노베이션이 분리막 코팅 특허를 침해했다며 특허 소송을 제기하면서 제1차 배터리 전쟁이 발발했다. 이 싸움은 대법원까지 총 3년간 치열한 싸움을 벌였다.

LG화학은 1·2심 잇따라 패소했으나 대법원에서 기사회생한다. 대법원이 LG화학이 신청한 특허 보정을 받아들여 다시 판단하라며 사건을 돌려보냈다. 그러자 LG화학은 SK이노베이션에 먼저 합의의 손을 내밀었고 앞으로 10년간 같은 문제로 소송을 하지 않을 것을 합의하고 일단락 지었다.

2차 배터리 전쟁도 LG화학의 선공으로 시작했다. LG화학은 SK이노베이션이 영업비밀을 침해했다며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와 델라웨어 연방법원에 제소한다. 제소이유는 SK이노베이션이 2017년부터 2년간 80여명에 달하는 핵심인력과 기술을 빼갔다는 이유다.

1차 전쟁과 달리 이번엔 SK이노베이션도 가만히 있진 않았다. LG화학이 자사 특허를 침해했다는 취지로 맞소송하며 대응했다.

2차 전쟁은 일단 LG화학 쪽으로 분위기가 기운 상태다. LG화학이 올해 2월 SK이노베이션을 상대로 제기한 영업비밀 침해 소송은 SK이노베이션이 조기 패소 판결을 받은 상태다. ITC에서 최근 10년 간 조기패소 결정을 뒤집은 경우도 없어 LG화학에 유리한 분위기로 쏠리고 있다.

다만 조기패소결정은 일종의 예비 판결에 불과해 막판에 ITC가 뒤집을 가능성도 있어 LG화학입장에선 마냥 맘 놓고 있을 수만은 없다는 시선도 나온다. 오늘 26일 ITC의 최종판결이 예정돼 있어 두 회사 간 극적인 합의가 이뤄질 가능성도 희박한 상태다.

eunsik80@kukinews.com
윤은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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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은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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