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운의 영화 속 경제 이야기] ‘올드보이(Old Boy, 2003)’와 입소문마케팅

[정동운의 영화 속 경제 이야기] ‘올드보이(Old Boy, 2003)’와 입소문마케팅

정동운(전 대전과학기술대학교 교수)

기사승인 2020-10-07 21:15:38
영화제목 ‘old boy’는 ‘교우, 동창생, 졸업생’ 등의 뜻이지만, ‘the Old Boy’라고 하면, ‘악마’란 뜻으로 쓰인다. 영화 <올드보이>에는 이와 함께 ‘피할 수 없는 운명 같은 인연’이란 의미가 담겨 있어, ‘악연․악마’라는 의미가 강조된다. 이런 악연은 “사소하다고 생각하여 무심코 한 언행이라도, 그것이 누군가에게 치명적 상처가 될 수 있다.”는 것을 뜻한다.

고등학생인 남매(이수아와 이우진)가 교실 안에서 성 행위를 하고, 이를 우연히 지켜본 학생(오대수)이 본의 아니게 소문을 내게 되면서 누나 수아(윤진서)가 자살하게 된다. 이에 원한을 품은 동생 우진(유지태)이 대수(최민식)를 납치해 사설 감옥에 15년(딸이 성인으로 성장하는 기간)간 감금했다가 풀어준 후, 헤어진 딸 미도(강혜정)와 똑같은 상황을 만들어 ‘잔인하게’ 응징한다. 대수는 제발 딸에게는 비밀로 해 달라며, 죽을죄를 졌다고 빈다. 세치의 혀를 잘못 놀린 죄 값으로 우진 앞에서 스스로 혀를 자른다. 우진은 그 사실만은 비밀로 해 준다. 그것이 용서라면 용서이겠지만….

영화에서 오대수와 이우진의 불행의 출발점은 ‘말 한마디’이다. ‘같은 말이라도 감언(甘言)이나 고언(苦言)이 될 수도 있다. 혼자 간직해야 할 말을 경솔하게 말하면 실언(失言)이 되고, 앞뒤 가리지 않고 말하면 망언(妄言)이 되며, 절도를 지키지 않으면 방언(放言)이 된다. 그렇다고 옳은 말이라고 다 해서는 안 된다. 그걸 못 지키면 과언(過言)이 된다. 온갖 말 가운데 거짓이 없고 알찬 말을 진언(眞言)이라 한다.’(조선일보, “만물상”, 1989.12.30. 참조)

기업이 고객의 진정한 말(眞言)을 들을 수 있을 때, ‘상품에 만족한 고객이야말로 최고의 판매원’이라 할 수 있는데, 이는 입소문마케팅의 중요성을 단적으로 지적해주는 말이다. 사람들은 자신들의 체험을 다른 사람과 공유하고 싶어 한다. 코카콜라 사의 연구에 의하면 불만족한 고객은 평균 9~10명, 만족한 고객은 4~5명에게 자신의 체험을 전한다고 한다. 따라서, 입소문마케팅의 성공을 위해서는, 엠마뉴엘 로젠의 ‘입소문으로 팔아라’라는 책에서 지적하고 있는 바와 같이, 누구나 인정할만한 ‘품질과 신뢰성’을 갖추어야 한다. ‘삼인성호(三人成虎)’라는 성어가 있다. 세 사람이 같은 말을 하면 없는 호랑이도 만든다는 뜻인데, 일시적으로 사람들이 그 말을 믿게 되지만, 후에 그 진실이 밝혀지면 반대 효과가 나타나므로 신뢰성이 꼭 필요하다는 의미다.

‘경솔한 말은 싸움을 만들고, 잔인한 말은 인생을 파멸시키며, 무정한 말은 미움을 싹트게 하고, 난폭한 말은 찌르고 죽이며, 상냥한 말은 일을 원만하게 만들며, 즐거운 말은 생활을 밝게 하고, 시기적절한 말은 긴장을 줄여주며, 사랑의 말은 치유하고 축복을 준다.’(작가 미상) ‘내일 지구가 멸망한다고 해도 나는 오늘 한 그루의 사과나무를 심겠다’던 스피노자의 말과 같이 세상이 변하더라도 만고의 진리처럼 잊혀지지 않는 말이 있는 반면, ‘눈에는 눈, 이에는 이’와 같이 분노에 찬 말도 많다. 영화에서의 ‘세치 혓바닥을 잘못 놀리지 말라. 잘못하면 혓바닥 잘린다.’는 극단적인 교훈을 빌리지 않더라도 ‘말’의 중요성은 ‘말’로 다 설명할 수 없다.

‘무심코 던지는 타인의 한 마디에 우리는 상처를 치유받기도 하고 인생의 방향을 바꾸기도 한다. 상처는 사랑하는 사람만이 치유해 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우리가 만나는 사람들 중 그 사람이 있다.’(<닥터스(2016) 중에서>. 조그만 책 선물에 “가방은 무거운데, 마음은 가벼워요”라던 소녀가 많이 생각나는 오늘‥
최문갑 기자
mgc1@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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