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노상우 기자 = 개 구충제로 쓰이는 ‘펜벤다졸’이 암 환자에게 도움을 준다는 주장이 제기돼, 펜벤다졸의 판매가 크게 늘었다. 암 환자들이 표준치료 외에 제도권 밖 보완대체요법에도 의지하는 만큼 대체요법에 대한 관리도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더불어민주당 신현영 의원이 농림축산식품부로부터 제출받은 펜벤다졸 판매현황에 따르면, 2019년 판매액이 전년 대비 36.2% 증가한 12억원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9월 암 환자들 사이에 개 구충제 복용 열풍이 분 이후 동물용·인체용 구충제의 판매 및 생산액이 크게 늘어난 것으로 확인됐다. SNS를 중심으로 펜벤다졸이 항암치료에 효과가 있다는 소문이 확산된 영향이 큰 것으로 추정된다.
한편, 신현영 의원실이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제출받은 인체용 구충제의 생산 현황을 살펴보면, 올해 상반기에만 전년 생산액을 다 합한 것보다 44.2% 증가한 108억원으로 나타났다. 알벤다졸은 48.1%, 메벤다졸은 111.7%, 플루벤다졸은 36.7% 증가했다. 인체용 구충제의 판매량 증가는 펜벤다졸 품귀현상으로 인해 암환자들이 비슷한 계열의 인체용 구충제를 대체의약품으로 선호한 결과로 짐작해 볼 수 있다. 최근 알벤다졸이 암환자와 비염, 당뇨, 아토피 환자들에게 효과가 있다는 소문으로 인해 판매량이 증가했다.
신현영 의원은 “최근 구충제의 질병 치료 효과에 대한 맹신으로 불필요한 복용이 증가하고 있는 것이 구체적인 수치로 확인됐다”며, “암뿐만 아니라 비염, 당뇨 환자들도 구충제를 복용하고 있는 상황에서 정확한 의학적 정보전달 및 올바른 약물 이용에 대한 국가적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신 의원은 “현실에서 암환자가 표준치료 외에 제도권 밖 보완대체요법에 의지하고 있다. 복용자의 관리를 소홀히 했다. 부작용 관리 모든 것이 환자들의 몫이었다. 잘못된 의약정보가 확산되는 것을 방지하고 국민들이 안전하게 약품을 소비할 수 있도록 암환자들의 대체요법에 대한 제도권 관리체계 구축도 시급하다. 정확한 정보제공을 위해 실태조사나 근거 마련을 위한 연구가 필요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은 “대체요법은 암 환자에 한정되지 않는다”며 “국민들이 실질적으로 쓰고 있기 때문에 이것을 제도권 안으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데에 동의한다. 대체요법에 대해 제대로 연구해 국민께 알리고 권장할 것은 권장하고 제재할 것은 제제해야 한다. 하지만, 의료계에서 대체의학이라는 단어를 못 쓰게 하기도 한다. 그런데도 많은 국민이 의존하고 있어 제도권 내에서 연구하고 결과를 활용하는 게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8월 폐암 4기 진단을 받은 개그맨 김철민씨가 공개적으로 펜벤다졸 복용에 나섰다가, 최근 경추 등에도 암이 전이돼 복용을 중단했다. 신 의원은 이날 국감장에서 김씨와의 인터뷰 내용을 공개했다. 김씨는 영상에서 “암 환자는 효과가 있다고 하는 이상한 제품에 현혹되기 쉽고 구분하기 어렵다”며 “다른 사람이 효과를 봤다고 (의사와) 상담 없이 개인적으로 복용하다가 큰 낭패를 볼 수 있다. (대체요법에 대해) 전문적으로 상담해 줄 의사가 있으면 좋겠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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