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김동운 기자 = 보험사들이 보험소비자의 고지의무 위반을 사유로 계약을 해지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이같은 고지의무 위반 보험계약 해지는 소비자와 보험사 양 쪽에게 불만인 여지가 많아 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제기됐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전재수 의원이 금융감독원을 통해 제출받은 보험사별 보험계약해지 현황 자료에 따르면 최근 4년간 보험업권별 고지의무 위반으로 보험계약을 해지한 건수는 손보사 9만6578건, 생보사 4만187건으로 집계됐다.

고지의무는 보험소비자가가 보험계약을 할 때 가입 시점 이전의 병력이나 건강 상태 등 중요한 사항을 보험회사에 알려야 하는 의무를 말한다. 만약 고지의무를 다하지 못한다면 가입자는 보험사로부터 계약해지 또는 보험금 지급 거절이라는 불이익을 받는다.

이같은 고지의무 위반으로 해지되는 보험건수는 갈수록 증가하는 추세다. 손보사의 경우 지난 지난해 기준 3만2979건을 기록했으며, 올해 상반기 기준(7월)만으로도 지난해의 50%가 넘는 2만3133건을 기록했다. 생보사도 같은 기간 지난해(1만2200건)의 60%가 넘는 7743건의 보험계약이 해지됐다. 

개별 보험사별로 살펴보면 생보사 중 삼성생명이 2017년 1122건에서 2019년 3026건으로 약 170% 증가했으며, 손보사는 DB손해보험이 2017년 3988건에서 2019년 5876건으로 47% 가량 늘었다.

이에 삼성생명 관계자는 “삼성생명이 생명보험 신 계약 비중의 절대치가 높다 보니 고지의무 위반으로 인해 보험계약 해지 건수가 많게 집계된 것”이라고 해명했다. DB손보험 관계자도 “보험계약 단계에서 보험소비자가 고지의무를 놓치지 않도록 전속 설계사들을 대상으로 교육을 강화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보험업계에서도 고지의무위반으로 계약해지가 늘어나는 것은 좋은 일은 아니다. 한 보험사 관계자는 “고지의무 위반으로 보험계약이 해지되는 건수가 늘어나는 것은 보험사 입장에서도 보험료가 줄어드는 것 뿐 아니라 분쟁에 관한 여지가 늘어나는 등의 문제가 생겨난다”며 “다만 고지의무는 계약자가 작성해야 하는 사항이다 보니 보험소비자가 이를 놓치게 된다면 불완전판매가 입증되지 않는 이상 대처할 방법이 없다”고 토로했다.

문제는 소비자들이 악용할 목적으로 의도적인 고지의무를 위반한 것 보다 어디까지 고지해야 하는지 모르는 상태에서 가입하고 뒤늦게 보험금을 신청할 때 피해를 당한 사례가 더 많다는 것이다.

한국소비자원에 접수된 지난 2017년부터 2020년 6월까지 접수된 보험가입자의 고지의무 관련 피해구제 신청건수 195건 중 의도하지 않은 고지의무 불이행 관련 피해 비율은 63.6%로 나타났다. 반면 의도적이라고 볼 수 있는 보험설계사의 고지의무 이행 방해는 35건(17.9%)으로 집계됐다. 

한국소비자원 금융보험팀 이면상 팀장은 “보험 가입 시 청약서에 경미한 사항이라도 반드시 기재할 필요가 있는데도 불구하고 보험소비자들이 이를 잘 인식하지 않고 넘어가다 보니 피해가 발생하는 사례가 많다”며 “소비자들도 보험 계약 시 보험설계사에게 건강검진서를 전달하는 등 고지의무 위반을 피하기 위해 적극적인 노력이 요구된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 전재수 의원은 “가입자가 고지의무를 설명했음에도 불구하고, 보험금 청구가 발생하자 보험사에서 고지의무 위반으로 계약을 해지하는 사례도 나타나고 있는 중”이라며 “보험설계사 고지의무 수령권 등에 대해서도 혼란 방지와 제도의 실효성을 위해서라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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