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박의 두 얼굴 [권해요]

윤박의 두 얼굴 [권해요]

기사승인 2020-11-17 08:00:02
▲사진=‘써치’ 스틸컷. OCN

[쿠키뉴스] 인세현 기자=더 높은 곳으로 올라가고자 하는 야망 때문에 물불을 가리지 않는 군인. 서툴러도 배우자에게 언제나 다정한 남편. 배우 윤박이 OCN 드라마 ‘써치’와 tvN 월화극 ‘산후조리원’에서 각각 맡은 역할이다. 두 작품으로 비슷한 시기에 안방극장의 문을 두드린 윤박은 전혀 다른 분위기의 드라마와 역할에 어울리는 얼굴과 연기로 깊은 인상을 남겼다. 마치 두 얼굴을 가진 것처럼 흥미로운 연기 변신이다.

약한 사람에게 강하다. 자신의 목적을 위해서라면 악행도 서슴지 않는다. 윤박이 ‘써치’에서 연기한 송민규 대위의 이야기다. 송민규는 정체불명의 타깃을 잡는 작전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팀원들과 자주 갈등을 일으킨다. 첫인상부터 좋지 않았던 용동진(장동윤)과는 물론이고, 자신의 지시에 사사건건 다른 방향을 제시하는 부팀장 이준성(이현욱)과도 대립의 날을 세운다. 송민규에게 중요한 것은 오로지 작전의 성공이기 때문에 팀원을 위험에 빠트리기도 한다. 

하지만 강한 사람에겐 약하다. 자신을 북극성 팀으로 보낸 국군사령관 한대식(최덕문)의 말엔 절대복종이다. 상대의 배경을 보고 태도가 돌변하기도 한다. 계급을 이용해 찍어 누르던 이준성이 유력 대선 후보인 국방위원장 이혁(유성주)의 아들임을 알고는 대립각을 누그러뜨리는 식이다. 더 큰 권력자가 나타나면 배신도 불사한다.

윤박이 연기한 송민규는 절대적이고 극화된 악인이 아니다. 우리 주변, 여느 집단에 있을 법한 악인에 가깝다. 윤박은 첫 등장부터 냉소적이면서도 권력지향적인 인물을 섬세하게 표현했다. 표정 없는 얼굴에 언뜻 스치는 짜증과 분노가 송민규를 만들었다. 그가 현실적인 질감으로 송민규를 그려낸 덕분에 극에 맴도는 긴장감이 팽팽해졌고, 몰입감도 더해졌다.

▲사진=‘산후조리원’스틸컷. tvN

김도윤은 전혀 다른 얼굴이다. ‘산후조리원’에서 윤박이 연기하는 김도윤은 늦은 나이에 임신해 출산을 겪는 배우자 오현진(엄지원)을 보며 좋은 아빠 이전에 좋은 남편으로 살고자 다짐한 인물이다. 한창 떠오르는 앱 개발 스타트업 회사를 운영하는 어엿한 CEO지만, 현실은 서툴기 그지없는 남편이기도 하다. 그는 자신의 감정을 고스란히 얼굴에 드러낸다. 웃기도 잘 웃고 울기도 잘 운다. 아직 태어나지 않은 아이에게 다정하게 말을 걸고 이제 막 출산한 배우자에게 힘이 되려 노력한다. 잘못한 것이 있다면 사과도 빠르다.

현실에 있을 법하지만, 좀처럼 찾기 어려운 인물이다. 윤박은 이런 캐릭터를 능청스러우면서도 따뜻하게 표현한다. 갓 태어난 아이의 유모차를 사기 위해 매장에 들어갔다가, 판매원의 상술에 휘말려 자동차 계약 직전까지 가는 어리숙한 그의 표정에선 막 부모가 된 혼란과 다양한 감정이 느껴진다. 시트콤보다 더 재기발랄하게 연출된 몇몇 장면에서 파격적인 분장과 연기도 마다하지 않아 웃음을 자아내기도 한다.

방송 시기가 비슷한 가운데, 극과 극의 역할을 맡아 전혀 다른 모습을 보여줬다. 두 얼굴 모두 성공적이다. 윤박의 다음, 다른 얼굴을 기대하는 이유다.


inout@kukinews.com
인세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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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세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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