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상공인 타깃 ‘네이버 대출’ 진정한 금융 ‘메기’ 될까

소상공인 타깃 ‘네이버 대출’ 진정한 금융 ‘메기’ 될까

저신용 온라인 사업자에게 최대 5000만원·최저금리 연 3.2% ‘파격 대출’
핵심은 ‘신용평가모델’…성공 여부 따라 금융권 대출시장 판도 변할 수도

기사승인 2020-12-03 06:10:01
▲사진=네이버파이낸셜

[쿠키뉴스] 김동운 기자 = 네이버의 금융자회사 네이버파이낸셜이 온라인 사업자 신용대출을 시작한다.

네이버파이낸셜의 신용대출 상품은 온라인 쇼핑몰인 네이버스토어에 입점한 소상공인을 대상으로 진행하는데, 기존 금융권에서 취급하는 소상공인 대출보다 유리한 대출조건·금리를 무기로 내세우고 있어 소상공인 대출 시장의 ‘금융 메기’가 될 수 있을지 주목받고 있다.


저신용 소상공인에게 최저금리 연 3.2%·한도 5000만원…‘금융 사각지대 해소’ 기대
 
3일 금융권에 따르면 네이버파이낸셜은 미래에셋캐피탈과 함께 네이버 스마트스토어 사업자들을 위한 신용대출 상품인 ‘미래에셋캐피탈 스마트스토어 사업자 대출(네이버 대출)’을 출시한다고 밝혔다. 네이버파이낸셜이 지난 7월경 ‘네이버 서비스 밋업’ 기자간담회에서 스마트스토어 사업자 대상 대출을 출시하겠다고 밝힌 지 불과 5개월만에 신 상품이 나온 것이다.

네이버 대출에서 가장 주목할 사항은 대안신용평가시스템(ACSS)이다. 네이버 측은 기존 금융사들이 사용하던 신용평가모델을 기초로 ▲머신러닝 알고리즘 ▲AI ▲빅데이터 처리 기술을 통해 스마트스토어에서 실시간으로 생성되는 각종 데이터를 합산한 ACSS를 통해 금융정보가 거의 없는 스마트스토어 사업자들에게 기존 금융권의 소상공인 대출보다 낮은 금리 및 높은 대출한도를 적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최인혁 네이버파이낸셜 대표가 지난 7월 온라인 소상공인 대출 서비스를 진행하겠다고 밝힌지 약 5개월만에 상품이 출시됐다.

다만 실제 대출은 네이버파이낸셜이 아닌 미래에셋캐피탈에서 실행된다. 네이버파이낸셜은 미래에셋캐피탈의 ‘지정대리인’으로서 대출 심사·중개를 맡고 실제 대출은 미래에셋캐피탈이 최종 허가하는 방식이다.

이에 따라 네이버 스마트스토어 소상공인들이 받을 수 있는 대출 한도는 최대 5000만원이며, 금리는 최저 연 3.2%에서 최고 연 9.9%까지 적용된다. 담보·보증이 없는 경우가 많은 저신용 온라인 소상공인들이 15%~24%에 이르는 높은 금리의 대출상품을 이용하는 것이 일반적인데, 이번 네이버 대출을 통해서 1금융권에서 적용받을 수 있는 수준의 금리를 저신용 소상공인들이 받을 수 있게 된 셈이다.

네이버파이낸셜에서도 신상품 출시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이번 대출 사업의 성공 여부가 향후 네이버파이낸셜이 가진 신용평가모델을 통한 대출시장 확대의 ‘시금석’ 역할이 되기 때문이다. 

네이버파이낸셜 관계자는 “현재는 서비스 초기 단계로 스마트스토어의 일부 사업자에게만 오픈 되지만 ACSS가 실제 시장에서 어떻게 잘 작동하는지 확인 할 수 있을 것”이라며 “이번 스마트스토어 대출을 통해 추후에 사업자들이 대출 상환이 성공적으로 진행되는지 파악한 뒤 자사의 대출 시스템을 더욱 더 고도화 할 수 있을 것이라 본다”고 설명했다.


금융권, 네이버 대출 성공여부 두고 의견 갈려…핵심은 ‘신용평가모델’

네이버 대출 출시를 두고 금융권에서는 의견이 갈리는 모양새다. 기존 금융회사들이 리스크 관리 문제로 인해 대출 상품 출시에 소극적이었던 소상공인 대출 시장을 선점했다는 의의는 있지만, 담보나 보증이 없는 신용대출 상품이기 때문에 위험성 만큼은 여전히 잠재하고 있다는 것이 공통된 의견이다.

한 핀테크 업체 관계자는 “수입이 고정적으로 들어오는 직장인들이 대상이 아닌 매출이 불안정한 소상공인들을 대상으로 저금리 상품을 취급하는 것은 기존 금융사들에게는 리스크 관리나 건전성을 고려한다면 쉬운 일이 아닐 것”이라며 “이같은 대출구조를 이끌어 낸 것은 네이버의 대안신용평가모델인데, 이 신용평가모델이 생각만큼 작동하지 않게 된 다면 네이버는 큰 타격을 피할 수 없을 전망”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다만 국내를 넘어 해외의 경우 알리바바나 아마존과 같은 플랫폼 업체들이 네이버 대출과 비슷한 서비스를 하고 있는 만큼 정교한 신용평가모델을 만들어 냈다면 시장 잠재력만큼은 충분할 것이라 본다”고 덧붙였다.

▲네이버파이낸셜은 대출 상품 출시 이전 '네이버 통장'을 선보이는 등 기존 금융권과 다른 색다른 사업방향을 보여줬다. 사진=조계원 기자

소상공인 대출 시장은 기존 금융권 뿐 아니라 신흥 금융사들이 관심을 가질 만큼 급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나이스평가정보에 따르면 올해 6월 말 기준 개인 사업자 대출 차주가 보유한 대출은 806조3000억원으로 집계를 시작한 이후 처음으로 800조원대를 넘어선 상황이다.

이같은 소상공인 대출 시장 확대에 맞춰 타 핀테크 업체들도 발빠르게 준비를 거듭하고 있다. 카카오뱅크는 신용보증재단중앙회와 손잡고 내년 하반기께 새로운 개인 사업자 대출 상품 출시를 앞두고 있으며, 내년 출범이 예정된 제3 인터넷 은행 토스뱅크도 마찬가지로 소상공인들을 중심으로 ‘중금리 대출’ 공급을 진행하겠다고 사업계획을 밝힌 바 있다.

은행권에서는 네이버파이낸셜의 이번 대출상품 자체가 금융권 내에 큰 파급력을 가져오지는 않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다만 온라인 사업자를 넘어 오프라인 사업자들을 대상으로 시장이 확대될 경우 기존 금융권들도 긴장하게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네이버가 온라인 사업자들을 기반으로 신용평가모델을 고도화하는데 성공하고, 오프라인 소상공인 대출 시장으로 사업영역을 확장하게 된다면 은행이나 저축은행 등 기존 금융사들과의 경쟁이 시작될 것”이라며 “카카오뱅크나 케이뱅크가 처음 출시됐을 때 비대면 신용대출 시장에 큰 변화를 가져왔던 만큼 네이버파이낸셜의 대출 서비스도 이같은 변화를 이끌어 낼 수 있는 파급력이 충분하다”고 말했다.

chobits3095@kukinews.com
김동운 기자
chobits3095@kukinews.com
김동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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