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생보업계 칼 겨눴다…다음은 ‘교보생명’

삼성생명·한화생명 나란히 중징계 ‘기관경고’ 처분…신사업 진출 진통 예상

기사승인 2020-12-08 06:10:12

[쿠키뉴스] 김동운 기자 = 한화생명에 이어 삼성생명까지 금감원으로부터 ‘기관경고’라는 중징계를 받았다. 기관경고 처분을 받게 된 보험사들은 향후 1년간 신사업 진출에 차질을 빚게 되는데, 현재 금감원으로부터 종합검사를 받고 있는 교보생명도 결과에 따라 신사업 진출을 못하게 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를 받고 있다.

8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감독원 제재심의위원회(제재심)는 지난 2일 삼성생명에 대해 ‘기관경고’에 해당하는 중징계 처분을 내렸다. 이와 함께 과징금과 과태료 부과를 금융위원회에 건의하기로 했다.

종합검사 제도는 금융회사를 대상으로 금감원이 경영상태와 법규준수 여부 등을 종합적으로 조사하는 것을 말한다. 지난 2015년 마지막 감사를 진행한 이후 금융회사들의 수검 부담이 크다는 이유로 폐지됐지만, 윤석헌 금감원장이 소비자 보호 강화차원에서 다시 부활시켰다. 금감원은 종합검사 제도를 부활시켰다.

종합검사를 통해 받는 금융사들의 제재 수위는 ▲등록·인가 취소 ▲영업정지 ▲시정명령 ▲기관경고 ▲기관주의를 합쳐 총 다섯 단계로 나뉜다. 이 중 기관경고부터 중징계로 분류되며, 중징계를 받은 금융사들은 향후 1년간 당국의 인가가 필요한 신사업에 진출할 수 없게 되는 패널티를 받게 된다.

삼성생명에 앞서 한화생명도 대주주 거래 제한 위반으로 한화생명에게 기관경고를 내린 바 있다. 금감원은 한화생명이 본사 건물인 서울 여의도 63빌딩에 한화갤러리아면세점을 입주시키며 혜택을 준 점이 특혜가 됐다고 보고 제재를 결정했다.

이처럼 금감원이 종합검사를 삼성생명과 한화생명 두 생보사들은 기관경고 처분을 연달아 받게 되면서 생보업계 1위와 2위에 해당하는 생보사들이 나란히 신사업 진출에 차질을 빚게 됐다. 여기에 더해 삼성생명의 경우 자회사인 삼성카드까지 신사업 진출이 힘들어졌다. 현 신용정보업감독규정에 따르면 대주주가 기관경고 이상의 조치를 받으면 1년간 인허가가 필요한 사업에 진출하지 못하도록 규정돼 있는데, 삼성생명은 삼성카드의 대주주에 해당되기 때문이다.

현재 생보업계의 업황은 불투명한 상황이다. 저금리 기조로 인한 수익성 악화가 예상되는 가운데 마이데이터, 헬스케어 등 신사업 발굴을 통한 수익성 악화를 타개해야 하는 상황에 놓여있는데, 이번 징계를 통해 신사업 진출을 하지 못할 경우 타 업체들보다 뒤처지는 것을 감수할 수 밖에 없다.

삼성생명과 한화생명 두 회사 모두 금감원의 제재에 대해 대응 방향을 검토하겠다고 말하는 등 원론적인 답변에 머물고 있다. 다만 보험업권에서는 두 회사 모두 적극적인 대응에 나설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현재 생보사 뿐 아니라 보험업계 전반적으로 수익성 문제가 점점 심화되고 있다 보니 디지털 전환이나 신사업 진출을 통한 사업 다각화를 적극적으로 진행하고 있다”며 “이런 추세 속 두 회사가 제재를 받았다고 마이데이터나 헬스케어 등 신사업 진출을 포기할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이어 “사업 인·허가와 검사권을 가지고 있는 금융감독원과 정면으로 맞서는 것은 부담스러울 수 있겠지만, 향후 각 생보사의 미래를 생각한다면 추가적인 행정소송의 가능성 또한 빼놓을 수 없다”고 덧붙였다.

현재 금감원은 업계 3위인 교보생명의 종합검사를 진행하고 있다. 교보생명 역시 종합검사와 제재심 결과에 따라 신사업 진출이 무산될 수 있어 예의주시하고 있는 상황이다.

금감원은 교보생명 종합검사에서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과 재무적 투자자(FI) 간 소송이 소비자들에게 미칠 영향에 대해 집중 점검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신 회장과 어피니티 컨소시엄 등 FI는 풋옵션 행사와 관련한 중재소송을 벌이고 있는 상황이다.

금감원은 현재까지 교보생명의 사전 자료 제출과 현장검사를 모두 마친 상태다. 이후 금감원 내부적으로 위규 사항을 검토하고 조치안을 작성 후 내년 상반기 이전 종합검사 결과가 발표될 것으로 예상된다.

보험업계에서는 금감원이 종합검사를 부활시키며 당초 약속했던 ‘컨설팅’ 형식의 검사가 아닌 ‘먼지털기’식 검사가 재개되는 것이 아니냐고 지적하고 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금융사들이 받게 되는 제재심의 경우 1심으로 끝나기 때문에 사실상 판결이 나오면 그대로 확정된다고 봐야 한다”며 “특히 삼성생명의 경우 최근 대법원에서 무죄판결이라는 판례를 내렸음에도 불구하고 금감원은 제재를 강행한 것을 보면 제재심의 결정을 뒤집기란 힘들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같은 무거운 제재심이 계속해서 이어진다면 금융사들은 금융당국에 종속될 수 있다는 걱정도 든다”고 덧붙였다.

chobits3095@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