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달 초 일부 시중 은행들은 일부 신용대출 상품의 우대금리를 낮춰 사실상 대출 금리를 상향조정했다. 우리은행은 최근 일부 신용대출 상품의 우대금리를 고객층과 상관없이 낮췄다.
최근 비대면 신용대출 비중이 커지고 있는 카카오뱅크도 직장인과 고신용자 대상으로 한 대출금리를 상향조정했다. 이에 따라 직장인 신용대출 최저금리는 기존 2.23%에서 2.33%로, 마이너스통장 대출 최저 금리는 2.58%에서 2.83%로 각각 올라간다. 이 밖에 인터넷 전문은행 케이뱅크도 신용대출 금리 인상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금융당국이 신용대출 규제를 강화하고 나선 것과 발맞춰 은행들이 대출금리 인상, 우대금리 하향조정한 것으로 분석된다.
문제는 시중은행의 신용 대출 규제 대상을 고소득층을 타깃으로 한다는 것이다. 중소상인과 비교해 상환능력이 높은 이들의 대출을 규제한다는 것은 아이러니하다는 지적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금융당국의 대출규제는 은행의 건전성 규제 수단인데 현재 규제 대상으로 삼은 이들은 상대적으로 신용도가 높고 상환 가능성이 높다”며 “상환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낮은 중소상공인 대출 규제나 이자 상환 규제를 완화하는 것과 대조적”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결국 이는 은행의 건전성을 위한 것이라기 보다 부동산 규제 강화를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시중은행 대출 규제 강화가 카드, 캐피탈, 저축은행 등 고금리 대출로 이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앞서 금융감독원은 지난 10월 은행권 전체의 신용대출 증가폭을 월 평균 2조원대로 묶었다. 고소득자들이 신용대출이 급증할 경우 금융시장에 부담을 줄 수 있다는 것이 주된 이유에서다.
결국 기존 은행들이 대출 문턱을 높아지자 결국 금융소비자들은 금리가 높은 캐피탈, 카드사, 저축은행으로 옮겨가고 있다. 이 같은 현상은 지표로 나타났다. 한국은행이 지난달 말 발표한 ‘3분기 가계신용’에 따르면 3월 말 저축은행 가계대출 잔액은 29조5913억원으로 2003년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현재 정부의 정책 방향으로 은행의 건전성 보다는 오히려 부동산 규제 강화에 초점을 맞춰져 있다”며 “오히려 고금리 대출은 리스크 측면에서 더 크다는 점이 간과해서는 안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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