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내년에도 글로벌 경기회복세가 부진할 경우 국내외 실물충격으로 국내기업의 재무건전성이 저하되고 신용 및 유동성 위험이 더욱 증대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또한 내년 3월 정부의 금융지원 조치 중 일부가 종료될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기업의 경영활동 및 채무상환능력에 대한 리스크 요인은 여전히 잔존해 있는 상황이다.
한국은행이 24일 공개한 '금융안정 상황(2020년 12월)'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국내 기업의 매출액은 마이너스(-) 7%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 1998년 외환위기(-2.8%),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2.4%) 보다 크게 하회한 수준이다.
특히 업종별로 매출 증감 폭은 크게 희비가 엇갈렸다. 이 가운데 숙박음식 업종은 전년 대비 40.7% 감소했고, 이어 항공(-38.7%), 석유화학(-19.8%), 조선(-18.6%) 등의 매출액 감소가 두드러졌다. 반면 정보서비스(+5.9%), 기계장비(+3.9%), 전기전자(+1.1%) 등의 업종에서는 비대면 소비라는 사회경제적 변화로 인해 양호한 실적을 기록했다.
코로나19 여파에 따른 기업들의 재무건전성은 상대적으로 충격이 제한적이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이자보상배율 및 부채비율은 각각 3.5배 81.1%로 외환위기(1.0배, 339.2%)와 금융위기(3.1배, 109.8%)에 비해 양호한 수준을 기록했다. 경제성장률(IMF 전망치)도 -1.9%로 주요국 평균(-5.9%)에 비해 하락 폭이 크지 않다. 이자보상배율(4.0배)이 대부분의 국가보다 높았으며, 부채비율(111.7%)은 주요국 가운데 가장 낮은 수준을 나타냈다
또한 기업의 유동성도 정책당국의 지원으로 양호한 상태인 것으로 확인됐다. 2020년 상반기 기준 기업의 유동성 부족규모는 5000억원, 유동성 부족기업 수 비중은 2.4%로 전년동기 기준(2000억원, 1.4%) 소폭 증가했다. 다만 정부의 지원대책이 없었다면 유동성 부족규모는 5조9000억원, 유동성 부족기업은 5.8%로 급증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한국은행은 추정하고 있다.
업종별로 보면 대기업이 전체 유동성 부족의 79.3%를 차지하였으며, 업종별로는 항공(2000억원), 숙박음식(1000억원)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한국은행은 “현재 지표상으로 보면 양호한 것으로 보이지만 리스크 요인은 남아있다”고 지적한다. 한국은행은 “내년 중 기업의 매출액 변동에 따른 재무건전성변화를 시나리오별로 살펴보면 기본 상황 하에서는 대체로 개선되겠지만 코로나19 장기화에 따른 비관적 상황이 온다면 올해 보다 더 악화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한국은행은 “기업 실적이 점진적으로 회복되는 기본 시나리오 하에서도 정부의 금융지원 조치가 중단될 경우에는 유동성 부족규모가 4조원에 달하고 적지 않은수(5.1%)의 기업이 유동성 부족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기업 실적개선이 지연되는 비관적 상황에서 금융지원액이 모두 회수되면 유동성 부족규모가 7.7조원(유동성 부족기업 수 비중7.0%)까지 늘어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중장기적으로 생존 가능성이 낮은 자본잠식 기업의 비중은 올해(2.0%) 보다 2.5~2.7%까지 상승할 수 있다”며 “이를 감안할 때, 금융지원 조치를 전면 종료하는 것은 기업의 경영활동을 제약할 소지가 크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금융지원 조치가 지나치게 장기간 지속될 경우에는 자칫 기업 구조조정을 지연시키고 금융자원의 효율적 배분을 저해할 우려도 있다”며 “따라서 향후 금융지원 조치는 기업의 재무건전성 및 업황 개선속도 등에 맞추어 점진적으로 정상화해 나가는 하고, 장기 존속 가능성이 높은 기업들을 중심으로 선별적인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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