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vN ‘더 지니어스’·‘대탈출’ 시리즈 등을 만든 정종연 PD는 뉴스로 접한 이 사건이 오래도록 머릿속에 남았다고 한다. ‘여고생 어벤저스’로 불린 다섯 학생들과 시민들을 보며, 그는 생각했다. ‘세상을 바꾸는 건 대단한 능력을 보유한 사람들이 아니라, 선한 마음과 의지를 가진 사람들’이라고. “오히려 ‘연약한 존재’로 여겨지는 ‘여고생’들이 그런 행동을 두려움 없이 했다는 점이 사람들의 이목을 끌었던 것 같아요. 그냥 그런 그림이 좋았어요. 기대하지 않았던 사람들한테 도움을 받게 되고, 단지 선한 마음과 의지만으로 영웅이 되는 사람들이요.” 최근 쿠키뉴스와 서면으로 인터뷰한 정 PD가 들려준 얘기다.

“추리반 학생들이 교사들에게 적극적인 액션(폭력적인 방식)으로 대응할 수 없고, 경찰에 신고하는 방식으로 싱겁게 끝낼 수도 없었어요. 모든 추리가 끝난 후에도 추리반 학생들이 문제 해결을 위해 취할 수 있는 행동들이 아주 제한적이었죠. 그런 개연성에 관한 어려움이 출연자의 입을 통해서 나온 장면이 있어요. 비비가 ‘(어른들 없이) 우리가 해낼 수 있을까?’라고 말한 장면이었죠. 제작진이 가장 걱정하고 심사숙고한 부분이었데, 비비가 그 고민에 동의했다는 점에서 좋았습니다. 리얼리티도 더욱 살아났고요.”
추리반 학생들의 힘은 ‘연대’에서 나왔다. 내 손을 잡아주는 누군가의 존재가 그들을 강하게 만들었다. 정 PD는 “출연자들이 빨리 친해지기만을 바랐다. 출연진 전원의 ‘케미’(궁합)가 중요했기 때문”이라면서 “첫 녹화 때부터 친밀감이 빠르게 형성돼 다행스러웠다”고 말했다. 탄탄한 팀워크는 제작진도 놀랄 만한 결과를 만들어냈다. 나애리의 휴대전화를 발견한 추리반이 동아리실에 모여 사건 전말을 추리하는 장면에선, 제작진이 감탄을 터뜨렸을 정도였다고 한다. 정 PD는 “이후 동아리실 문을 두들기는 소리에 출연자들 반응이 극적으로 나오려면, 그 추리의 정확성이 꽤 중요했다. (추리가 잘 맞아떨어져서) 내심 기뻤다”고 돌아봤다.

첫 시즌을 마무리한 ‘여고추리반’은 지금 멤버 그대로 시즌2로 돌아온다. 방송 8회 만에 ‘대탈출3’ VOD 시청자 수를 넘긴데다가, 티빙 유료 시청자 증가에도 크게 기여한 덕분이다. 정PD는 “플랫폼에 들어오게 만드는 콘텐츠가 있고, 그곳에 머물게 만드는 콘텐츠가 있다. 제 콘텐츠는 전자에 해당한다고 티빙은 판단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일각선 ‘여고추리반’이 ‘대탈출’ 시리즈와 세계관을 공유한다는 추측도 나온다. ‘머리가 좋아지는 녹색 알약’이 두 프로그램 모두에서 언급된다는 이유에서다. 정 PD의 속셈은 뭘까. 직접 물었더니, 이런 답이 돌아왔다.
“뭔가를 암시하는 떡밥이 있다면, 제가 특별히 거들지 않더라도 시청자 여러분들이 알아서 잘 찾아내 주실 거라고 생각합니다.^^”
wild37@kukinews.com / 사진=티빙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