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김동운 기자 = 보험 가입자들이 보험사들을 상대로 제기한 민원들을 생명·손해보험협회가 처리할 수 있도록 하는 ‘보험업법 개정안’이 발의되면서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법안 취지는 금융소비자보호법(금소법) 시행에 맞춰 빠른 민원처리를 위해 금감원의 보험 민원·분쟁을 각 협회로 이관하자는 것이지만 금융소비자단체들은 사실상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기는 격’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21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김한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보험협회가 민원처리 및 분쟁의 자율조정과 상담업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업무근거를 마련한 보험업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김 의원은 “보험은 상품구조나 판매단계가 복잡해 소비자 민원이 지속 증가하고 있으며, 2019년 보험 관련 민원은 전체 금융민원의 62%를 차지하고 있다”며 “보험 각 협회에 보험민원 처리 및 분쟁 자율조정 업무와 기타 상담업무를 수행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 금융 민원중 다수를 차지하는 보험관련 민원 및 분쟁을 보다 신속하게 처리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고자 한다”고 법안 발의 취지를 설명했다.
보험업계는 해당 법안이 통과될 경우 금감원의 분쟁조정국은 이해충돌이 큰 사건에 집중하고 상품 이의제기 등 간단한 민원 등은 협회로 이관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같은 보험업법 개정안에 대해 금융소비자단체에서는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기는 격’이라고 반발했다. 금융소비자연맹은 “고객이 보험사를 신뢰하지 못해 정부기관인 금감원에 민원을 제기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보험민원 업무를 보험사 이익단체인 협회로 넘긴다는 것은 소비자를 보호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포기하겠다’는 것과 다를 바 없다”고 지적했다.
여기에 각 협회가 보험사의 회비를 받아 운영되고 있는 만큼, 보험민원을 처리하는 것에 대해 공정성 의문을 가질 수 밖에 없다는 것이 소비자단체의 의견이다.
실제로 생명보험협회와 손해보험협회의 정관을 살펴보면 두 협회 모두 회원사들의 ‘공동이익 증진’을 위한 목적으로 설립됐다고 나와있다.
손보협회의 경우 제 2조(목적)에 “협회는 회원의 공동이익 증진과 회원 상호간의 업무질서를 유지하고 손해보험업의 건전한 발전에 기여함을 목적으로 한다”고 밝혔으며, 생보협회는 “생명보험협회는 회원사의 공동이익 증진과 회원 상호간의 업무협조 유지”가 설립 목적임을 명시했다.
금융소비자연맹 배홍 보험국장은 “현재 발의된 보험업법 개정안은 민원 발생의 원인인 보험사의 이익단체인 보험협회에게 민원을 넘기는 말도 안되는 상황을 만들려는 것”이라며 “이해상충 소지가 있는 민원을 이관한다는 부분도 자의적으로 해석할 여지가 얼마든지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보험업법 개정안을 발의한 김 의원은 보험협회는 보험사의 이익단체가 아니라 자율규제기관이라고 반박했다. 보험협회는 보험업법에 의해 설립된 법상 조직이며, 협회의 업무는 법에 구체적으로 명시돼 있다는 것이다.
다만 김 의원은 소비자들의 반발에 대해 공감한다는 의견을 냈다. 그는 “보험협회에 대한 소비자단체의 오해는 보험협회가 자초한 측면이 있을 것”이라며 “개정안의 취지대로 보험관련 민원 및 분쟁을 보다 신속하게 처리하기 위해서는 보험협회가 소비자 권익보호에 더욱 집중해 소비자의 신뢰를 높여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법안 심의과정에서 일부 소비자단체의 우려 의견을 반영하여 금융소비자의 권익을 보호하는 데 만전을 기하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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