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최은희 기자 =강제동원 피해자들이 일본 기업 16곳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 소송 1심 선고가 다음 달 10일 진행된다. 일본 기업들은 선고기일을 늦춰달라고 요구했지만,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28일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34부(부장판사 김양호)는 송모씨 등 85명이 스미세키홀딩스(전 스미모토 석탄광업), 일본제철(전 신일철주금), 닛산화학 등 16개 일본기업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 첫 변론기일을 진행했다. 소송제기 이후 6년 만이다.
이날 재판부는 “이 사건은 지난 2015년 5월 소가 제기됐고 서면 조서도 양측에 다 송달이 됐다”며 “변론을 종결하고 다음달 10일 이 사건에 대한 선고를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각 일본 기업의 소송대리인들은 “선고기일을 늦춰달라”고 반발했다. 이들은 “아직 원고 측 주장이 입증되지 않았다”, “첫 기일에 결심될 줄 예상하지 못했다”, “대법원 법리는 끝났어도 이번 사건은 사실관계에 대한 주장이 부실하다”며 추가 변론기일 지정을 요구했다.
이에 피해자측 소송대리인은 “그동안 충분히 기회가 보장됐는데 왜 이제 와서 대응을 하느냐”며 “관련 서류는 충분히 제출했다”고 응수했다.
피해자측은 추가 자료를 제출하겠다고 요청했다. 피해자측 소송대리인은 “기존에 제출한 자료 이외에 국가기록원에 일본이 작성한 노동자 조사결과 문서송부 촉탁을 했다”고 말했다. 강제동원 사실을 입증하기 위해 관련 자료를 보완하겠다는 취지다.
재판부는 양측의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이 사건이 우리가 담당하는 사건들 중 가장 오래됐다. 대법원에 2번이나 갔다 온 사건”이라며 “원고 측 주장은 이미 입증됐고 사실관계를 정리할 자료도 충분하다”고 선을 그었다.
재판이 끝난 직후 법정 안에는 고성이 오갔다. 강제동원 피해자와 유족은 분노를 표출했다. 일본 기업 대리인들을 향해 “일본 앞잡이들”, “양심이 있다면 부끄러운 줄 알아라”, “누굴 변호하는 거냐. 정의를 보여주겠다”고 불만을 드러냈다.
강제동원 피해자들이 다수의 일본 기업을 상대로 소송을 낸 경우는 이번이 처음이다. 피해자들은 “태평양전쟁 중 일본 본토 공장에 강제동원됐다”며 일본제철 등 17개 일본 기업을 상대로 2015년 5월 소송을 제기했다. 피해자들이 청구한 손해배상금 총액은 86억 원이다.
일본 기업들은 무대응으로 일관했다. 일본 기업들이 재판에 계속 불응하자 재판부는 지난 3월 공시송달로 첫 변론기일을 지정했다. 공시 송달은 소송 상대방이 서류를 받았다는 사실 확인이 어려운 경우 법원 게시판이나 관보 등에 관련 내용을 실어 당사자에게 전달된 것으로 간주하는 제도다. 이에 일본 기업들은 뒤늦게 국내 변호사를 소송대리인으로 선임해 대응에 나섰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2018년 고(故)여운택씨 등 강제동원 피해자 4명이 일본제철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받아들여 1인당 1억 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서울중앙지법에는 현재 19건의 강제동원 피해자들이 일본 기업들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이 진행 중이다. 이날 재판은 역대 강제동원 피해 소송 가운데 사건 규모가 가장 큰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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