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임오경 더불어민주당 의원(국회문화체육관광위)
‘엄마 사랑해. 그 사람들 죄를 밝혀줘’라는 마지막 메시지를 남기고 22살의 젊은 청춘 최숙현 선수가 가슴 아프게 우리 곁을 떠난 지 지난 26일로 1년이 되었다.
故 최숙현 선수는 잔인하고도 상습적인 폭력과 학대를 세상에 알리고 벗어나기 위해 노력했지만 승산 없는 싸움만을 하다가 끝내 숨지고 말았다. 그러나 그 이후 최 선수의 안타까운 죽음에 대한 진실을 밝히려는 국민적 관심을 기반으로 체육계와 언론, 정부 그리고 국회가 나서 함께 노력했고 재발 방지를 위한 다양한 제도들이 만들어졌다.
이후 1년여 동안 과연 이러한 대책들이 현장에서 잘 실행되고 있는지 체육계의 뿌리 깊은 악습과 잘못된 관행들은 정말 사라져가고 있는 것인지도 다시 살펴봐야 할 시점이다.
되짚어보면 체육계 미투 등 성폭력 이슈가 한참 논의됐던 지난 2018‧2019년 무렵의 20대 국회에서는 최근 10년 이래 가장 많은 체육계 성폭력, 폭력 근절 법안이 발의된 바 있다. 가해자에게는 불이익을, 피해자에겐 지원을 강화하고 ‘엘리트 체육 시스템’을 포함한 체육계 병폐 해소 방안들이 담겼다.
누가 봐도 완벽해 보이는 법‧제도들이 만들어진 후 그것의 수혜를 가장 많이 받아야 했을 故 최숙현 선수는 아이러니 하게도 아무도 들어주지 않는 안타까운 절규만을 남기고 세상을 떠난 것이다. 이러한 역설의 당사자는 故 최숙현 선수 뿐만이 아니다. 법 개정 이후로도 스포츠 분야의 성폭력, 폭력 등의 많은 여성피해자들은 침묵하거나 피해를 폭로한 뒤 체육계를 떠나야 했다.
우리 사회는 어떠한 사건이 발생하면 그 사건의 실체적 진실을 규명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인다. 그리고 많은 진실들이 규명된다. 故 최숙현 선수의 부친은 최근 한 인터뷰에서 “언론과 정부기관의 노력으로 숙현이 죽음을 둘러싼 진실이 어느 정도 밝혀졌다고 생각한다”라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진실을 밝혀내는 데는 많은 노력을 기울이지만 재발의 방지에는 진실규명 만큼의 노력과 열정이 부족한 경우도 많다. 이제는 재발 방지를 위한 실행에 무게중심을 두어야 할 때이다.
시스템이 갖추어졌다고 안심할 것은 아니다. 경영학에서의 제도화 이론(Institution Theory)에 따르면 변화와 혁신을 위해서는 다소 미흡한 제도라도 지속적으로 운영하고 점검해야 그 효과가 나타난다고 한다. 즉 ‘제도’보다는 ‘제도화’를 위한 노력이 더 중요한 것이다.
최 선수가 우리에게 하고 싶었던 말은 단순히 ‘그 사람들’의 죄를 밝혀달라는 것만은 아니었을 것이다. 지금도 어디선가 신음하고 있을 제2, 제3의 피해자들이 나타나지 않도록 세상을 바꾸어 달라는 것, 밝고 건강한 스포츠 세상을 만들어 달라는 것 바로 그것이 최 선수가 우리에게 그토록 던지고 싶어 했던 메시지였을 것이다.
최숙현 선수에 대한 미안함은 국회 문체위에서 스포츠폭력을 방지하기 위한 다양한 입법제도들이 만들어지는 열정으로 승화되었다. 다시 한번 故 최숙현 선수와 유족들에게 진심 어린 위로의 말씀을 전한다. 선배 체육인으로서 또 국회의원으로서 말이 아닌 행동으로 재발 방지를 위한 정책을 만드는데 최선의 노력을 해나가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