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이준범 기자 = 무료라고 생각했지만, 그렇지 않았다. 스스로의 의지라고 생각했지만, 그 역시 아니었다. 밤마다 어떤 글을 읽고 얼마나 오래 머무르며 어떤 글에 반응했는지 모두 수집되고 있었다. 사용자라고 생각했던 나는 상품이었고, 실험쥐였다.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소셜딜레마’가 전하는 충격적인 이야기다.
‘소셜딜레마’는 우리가 자주 사용하는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트위터, 유튜브 등 SNS에 대해 몰랐던 어두운 면을 이야기하는 다큐멘터리다. 유명 SNS 기업에서 근무했고, 자신들도 SNS에 중독됐던 실리콘 밸리 출신 기업가들과 학자들이 등장해 자신들이 일했던 것과 느낀 점을 인터뷰 형식으로 전한다. 누구보다 잘 안다고 생각했던 SNS가 실제로는 어떤 구조로 운영되고 무엇을 추구하는지, 이로 인해 어떤 문제가 발생하고 원인과 대안은 무엇인지 차례대로 설명한다.
‘소셜딜레마’는 SNS라는 독특한 서비스가 정확히 무엇인지 해부한다. 각 기업들이 수익 창출을 위해 SNS를 어떻게 발전시켜왔고, 어떤 일을 했는지 알려준다. 충격적인 건 이용자를 대하는 태도다. 한 번 물건을 사면 다음에 살지 말지 결정할 수 있는 소비자였던 사람들은 SNS에서 더이상 소비자가 아니다. 무료의 함정에 빠져 고객이 아닌 상품이 된 시스템이란 걸 알면 우릴 둘러싼 세상이 다르게 보인다. 거기에 계속 중독되게 하는 다양한 기술들이 어떻게 적용되는지 설명하는 데 이르면 SNS 위험성을 인식하게 된다. 몰랐던 것을 보여주는 걸 넘어 내가 서 있는 곳이 다른 장소였다는 걸 일깨워주는 메시지가 ‘소셜딜레마’의 가장 강력한 무기다.
다소 복잡하고 개념적일 수 있는 내용을 96분 동안 지루하지 않게 채우는 점도 인상적이다. SNS는 손에 잡히는 물건이 아닌 온라인상에 존재하는 인터넷 페이지인 만큼 시각적으로 보여주는 것에 한계가 있다. ‘소셜 딜레마’는 조금씩 이어지는 드라마와 일러스트 이미지 등을 활용해 인물들의 이야기를 형상화해서 보여준다. 자칫 공익 광고처럼 단순할 수 있는 드라마 장면들이 여러 인터뷰 내용에 잘 녹아들어 시청자의 이해를 돕는다. 충격적인 내용을 강조하고 자극적인 이야기를 내세우는 대신, 차분하게 메시지를 전달하는 내러티브도 눈에 띈다.
‘소셜 딜레마’는 지금 현재의 이야기인 동시에 미래의 이야기다. 가장 친숙하지만, 아무것도 모르는 SNS를 앞으로도 이용할 계획이라면, 영화 ‘매트릭스’에서 불편한 진실에 눈을 뜨게 하는 빨간 알약을 먹는 기분으로 ‘소셜 딜레마’를 재생해보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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