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어지는 한동훈 ‘침묵’에…친윤계 “당원게시판 의혹, 끝까진 못 뭉갤 것”

길어지는 한동훈 ‘침묵’에…친윤계 “당원게시판 의혹, 끝까진 못 뭉갤 것”

한동훈 "자중지란 빠질 때 아냐"
당원게시판 작성자 가족 여부는 즉답 피해

기사승인 2024-11-22 10:56:12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 연합뉴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당원게시판’ 수렁에 갇혔다. 논란의 핵심인 ‘가족 연루’ 여부를 명쾌하게 해명하지 못하고 있는 탓이다. 친윤석열계는 한 대표의 개운치 않은 해명이 논란을 키운다며 공세 수위를 높이고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사법리스크로 잠시 가라앉았던 당 내분이 재점화하는 양상이다.

발단은 지난 5일이다. 한 보수 유투버가 “한동훈 대표와 그의 아내 등 일가(一家) 7명 이름으로 윤석열 대통령 내외를 비난한 글이 다수 올라왔다”고 주장하면서 급속도로 의혹이 퍼져나갔다. 국민의힘 당원 게시판은 실명 인증을 거친 당원들만 글을 쓸 수 있다. 작성자 이름은 익명 처리되고 ‘한**’과 같은 형태로 성만 노출된다. 하지만 최근 전산 오류로 작성자 이름을 넣고 검색했을 때 해당 이름의 당원이 작성한 글을 전부 볼 수 있는 전산오류 사태가 발생했다.

‘한동훈’으로 작성된 글 중에는 김건희 여사를 거론하며 “개 목줄 채워서 가둬 놔야 돼”라거나 “(대통령은) 범죄 마누라 살리려고 당과 당원을 팔아먹었다”는 식의 원색적인 표현이 담겼다. 국민의힘은 당원 가운데 “한동훈이라는 동명이인이 8명”이라며 글쓴이가 한 대표가 아니라고 부인했다. 

한동훈 대표는 21일 관련 의혹에 대해 “위법이 있다면 당연히 철저히 수사되고 진실이 드러날 것”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다만 가족을 언급한 질문에는 “불필요한 자중지란에 빠질 건 아니다”라며 즉답을 피했다. 이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위증교사 1심 선고가 중요한 시기에 건건이 대응하지 않는 이유는 그렇게 돼서 다른 이슈를 덮는 게 적절하지 않다는 당대표로서의 판단 때문”이라고 부연했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 윤석열 대통령. 연합뉴스

정치권 안팎에서 의혹은 커지고 있다. 한 대표는 그간 자신과 주변을 둘러싼 의혹에 대해 즉각적인 대응을 해 왔다. 이번 논란에 대한 방어적 태도는 평소 스타일과 차이가 크다.

친윤계 인사들은 일제히 한 대표 압박에 나섰다. 당무 감사를 통해 신속하게 진상을 규명하자는 주장이다. 친윤계인 김재원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22일 “내부 분란은 당원 게시판 문제를 해결하지 않기 때문에 일어나고 있다. 끝까지 뭉개고 넘어갈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라며 “한동훈 대표가 적어도 이재명 대표 위증교사 사건 선고(25일) 전 주도적으로 깔끔하게 해결해야 내부 분란이 사라질 수 있다”고 요구했다. 

친윤계로 분류되는 장예찬 전 최고위원도 21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한 대표가 당원게시판 논란에 대해 입장조차 밝히지 않는 것은 정치인으로서 너무나 무책임하고 비겁한 침묵”이라며 날을 세웠다. 이어 “최근 한 대표가 이 사안에 대해 기자들의 질문을 피하다 보니 '런동훈'이라는 별명까지 나온다”며 서둘러 입장을 밝히라고 촉구했다. 

친한계는 경찰 수사가 진행 중인 상황에서 추가적인 조사는 당력 낭비라고 맞서고 있다. 서범수 사무총장은 21일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한 대표의 가족은 당무감사의 대상이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당헌당규에 따르면 일반 당원은 당무감사 대상이 아니라는 이유에서다. 서 사무총장은 “한 대표 가족들은 공인이 아니지 않나. (의혹이) 맞는지 아닌지도 모르는데 그걸 가지고 어떤 사람이 뭘 썼는지 뒤져볼 수가 있겠나”라고 일축했다.

신지호 전략기획부총장도 같은 날 라디오 ‘전종철의 뉴스레터K’에 나와 “당 일부 인사가 외부세력의 정치적 분탕질에 부화뇌동하는 게 아닌가 안타깝다”며 “당무감사는 당원인지 아닌지 여부를 외부에 공표하는 것에 대해 정당법 등 현행법 위반 소지가 있기 때문에 경찰 수사가 신속하게 이뤄지고 그 결과를 차분하게 지켜보면 되는 문제”라고 했다. 진종오 최고위원도 이날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결국은 수사를 하는 게 답이고, 당무감사를 해야 한다는 것은 오히려 우리 당의 에너지 낭비가 아닌가”라고 언급했다. 
최은희 기자
joy@kukinews.com
최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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