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노키오 증후군 때문에 거짓말을 하면 들통이 나는 최인하(박신혜), 거짓 이름으로 살아가는 최달포(이종석), 재벌 2세 서범조(김영광), 아이돌 사생팬 출신의 유래(이유비). 피노키오는 이 네 사람을 중심으로 한 청춘 성장 멜로드라마로, 이들이 기자로 사회에 첫발을 내딛어 진실을 좇는 사회부 기자로 성장하는 치열한 과정이 펼쳐진다. 특히, 인하는 딸국질을 멈추기 위해서는 늘 진실만을 말해야 한다. 이것이 바로 진실만을 전해야하는 기자가 지녀야 할 투철한 직업정신을 ‘피노키오 증후군’으로 표현한 이유다. 그러나 달포가 가족을 잃은 것은 인하의 어머니 송차옥(진경) 기자의 거짓 보도 때문이므로, 팩트(진실)보다는 임팩트(보도효과)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기자들의 잘못을 보여준다. 이는 “기자의 거짓말이 대중의 눈을 멀게 할 만큼 위험하다”는 드라마의 기획의도에서 엿볼 수 있다.
인간을 ‘호모 로퀜스(Homo Loquens, 언어적 인간)’라 하는데, 인간은 말로 소통하기 때문이다. 사람의 말이 얼마나 소중한지는 ‘品’(물건 품․품수 품․평할 품)자에서 알 수 있다. 입 세 개로 구성된 ‘品’자는 ‘여러 사람’(the crowd)이 본 뜻이었으나, 여러 계층의 사람이 모였다는 데서 ‘품계’(등급; grades)의 뜻, 또 여럿이 모여 옳고 그름을 따진다는 데서 ‘품평’의 뜻도 된다. 따라서 좋은 말이란 상대를 배려하는 말이며, 말을 잘못하면 칼이 되지만 말을 잘 쓰면 천 냥 빚도 갚는다. 따라서, 말이 ‘사람의 품격’(人品)을 가늠케 한다.
도스토예프스키는 '죄와 벌'에서 “거짓말은 모든 유기체에 대한 인간의 유일한 특권이다”라고 하여 거짓말은 인간만이 할 수 있다고 하였다. 아리스토텔레스는 “거짓은 비열하고 비난받을 만하지만 진실은 고귀하고 칭찬받을 만하다”고 함으로써, 거짓말을 경계하였다. 나아가 중세의 신학자 성 아우구스티누스는 “거짓말은 어떤 경우에도 허용될 수 없다”고 주장하면서, 거짓말을 여덟 가지 유형으로 구분하였다.(필립 커 편저, '역사적인 거짓말', 한국경제신문사, 1993, pp.56~58.)
① 용서받을 수 없는 거짓말로, 종교적인 가르침에서 어떤 경우라도 피해야 하는 거짓말. ② 부당하게 누군가에게 해를 입히는 거짓말로, 아무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 거짓말. ③ 한 사람에게 이익을 주는 반면 다른 사람에게 해를 끼치는 거짓말. ④ 거짓말 및 기만 자체의 즐거움 때문에 하는 거짓말, 즉 진짜 거짓말. ⑤ 매끄러운 화술로 다른 사람을 즐겁게 만들기 위한 거짓말. ⑥ 아무에게도 해가 되지 않고 누군가에게 이익을 주는 거짓말. ⑦ 아무에게도 해가 되지 않고 누군가에게 이익을 주는 거짓말이지만, 재판관이 질문을 하는 경우에는 제외된다. ⑧ 아무에게도 해가 되지 않으며, 적어도 물리적인 어지럽힘으로부터 누군가를 보호하는 정도의 도움이 되는 거짓말.
이러한 유형을 살펴보면 거짓말도 때로는 필요할 수도 있으며, 거짓말이 역사를 뒤바꾼 경우도 있다. ‘스파르타 군이 철수하면서 아테네 여신에게 바치는 선물’이라 적힌 ‘트로이 목마’ 때문에 10년간의 트로이전쟁에서 승리한 스파르타, ‘서동요’를 통하여 절세미인 선화공주와 결혼한 무왕, 연합군이 노르망디가 아닌 파드칼레로 상륙한다는 거짓말을 흘려 승리한 ‘노르망디 상륙 작전’ 등이다.
이 드라마의 주인공 ‘박신혜’는 다음과 같이 말하였다. “이 드라마가 말 한마디로 사람을 살리고 죽일 수도 있는 상황을 그렸잖아요.…어떤 사실을 객관적인 시선으로 바라보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가를 많이 생각하게 됐어요. 어떤 사건을 사실적으로 대중에 전달하는 일을 연기로 표현하기 어렵더라고요. 그러나 본인의 솔직한 감정을 상대가 기분 나쁘지 않도록 이야기하는 인하 모습이 잘 그려졌다고 생각한다.” 객관적으로 사실을 파악하여 거짓 없이 말로 전달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잘 표현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