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법 형사1단독(부장판사 홍창우)는 16일 강요미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 전 기자와 공범으로 함께 기소된 후배 백모 기자에게 모두 무죄를 선고했다. 지난해 8월 기소 이후 약 11개월 만이다.
이 전 기자는 신라젠 대주주였던 이철(56) 전 밸류인베스트코리아(VIK) 대표에게 신라젠 관련 혐의로 더 무거운 처벌을 받게 할 것처럼 위협해 여권 인사의 비리 정보를 진술하게 하려다 미수에 그친 혐의로 기소됐다.
이 전 기자는 지난해 2-3월 이 전 대표가 수감된 구치소에 다섯 차례 편지를 보내고 이 전 대표의 대리인인 지모씨를 세 차례 만났다. 서신에는 ‘추가 수사로 형이 더해진다면 대표님이 75살에 출소하실지, 80에 나오실지도 모를 일’, ‘가족의 재산까지, 먼지 하나까지 탈탈 털어서 모두 빼앗을 가능성이 높다’는 내용 등이 있었다.
재판부는 “이 전 기자가 ‘신라젠에 대한 강도 높은 수사’ 등의 내용을 언급했지만, 이것만으로 검찰과 구체적으로 연결돼있다거나 신라젠 수사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피해자에게 인식하게 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시했다.
다만 재판부는 “공신력 있는 언론사 기자가 특종 욕심으로 수감 중인 피해자를 압박하고 가족 처벌 가능성을 언급하며 필요한 정보를 얻으려 했고, 선처 가능성을 거론하며 회유하려 했다”며 “명백한 취재윤리 위반이고 도덕적 비난을 받아 마땅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언론의 자유는 우리 사회의 최후 보루인 만큼 취재 행위를 형사처벌하는 것은 신중해야 한다”며 “잘못을 정당화하거나 면죄부를 주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명심하고, 피고인들이 이번 사건을 계기로 사회적 약자를 보호하고 진실과 정의를 쫓는 참된 언론인으로 거듭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검찰은 이 전 기자가 자신이 검찰 고위층과 긴밀히 연결돼 있다고 암시하며 여권 인사들의 비리 정보를 진술하지 않으면 이 전 대표와 가족들이 무거운 처벌을 받게 될 것이라 협박한 것으로 판단했다. 앞서 검찰은 지난 5월 결심 공판에서 이 전 기자에게 징역 1년6개월, 백 기자에게 징역 10개월의 실형을 각각 구형했다.
이 전 기자 무죄판결에 검찰은 ‘항소를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서울중앙지검은 이날 판결 선고 직후 입장문을 내고 “판결문을 면밀히 분석해 향후 항소 제기 여부 등을 검토하고 법과 원칙에 따라 대응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 전 기자는 “사건을 누가 기획하고 만들었는지 밝혀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전 기자의 변호인인 주진우 변호사는 선고 공판 직후 입장문을 내고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의 지휘 아래 무리한 수사가 진행됐고 그 과정에서 젊은 기자가 억울한 옥살이를 했다”며 “위법한 압수수색, 검찰과 연결고리를 억지로 만들어내기 위한 폭력 수사, 법리와 증거를 도외시한 구속 수사 등 많은 문제점이 있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이어 “재판 과정에서 억울함이 밝혀진 만큼 어떠한 정치적 배경으로 사건이 만들어졌는지, 진행 과정에서 정치적 외압이 없었는지, 제보자·MBC·정치인 사이 ‘정언유착’이 없었는지 동일한 강도로 철저히 수사해달라”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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