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종 스포츠를 대상으로 한 영화들을 많이 찾아 볼 수 있다. 그 중에서 운동선수들을 다루는 영화는 전혀 기대받지 못하던 선수가 노력을 통하여 주목받게 되는 인간승리의 표본과 같은 사실을 다루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러나 이들 영화와는 달리, <더 팬(The Fan, 1996)>은 ‘초특급’ 야구선수 바비 레이번(웨슬리 스나입스)을 열광적으로 좋아하는 길 레너드(로버트 드 니로)의 파행적인 ‘집착’, 즉 운동선수와 팬과의 관계를 그리고 있다.
그래서 인지, 최근에는 팬덤(fandom)이라는 합성어까지 탄생하였다. 즉, 라틴어 fanaticus는 신전(神殿)에서 헌신적으로 봉사하는 사람을 일컫는 말이다. 여기서 fanatic(광신도)이라는 말이 파생했고, fanatic의 fan에 영역․나라를 뜻하는 접미사 dom이 붙어 탄생하였다. 특정 인물이나 분야, 취미에 열성적으로 몰입한 사람을 의미하는 용어로 사용된다. 예를 들어, 조용필의 팬들의 ‘위대한 탄생’, 방탄소년단(BTS)의 ‘아미’라는 전 세계적인 팬클럽까지 생겼다. 그러나 팬텀은 그늘도 가지고 있는데, 비틀스 멤버 존 레논은 뉴욕에서 열혈 팬이었던 마크 채프먼이 쏜 총탄에 목숨을 잃기도 하였다.(이도운, “<오후여담> 정치 팬덤”, 문화일보, 2020. 2.20.). 이 용어는 연애인, 스포츠 스타 등의 스타를 마치 우상 숭배하듯이 몰입하는 현대의 시대상황을 극렬하게 표현해준다. 영화에서는 광적인 팬이 운동선수를 위해 살인까지 하며, 그의 어린 아들을 납치하고, 그에게 자신을 위해 홈런을 친 뒤 구장의 대형 전광판에 ‘이 홈런을 길에게 바친다’는 문구를 올리라고 강요한다. 결국, 팬은 죽음을 맞게 된다.
영화에 의하면 스타와 광적인 팬의 우호적 관계는 도저히 이뤄질 수 없다. 그러나 팬이 없는 스타가 존재할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로 기업의 존속․발전은 고객의 존재에 의해 좌우된다. 최근의 고객욕구 다양화와 경쟁의 치열화, 품질 평준화에 따라 기업의 발전은 ‘고객만족’ 여부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여기에서 ‘고객’이라고 표현한 것은 ‘고객(customer)’은 ‘단골손님’을 뜻하기 때문이다. 고객만족이라 할 때, 다수의 소비자를 대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핵심 소비자’를 전제로 하고 있다. 그리고 만족이란 구매한 상품에 대한 고객의 욕구를 충족시키는 정도를 뜻한다. 따라서 고객만족이란, ‘고객의 제품에 대한 사전 기대와 구매 후 제품의 지각된 실제 성능을 비교함으로써, 나타난 심리적 상태’를 의미한다. 나아가 ‘고객만족경영’은 ‘고객만족=기업성공’이라는 평범한 진리에 뿌리를 둔 경영방식을 뜻한다.
이러한 고객만족도를 반영한 것이 국가고객만족도(NCSI; National Customer Satisfaction Index)이다. 이 조사는 한국생산성본부와 미국 미시간대학 등이 공동 주관한 것으로, 국내 소비자가 접하는 주요 제품과 서비스의 만족도를 100점 만점으로 나타낸 지표이다. 2020년 NCSI는 75개 업종, 316개 기업․대학․공공기관을 평가하였으며, 조사결과 NCSI 평균은 77점으로, 1988년 조사가 시작된 이래 최고치를 기록했다. 코로나19라는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국내 기업들의 고객 중심경영에 노력한 결과이다. 그리고 상위 10개 기업(괄호 내는 점수)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삼성물산(85), 세브란스병원(83), 서울성모병원(82), 고대안암병원(81), 삼성서울병원(81), 아주대학교병원(81), 대구도시철도공사(81), 서울아산병원(80), 경희의료원(80), 현대자동차(79)이었다. 코로나19 상황을 반영하듯 병원들이 7개나 차지하고 있다.
팬이 없는 스타가 존재할 수가 없는 것처럼, 고객이 없는 기업은 상상할 수조차 없다. 양자의 관계는 영화에서와 같이 일방적인 것이 아니라 상호보완적 관계이다. ‘항상 고객을 먼저 생각하는 믿을 수 있는 기업’만이 극한 경쟁 속에서도 살아남을 수 있다. 진부한 말 같지만, ‘고객은 왕이다’라는 말은 언제나 유효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