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한성주 기자 =미국식품의약국(FDA)이 한미약품의 ‘롤론티스’(성분명 에플라페그라스탐) 허가를 보류했다. 허가부터 급여진입 절차까지 이례적으로 신속히 진행된 국내 상황과 대조적 결과다.
롤론티스는 한미약품이 자체 개발·생산한 호중구감소증 치료 신약이다. 한미약품의 독자 플랫폼 기술인 ‘랩스커버리’가 적용됐으며, 평택 바이오플랜트에서 생산된다. 지난 2012년 한미약품은 미국의 바이오기업 스펙트럼에 롤론티스를 기술수출했다. 이에 따라 한국, 중국, 일본에 대한 판권은 한미약품이 소유하며, 나머지 전 세계 국가에 대한 판권은 스펙트럼이 소유하고 있다.
스펙트럼은 지난 2017년부터 미국시장에 롤론티스를 출시하기 위해 FDA 허가를 시도했다. 당초 지난해 10월 중으로 허가 심사 결과가 나올 예정이었지만,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19(이하 코로나19) 확산으로 일정이 지연됐다. 롤론티스를 생산하는 우리나라의 한미약품 평택 바이오플랜트에 대한 실사가 미뤄지면서다. FDA는 올해 5월이 되서야 평택 바이오플랜트 실사를 진행할 수 있었다. 이에 허가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졌지만, FDA는 ‘보류’ 판단을 내놨다.
문제는 실사 단계에서 불거졌다. FDA는 스펙트럼에 ‘롤론티스 생산 관련 실사에서 보완사항이 있어 재실사가 필요하다’고 통보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평택 바이오플랜트 실사 관련 보완요구서한(CRL)에는 미국에서 완제의약품(DP) 생산을 담당하는 위탁생산(CMO)업체 아지노모토와 한국에서 원료의약품(DS)을 생산하는 한미약품에서 보완해야 할 사항이 발견됐다는 내용이 담겼다. 스펙트럼은 이와 관련한 추가적인 설명을 듣기 위해 가능한 빠른 시일 내에 FDA와 미팅을 갖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FDA의 보류 결정은 국내 허가 과정과 대조적이다. 국내에서 롤론티스는 약 4개월 동안 품목허가부터 급여권 진입 절차까지 '초고속'으로 진행 중이다. 지난 3월 식품의약품안전처는 롤론티스를 국산 신약 33호로 품목허가했다. 이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이달 9일 제6차 약제급여평가위원회에서 롤론티스의 요양급여 적정성을 심의한 결과 급여의 적정성이 있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향후 건강보험공단과 한미약품의 약가협상과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를 마치면 롤론티스는 보험급여목록에 등재된다.
급여 등재가 목전인 시점에서 FDA의 재실사 요청은 예상치 못한 난제다. 한·중·일 이외의 해외시장은 스펙트럼의 관할인 만큼, 한미약품이 접근할 수 있는 정보는 제한적이라고 설명했다. 한미약품 관계자는 “이번 CRL은 아쉽지만 현재 세부 보완사항을 분석하고 있다”면서 “이번 CRL은 지난 5월 진행된 한미 제조시설 실사 결과로만 국한되는 것은 아니며,현지 포장.충진(DP) CMO의 지적사항 등이 포함되어 있다”고 말했다. 이어 “한미의 보완사항 등은 빠르고, 해결 가능한 수준으로 판단하고 있다”면서 “국내 허가를 위해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평택 바이오플랜트를 실사했을 당시에는 문제가 됐던 사항이 없었다”고 설명했다. FDA의 허가 보류가 국내 급여 등재에 영향을 미칠 여지가 있는지 묻는 질문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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