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국회의원이 해명을 피하는 아주 쉬운 방법… ‘차단’

[기자수첩] 국회의원이 해명을 피하는 아주 쉬운 방법… ‘차단’

기사승인 2021-09-01 05:00:14
국회의사당 전경.   사진=조진수 기자

[쿠키뉴스] 김은빈 기자 =“지금은 전화를 받을 수 없습니다. 잠시 후 다시 걸어주십시오.”

A의원에게 수차례 연락을 시도했다. 보좌직원의 불법 정치자금 관련 의혹에 대한 해명을 듣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전화를 걸어도 매번 같은 음성 메시지가 들렸다. ‘바쁘겠지’라는 안쓰러움은 ‘차단당했다’는 의심으로 바뀌었다. 선배와 함께 실험에 돌입했다. 선배가 번호를 차단한 뒤 전화 너머로 들리는 음성 메시지는 A의원에게 전화했을 때와 똑같았다. 의심은 확신이 됐다. 

A의원과 통화가 불가능해졌으니 의원실을 통해 해명을 요청할 수밖에 없었다. 의원실 대표번호로 질문을 남겼다.

이후 답변은 돌아오지 않았다. 다시 수화기를 들었다. 그러나 전화를 받을 수 없다는 메시지가 다시 흘러나왔다. 의원실에서도 차단한 것이다.

오기가 생겼다. 이번엔 국회 소통관 취재기자실에 비치된 내선전화로 전화를 걸었다. 이전과는 다르게 연결이 됐다. “휴대전화로 연락하니 연결이 안 된다. 내선번호로 하니 연결이 됐다. 의원실 전화로도 차단한 건가”하고 물었다. 그러자 황당한 답변이 돌아왔다.

“제가 한 게 아니라 모르겠습니다.”

언론의 존재 이유는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한 진실 규명에 있다. 선출직인 국회의원은 자신이나 주변인들의 의혹에 관해 해명할 의무가 있다. 의원이나 의원실에 굳이 전화를 하는 이유는 이들의 ‘반론권’을 위해서다. 혹시나 억울함이 있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A의원은 ‘반론권’ 대신 ‘차단’이라는 방법을 선택했다. 국회의원 개인은 물론 의원실조차 소통을 거부한 셈이다. 한 명이 아니다. A의원은 취재를 함께했던 회사 내 다른 기자의 연락처도 차단 리스트에 올렸다. 

이러한 가운데 더불어민주당은 최근까지도 ‘가짜뉴스 피해 보호’만을 외치며 ‘언론중재법 개정안 8월 강행처리’를 추진했다. 민주당이 추진했던 법안에 따르면 선출직인 국회의원은 소송을 제기할 수 없다. 그러나 해당 의혹의 출발점이었던 ‘전직 보좌관’은 소송의 주체가 될 수 있다. 

A의원에게 다시 묻고 싶다. ‘외사촌 동생’인 전직 보좌관을 둘러싼 여러 가지 의혹을 제기하는 언론을 ‘악의적’이라고 생각하는지 말이다.

eunbeen1123@kukinews.com
김은빈 기자
eunbeen1123@kukinews.com
김은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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