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한성주 기자 =신라젠이 문은상 전 대표와 기존 사명을 뒤로하고 경영 정상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연중 주식거래가 재개되면, 새 이름을 달고 기업 가치 회복을 가속화할 전망이다.
신라젠이 회사 홈페이지를 통해 신규 사명 공모를 시작했다. 1일 신라젠은 “항암 신약개발 회사로서의 첫 걸음을 새로운 사명과 함께 시작하고자 한다”며 “주주 여러분의 의견을 반영하고자 신규 사명을 공모한다”고 밝혔다.
현재 신라젠은 새로운 경영진이 이끌고 있다. 앞서 5월31일 신라젠은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엠투엔과 총 600억원 규모의 제3자배정 유상증자 본계약을 체결했다. 계약에 따라 신라젠은 엠투엔에 보통주식 1875만주를 주당 3200원에 발행하로 했으며, 납입일은 7월15일로 정한 바 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스템에 따르면 신라젠은 7월15일 1875만주에 대한 제3자배정 유상증자가 납입 완료됐다고 공시했다. 또 최대주주는 문은상 외 2인에서 주식회사 엠투엔으로 변경됐다.
지난달 13일에는 신라젠 임시 주주총회에서 김상원 엠투엔 대표가 신라젠의 신임 대표이사로 선임됐다. 코스닥 상장사인 엠투엔은 철강 제품 제조 업체로, 최근 바이오사업에 뛰어들었다.
초대 경영진 관련 의혹은 법원의 판결이 나오면서 마무리되는 분위기다. 문은상 전 신라젠 대표는 1년이 넘게 법정공방을 벌이다가 지난달 30일 1심에서 징역형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서울남부지법 형사14부는 문 전 대표에 대해 징역 5년에 벌금 350억원을 선고했다. 이틀 뒤인 이달 1일 문 전 대표는 곧바로 항소했다.
앞서 문 전 대표는 페이퍼컴퍼니를 통해 신라젠의 주식을 부당하게 취득한 혐의로 지난해 5월 구속됐다. 그는 구속 1개월만에 대표직에서 전격 사퇴하고 신라젠을 떠났다.
업계는 경영진에 이어 사명 교체 작업이 시작되면서 신라젠의 쇄신 행보가 본격화 됐다고 본다. 이에 기업가치가 회복에 대한 기대도 적지 않다. 과거 신라젠은 펙사벡을 대표 파이프라인으로 내세워 한때 코스닥 시가총액 2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2017년 11월 말에는 펙사벡의 글로벌 임상 3상에서 긍정적 결과가 나올 것이라는 기대가 고조됐던 시가총액이 8조7000억원까지 증가했다.
하지만 2019년 8월 펙사벡의 말기 간암 환자 대상 임상시험 중단 사실이 알려지며 주가가 급락했다. 지난해 5월 문 전 대표를 비롯한 경영진들이 구속되고, 신라젠은 코스닥에서 거래가 정지됐다.
연중 거래 재개 가능성도 높아졌다. 지난해 11월 한국거래소가 부여한 1년의 개선 기간이 끝나는 시점이 2개월 앞으로 다가왔다. 당시 거래소는 신라젠에 경영진을 전면 교체하고 충분한 자본금을 확보하라는 거래재개 조건을 제시했다.
신라젠은 지난 1년간 유상증자와 엠투엔 인수·합병을 진행하며 거래소가 제시한 조건을 만족시켰다. 오는 11월 30일 개선기간 만료 후 신라젠은 7일 이내 개선계획 이행내역서 등 서류를 제출해야 하며, 거래소는 이들 서류를 제출일로부터 15일 내 검토해 거래 재개 또는 상장폐지 여부를 심의의결해야 한다. 늦어도 12월30일에는 신라젠의 거래 재개 여부가 결정되는 셈이다.
경영과 별개로 신라젠은 연구개발 소식을 지속적으로 발표했다. 지난해 10월 펙사벡은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IIB-IV 단계 흑색종에 대한 희귀의약품 지정을 승인 받았다. 올해 3월에는 항암제 효능을 유지시키는 약물전달 기술 ‘GEEV 플랫폼’에 대한 특허출원을 마쳤다. 최근에는 펙사벡 개발을 가속화하기 위한 과학자문위원회를 구성, 해외 유명 연구자 3명을 위원으로 영입했다.
신라젠 관계자는 “문 전 대표를 비롯해 신라젠 상장 전 발생했던 사건에 연루된 경영진들은 모두 현재 회사에 남아있지 않다“며 “경영에 복귀할 가능성도 전혀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사명은 거래 정지 상태에서도 정관 변경을 의결해 새롭게 바꿀 수 있다”고 부연했다.
신라젠은 2006년 설립된 면역항암제 신약 개발 기업이다. 2014년 면역항암제 후보물질 ‘펙사벡’ 개발사 제네렉스를 인수해 2016년 기술 특례 제도를 통해 코스닥시장에 상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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