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한성주 기자 =전문간호사 자격인정 등에 관한 규칙(이하 전문간호사법) 개정안 입법예고가 각계 의견 격차를 부각한 채 끝났다. 전문간호사의 업무 특성을 인정하면서 의료계 반발을 조율하려면, 개정안 공포까지 오랜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달 3일부터 이달 13일까지 보건복지부(이하 복지부)는 전문간호사가 수행하는 업무 범위를 명확히 규정해 제도를 활성화할 목표로 마련한 입법예고안을 공개하고 의견수렴에 착수했다. 이 기간 의료계 직능단체들은 권한과 역할을 둘러싸고 첨예하게 대립했다.
입법예고안은 전문간호사의 업무범위를 ‘의사의 지도에 따른 처방하에 시행하는 처치, 주사 등 그에 준하는 진료에 필요한 업무’로 명시했다. 환자 진료에 필요하다면 전문간호사가 의사를 비롯한 다른 의료계 직군이 담당하는 업무를 수행하게 될 여지가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의사들은 입법예고안이 의료법에 배치된다며 날을 세웠다.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는 입법예고 종료 당일 “개정안은 전문간호사의 면허범위를 임의로 확대함으로써 불법의료행위를 조장하고, 진단과 같은 의사의 역할을 간호사에게 허용하는 의료법 위반이다”라며 “간호사 단독 의료행위의 근거를 마련함으로써 의사 진료권을 침해하고, 불법 진료보조 인력 합법화를 위한 근거를 제공한다”며 성명문을 통해 밝혔다. 의협은 입법예고안을 결코 수용할 수 없으며, 정부가 이를 전면 재검토 해야 한다는 입장을 재차 강조했다.
응급구조사들은 보건의료직군 간 업무영역 침범이 발생할 것이라며 반발했다. 특히 응급전문간호사와 응급구조사의 업무가 중첩될 것이라는 우려가 컸다. 대한응급구조사협회는 전문간호사 제도 개정안은 모든 전문간호사 업무 영역에 ‘진료에 필요한 업무’가 포함됐다는 점을 지적하며 “상위법(의료법)의 범위를 벗어나는, 지나치게 포괄적인 내용”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다른 보건의료직종의 고유 업무영역을 침해하고, 존재도 위협하는 의료포식행위가 되어 보건의료생태계의 심각한 교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복지부는 각계 의견을 최대한 신중히 청취한다는 입장이다. 복지부 간호정책과 관계자는 “각계에서 매우 다양한 의견을 보내주셨기 때문에 모든 입장들을 적극적으로 살펴보고 있다”며 “의료법 체계의 큰 틀 속에서 조화를 이룰 수 있도록 검토하겠다”고 설명했다. 그는 “법제처를 거쳐야 하는 만큼, 개정안이 언제 공포될지 내다보기는 이른 시점”이라고 덧붙였다.
전문간호사, 누구?
전문간호사는 상당한 시간과 비용을 투입해야 양성할 수 있는 인력이다. 최근 10년 내 특정 분야에서 3년의 실무 경력을 쌓고, 대학원 교육과정도 이수해야 전문간호사 자격을 취득할 수 있다. 현재 아동, 마취, 노인, 응급 등을 비롯한 13개 영역에서 전문간호사 자격이 인정되고 있다.
귀한 전문 인력이지만, 그동안 전문간호사는 유야무야했다. 일반 간호사와 전문간호사의 업무가 정확히 구분되지 않는다는 점이 문제였다. 전문간호사의 업무 범위와 권한이 불분명해, 인력을 적재적소에 효율적으로 배치하기도 어려웠다. 전문간호사제도가 활성화하지 못하는 동안 의료 현장에서는 법적 근거가 없는 이른바 ‘PA(진료보조인력·Physician Assistant) 간호사’가 전문간호사와 유사한 업무를 수행해 왔다.
한국전문간호사협회는 전문간호사 업무범위 법제화가 시대적 요구라고 반색하고 있다. 협회는 “의사가 부족한 현장에서 전문간호사들이 의료공백을 메꾸고자 최선을 다해 왔음에도 법에 (전문간호사의) 업무범위가 명시되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불법의 오명을 쓰고 음지에서 일했다”며 “(의사들이) 기득권을 지키기 위해 전문간호사를 불법의료행위자로 몰아세우고 있다”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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