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근 채소 매대에 카드를 댄 최모씨는 “연휴에 가족과 소고기국을 끓여 먹으려고 재료 가격을 봤는데, 고기도 그렇고 상추와 마늘 오이 등 대체로 지난해보다 높아서 걱정”이라고 했다. 이날 롯데마트는 적상추 1봉지와 오이 3개 묶음을 각 4490원에 팔았다. 할인 세일 등을 감안해도 지난해 평균 가격보다 최대 20% 가량 오른 것이다.
추석 명절 3일전 찾아간 대형마트와 전통시장 곳곳에선 주부들의 한숨이 이어졌다. 고물가에 ‘최악의 불경기’라는 말이 심심치 않게 나왔다. 장을 보러 나온 소비자들은 “지난해 추석보다 적게 샀는데 돈은 더 나왔다”라고 푸념했고, 상인들은 “코로나19에 차례상을 차리는 사람들도 갈수록 줄어들어 추석 대목도 이젠 옛말”이라고 했다.
실제로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소진공)이 전통시장 37곳과 대형마트 37곳을 조사한 결과 오는 추석 차례상차림 비용은 각각 26만7762원과 35만3685원으로 나타났다. 이난 지난해에 비해 전통시장은 1만6320원(6.5%), 대형마트 3만7626원(11.9%) 상승한 것이다.
특히 육류와 과일류의 가격 상승세가 두드러졌다. 소고기(산적용) 마련 비용은 전통시장(5만12원), 대형마트(6만4628원) 등으로 조사됐는데, 이는 지난해 보다 각각 9.7%, 12.6% 오른 가격이다.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 물가감시센터의 관련 분석 자료에서도 올해 4인 기준 추석 차례상 비용은 지난해보다 9.3% 올라 30만369원이 필요한 것으로 조사됐다.
최근 정부가 무, 사과, 닭고기, 돼지고기, 쌀 등 16대 성수품에 대한 공급을 확대하면서 가격이 떨어지곤 있지만 여전히 체감물가가 높다는 것이 소비자들의 푸념이다. 소고기, 돼지고기, 계란 등의 가격은 정부 대책에도 불구하고 전년 대비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폭염과 기상 악재에 작황이 부진했고, 조류독감과 돼지열병 등의 영향이다.
전통시장의 상황은 명절 대목을 앞둔 것 치고 한산했다. 서울 회현역의 남대문시장은 ‘국민지원금’ 사용을 알리는 홍보물이 곳곳에 걸려 있었지만, 손님으로 보이는 사람들은 손에 꼽을 정도였다. 나물을 손질 중이던 한 상인은 “물가도 오른데다 코로나19에 친지들도 모이기 힘든 상황이니 차례상을 차리려는 집들이 많이 있겠나”라고 푸념했다.
곶감과 대추, 밤과 배 등 제수 용품의 가격도 많이 올랐다고 상인들은 입을 모았다. 소진공에 따르면, 대표 제수 과일인 배의 가격은 전통시장 1만9103원, 대형마트 2만1324원으로 지난해 추석보다 각각 21.4%, 41.5% 상승했다. 대추와 곶감도 지난해 추석보다 적게는 40.6%, 많게는 59.9% 올랐다.
정부는 막바지 공급 확대로 추석 물가 안정에 총력을 기하겠다는 입장이다. 계란은 매일 300만개의 수입란을 꾸준히 내놓을 계획이다. 육류는 주말에도 도축장을 운영하고 돼지 출하 체중을 완화해 빠른 출하를 유도한다. 채소 가격 역시 아직 잦은 강우로 가격이 상승세지만 생육 회복이 빨라 기상 여건 개선 시 안정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김인중 농식품부 식품산업정책실장은 전날 추석 성수품 수급 동향 점검 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한가위를 맞는 국민 모두 따뜻한 명절을 보낼 수 있도록 농축산물 할인쿠폰(20~30%)과 한우·한돈 할인 행사, 중소 과일 특별 할인 판매 등 체감 물가 안정 노력을 지속 추진하고 마지막까지 대책 이행 상황을 빈틈없이 챙길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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