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어가는 은행점포…금융소외자는 어디가라고

줄어가는 은행점포…금융소외자는 어디가라고

5년 사이 은행점포 700여곳 폐쇄…ATM기기 1만대 사라져
금융노조·시민단체 “‘점포 폐쇄 가이드라인’ 무용지물…머리 맞대고 논의해야”

기사승인 2021-10-26 06:10:01
25일 영등포시장 인근 시중은행 영업점이 앉을 자리도 없을 만큼 붐비고 있다. 사진=김동운 기자

[쿠키뉴스] 김동운 기자 = 코로나19로 인한 디지털·비대면 문화 확산이 금융사에게도 적용됐다. 빠른 속도로 비대면 금융 서비스를 안착시키면서 금융소비자들의 편리함이 늘어났지만, 반대급부로 디지털 문화에 익숙하지 않은 금융소비자들의 ‘금융소외’ 현상이 늘어나고 있다. 특히 은행 영업점들이 빠르게 줄어들고 있어 소외 현상을 가속화시키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된다.

ATM(자동화기기)을 이용하기 위해 줄을 선 금융소비자들. 사진=김동운 기자

노년층 금융소비자의 한숨…“눈도 잘 안보이는데 폰뱅킹을 어찌하라고”

“배우고 싶어도 노안 때문에 글자가 잘 안보입니다. 그래도 은행 일은 봐야하니 이렇게 영업점에 가야하는데, 영업점들이 사라진다면…발품 팔 수 밖에 없겠죠”

매주 월요일 은행 영업점들은 항상 붐빈다. 주말 사이 밀렸던 은행 업무를 처리하기 위해 금융소비자들이 발걸음을 옮기기 때문이다. 영등포시장 인근의 시중은행 영업점들은 오전부터 몰려드는 고객들로 붐비는 모습을 보여줬다. 심지어 ATM(자동화기기)를 이용하기 위해 금융소비자들이 줄을 서는 광경까지 볼 수 있었다.

한 시중은행의 영업점만 그런 것이 아닌 인근의 타행들도 마찬가지였다. 오전이 지난 뒤 점심시간이 되면서 조금 한산한 모습을 보였지만 그럼에도 많은 금융소비자들이 은행을 방문했다. 특이사항으로는 대부분의 방문객들이 장·노년층이란 점이다. 디지털금융 시대라고 하지만 이같은 문화에 익숙하지 않은 금융소비자들은 여전히 은행 영업점에서 업무를 처리하고 있는 것.

은행 업무를 보고 나가는 최모씨(60세)는 폰뱅킹을 배우려고 해도 할 수 없다고 하소연했다. 그는 “영업점에서 깔아준 은행 애플리케이션이 있지만, 노안으로 작은 글씨가 안 보여 이용이 쉽지 않다”며 “영업점에서 은행 업무를 처리하는게 익숙하고 편하다”고 말했다.

이처럼 노년층들은 디지털금융보다 영업점을 이용하고 있지만, 이들이 이용할 수 있는 영업점들은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전국 시중은행 점포 수(영업점·지점·출장소)는 5년 전 7101개에서 올해 상반기 기준 6329개로 줄어들었다. 또한 영업점 대신 이용할 수 있는 ATM기기마저도 같은기간 4만3710대에서 3만2498대로 약 25% 감소했다. 금융권의 디지털 전환에 따른 소외계층 문제가 현실화된 상황인 것.

은행노조협의회와 금융정의연대가 금융감독원 앞에서 은행 점포 폐쇄 가이드라인을 새롭게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사진=김동운 기자

‘점포 폐쇄 가이드라인’ 무용지물…“노·사·시민단체 합의된 기준 필요”

문제는 영업점 폐쇄가 더 가속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은행, 신한은행, 하나은행, 우리은행, NH농협은행 등 5대 시중은행이 올해 통·폐합하거나 예정인 영업점은 249곳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당국은 영업점 폐쇄 가속화를 막기 위해 ‘점포 폐쇄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고 올해 상반기부터 시행에 들어갔지만, 실효성을 거두지 못하고 있다. 

전국금융노조 은행노조협의회는 “금감원이 올해 3월 은행 점포폐쇄 가이드라인을 개정해 점포 폐쇄를 할 때 사전영향평가를 의무화했지만 출장소 전환이나 자동화기기(ATM)운영 등 대체수단을 허용하면서 폐쇄를 부추기는 수단으로 악용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금융당국의 방관 아래 점포 폐쇄가 지금과 같은 속도로 이어진다면 장차 은행산업은 전면적 구조조정이 불가피하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금융소비자가 떠안게 될 수 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시중은행들은 ‘은행공동점포’나 노년고객들을 위한 ‘디지털데스크’ 등을 마련하는 등 대응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하지만 이마저도 실효성이 없고 금융당국 차원의 가이드라인 강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김득의 금융정의연대 대표는 “대면업무가 필요한 소비자에겐 점포폐쇄로 은행 접근성이 갈수록 불편해지고 있다”며 “금융소비자들을 위한 점포를 유지하기 위해 금감원과 노사, 소비자들이 적절한 가이드라인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chobits3095@kukinews.com
김동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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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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