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김동운 기자 = 한국씨티은행이 소비자부문 금융을 매각하지 않고 철수한다는 방향으로 최종 결정했다. 한국에 정착한지 약 17년만이다. 이에 따라 씨티은행 소매금융에 종사하는 임직원들의 일자리가 위태롭게 됐다. 씨티은행 노조는 소매금융 철수에 강력투쟁을 예고했다.
한국씨티은행은 지난 22일 이사회를 열어 소비자금융 사업부문을 단계적으로 폐지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여신·수신·카드·펀드·방카슈랑스 등 모든 소비자금융 상품의 신규 영업은 향후 시행일부터 중단된다. 기존 계약에 대해서는 계약 종료 시까지 서비스를 제공하며 고객이 요청할 경우 다른 금융기관으로 이관 등을 지원할 예정이다.
당초 씨티은행은 4월 경 소매금융 철수를 발표한 이후 구체적인 매각 방향을 논의하기 시작했다. 유명순 행장은 “복수의 금융사가 인수의향서(LOI)를 제출했으며 임직원들이 원하는 방향의 매각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힌 뒤 출구전략 방향을 7월 이사회에서 확정짓겠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씨티은행은 매달 철수부문 논의에 시간이 걸린다며 세차례에 걸친 발표 연기를 진행했다. 씨티은행은 고용 승계를 전제로 소비자금융 사업부문의 전체 매각을 추진해왔지만, 결국 적절한 매각 상대를 찾지 못한 것으로 파악된다.
씨티은행 관계자는 “매각을 최우선 순위에 두고 다양한 방안과 모든 제안을 충분히 검토했지만, 여러 현실적 제약을 고려해 소비자금융 사업부문에 대한 단계적 폐지 절차를 밟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씨티은행은 노동조합과 협의를 거쳐 직원들의 희망퇴직을 진행하고, 잔류를 희망하는 소비자금융 소속 직원들에게는 은행 내 재배치 등을 통한 고용안정도 최대한 보장한다는 방침이다.
이같은 씨티은행의 결정에 노조는 크게 반발했다. 사측의 단계적 폐지(청산) 계획에 노조가 총파업도 불사하겠다는 입장까지 밝힌 상황이다. 진창근 한국씨티은행 노조위원장은 26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어제부터 청와대와 금융위원회 앞 1인 시위에 돌입했다”며 “사회적 거리두기가 완화된다면 노동조합은 총파업을 비롯한 동원 가능한 강도 높은 투쟁에 나서겠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씨티은행 노조는 매각 불발 책임이 씨티그룹에 있다고 주장했다. 진 위원장은 “씨티 그룹은 지난 4월 매각 결정 이전인 지난 2월에 언론을 통해 한국 철수를 발표했다”며 “매각 시도를 하기도 전에 철수부터 공식 발표하고 시작하니 어떤 인수의향자가 가격과 고용 승계 인원을 후려치지 않겠느냐”고 지적했다.
이어 진 위원장은 “씨티 브랜드와 일부 지분을 5년간 유지하면서 나머지 지분을 수십 곳에 나눠 매각하는 희망수량 경쟁입찰로 재매각을 추진해야 한다”며 “그렇지 않다면 2016년 콜롬비아씨티 사례처럼 향후 금융산업 전반의 여건이 개선될 때까지 매각을 유보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금융당국은 씨티은행 소매금융 철수에 대해 금융소비자의 권익을 보호하고 건전한 거래질서를 유지하기 위해 필요한 조치를 적극 시행한다는 계획이다.
금융위는 씨티은행에게 소매금융부문 단계적 폐지 과정에서 소비자 권익 보호 및 거래질서 유지 등을 위한 계획을 마련해 이를 이행하고, 해당 계획을 금감원 제출하라고 밝혔다. 계획에는 ▲기본원칙 ▲상품·서비스별 이용자 보호방안 ▲영업채널 운영 계획 ▲개인정보 유출 및 금융사고 방지 계획 ▲내부조직·인력·내부통제 등 상세한 내용이 포함되도록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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