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축구대표팀을 이끄는 파울루 벤투 감독은 지난 1일 ‘2022 국제축구협회(FIFA)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5차전(11일 아랍에미리트 홈), 6차전(16일 이라크 원정)에 나설 25명 명단을 발표했다.
이번 명단에는 공수의 핵심인 황의조(보르도)와 김영권(감바 오사카)의 이름이 없었다. 두 선수는 벤투 감독 부임 후 공격과 수비의 핵심으로 활약했는데, 이번 11월 A매치 기간에는 부상으로 명단에서 제외됐다.
황의조는 지난달 17일 리그 10라운드에서 4호골을 터트린 뒤 후반 28분 발목을 다쳐 교체됐다. 이후 회복을 통해 복귀를 준비했지만, 햄스트링을 다치면서 또다시 전력에서 이탈했다. 김영권은 제대로 부상 부위가 밝혀지지 않았다.
이들이 한꺼번에 빠지면서 공격과 수비에 모두 어떤 대안을 내놓느냐가 본선 진출 도전에 적잖은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다.
벤투 감독은 황의조를 대신해 수원 삼성의 김건희를 호출했다.김건희는 골을 노리기 보단 팀과 연계하며 득점을 만들어내는 스타일이다. 186㎝로 탄탄한 피지컬과 활동량 등 다방면에서 장점을 드러내는 선수다. 김건희는 올해 K리그1 20경기에서 6골을 넣었다. 다만 탈장 수술과 함께 4개월을 쉰 뒤 9월말에 복귀한 상태다. 마지막 골은 5월29일 FC서울전이다. 약 5개월 가까이 골맛을 보지 못했다.
벤투 감독은 김건희에 대해 “스트라이커 포지션을 볼 때 득점만 생각하지 않는다. 우리 플레이 스타일에 어떻게 적응할지, 팀을 어떻게 도울 수 있을지 전체적으로 본다. 압박 방식, 라인 움직임 등을 본다. 좋은 예시가 황의조다. 최근 득점이 없어도 여전히 중요한 선수”라고 평가했다.
다만 황의조가 빠지면서 최전방의 무게감이 떨어졌다. 김건희는 A대표팀에 처음 발탁됐고, 조규성(김천 상무)은 A매치 2경기 출전이 전부다.
이로 인해 손흥민의 포지션 변경 가능성도 언급되고 있다. 손흥민은 지난달 시리아와의 최종예선 3차전, 이란과 4차전에서 모두 황의조가 후반 교체된 뒤 측면서 최전방으로 이동했다. 해당 경기에서 모두 득점을 기록한 만큼 기대할 수 있는 카드다.
상황에 따라선 황희찬의 전방 기용도 가능하다. 황희찬은 최근 소속팀 울버햄튼에서 투톱 자원으로 활약하고 있다. 활동량이 워낙 뛰어나 전방부터 압박을 하면서 상대 수비에 부담을 줄 수 있다. 최근 소속팀에서 연일 골을 기록하는 만큼, 득점도 기대할 수 있다.
중앙 수비수 김영권의 빈자리는 박지수, 정승현(이상 김천), 권경원(성남) 등이 3파전으로 나눠졌다. 이들은 김민재(페네르바체)의 파트너 자리를 놓고 치열한 경쟁을 펼칠 전망이다.
이 중 가장 유력한 후보는 박지수다. 박지수는 권경원, 정승현과 비교에서 벤투 감독에게 가장 많이 중용된 선수다. 지난 6월 2차예선을 포함해 올해 치러진 A매치에서 4경기나 출전했다. 박지수는 수비력과 빌드업 능력 등 수비수로서 뛰어난 자질을 가지고 있다. 지난 8월에는 ‘2020 도쿄 올림픽’에서 김학범 감독의 부름을 받아 와일드카드로 선발돼 활약했다. 당시 와일드카드 발탁이 유력했던 김민재가 이적 상황 등으로 합류가 불발되자 그 빈자리를 대신했다.
권경원은 2021년 A매치 출전 기록이 없지만 지난해 11월 유럽 원정 당시 김민재와 김영권이 없었을 때 수비의 1옵션으로 활약했다. 특히 권경원은 소속팀 성남에서 안정적인 수비력을 과시하며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연령대 대표팀을 두루 거친 정승현은 김천상무 주장으로 활약하며 리더십에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다만 김영권의 복귀 가능성도 열려 있는 상태다. 현재 보고 받은 상태로는 2~3주 휴식이 필요하지만 최근 김영권은 몸 만들기에 나섰다. 최종 엔트리는 경기 시작 하루 전까지 결정지을 수 있어 마지막까지 호출 여부를 고민할 예정이다.
벤투 감독은 “(김영권의 상태를) 기다리면서 지켜보고, 추가 정보를 받을 예정이다. 최종 결정은 조금 지켜봐야 할 것 같다. 현재는 피지컬 문제로 제외했다”면서 “준비할 시간은 있다. 김영권이 못 오면 대신할 선수도 있다. 권경원, 박지수, 정승현도 뛸 준비가 돼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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