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SK바이오사이언스는 코로나19 백신 후보물질 ‘GBP510’의 임상1/2상 분석 결과에서 긍정적인 면역반응과 안전성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임상3상도 순항 중이라며 1호 국산 코로나19 백신 완성에 대한 기대감도 드러냈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고려대학교 구로병원을 비롯한 14개 기관에서 건강한 성인 328명을 대상으로 GBP510을 투여하는 임상1/2상을 진행했다. 그 결과 면역증강제를 함께 투여한 투약군 99% 이상에서 코로나19 바이러스를 무력화하는 중화항체가 형성된 것을 확인했다.
백신 접종 완료 후 2주 경과 시점의 중화항체 유도 수준은 코로나19 완치자의 혈청 패널과 비교해 전체 임상군 대상 분석의 PBNA(유사바이러스 기반 중화항체)에선 약 6배로 높게 나타났다. 일부 그룹을 대상으로 PRNT(플라크억제시험법) 분석을 진행했을 때도 약 3.6배의 높은 수준으로 나타났다. ELISA(효소결합면역흡착검사)를 통한 결과에서도 결합 항체가가 완치자 혈청 패널 대비 약 13.3배로 높았다.
면역 반응이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65세 이상의 고연령층을 포함했음에도 임상 1/2상 결과에서 높은 중화항체 유도 수준이 확인됐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GBP510가 기존 코로나19 백신과 비교해 유사하거나 우수한 면역원성을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이번 임상 데이터는 세계보건기구(WHO)와 영국 국립바이오의약품표준화연구소(NIBSC)가 확립한 국제 표준물질을 활용한 평가법으로 측정한 수치로 완치자의 혈청은 중화항체 형성률이 가장 낮은 수준부터 가장 높은 수준까지를 모두 포함했다.
안전성 측면에선 GBP510 투약과 관련성이 있는 중대한 이상반응이 한 건도 발생하지 않아 충분한 내약성을 확보한 것으로 확인됐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임상1/2상 결과를 국내외 보건당국에 제출할 예정이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현재 IVI(국제백신연구소)와 함께 유럽, 동남아 등에서 다국가 임상3상 진행을 위한 국가별 승인 과정을 진행 중이다. 이미 임상에 진입한 베트남에 이어 빠르면 이달 내 모든 대상 국가에서 임상을 개시할 예정이다.
국내에서는 앞서 8월 첫 투약과 함께 시작된 임상3상이 고려대 구로병원 등 14개 임상기관에서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 당초 계획보다 5배 이상 많은 약 500여 명의 한국인에 대한 투약이 완료됐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약 4000여명을 대상으로 한 임상3상을 통해 확보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내년 상반기 GBP510에 대한 보건당국의 신속 허가를 받을 계획이다. 아울러 WHO의 사전적격성평가(PQ) 인증과 해외 국가별 긴급사용허가도 획득한다는 목표다.
GBP510는 SK바이오사이언스와 미국 워싱턴대학 약학대 항원디자인연구소(IPD)와 공동으로 개발 중인 합성항원 백신이다. 백신의 면역 반응을 증가시키기 위한 면역증강제는 글로벌 제약사 GSK 기술을 활용했다.
합성항원 백신은 2∼8도의 냉장 온도에서 보관할 수 있어 기존 백신 물류망을 활용해 유통할 수 있다. 장기보관도 용이할 것으로 예상돼, 초저온 냉동 보관이 필요하고 보관 기간이 짧은 mRNA 백신보다 광범위한 접근성을 확보할 수 있다는 특징이 장점으로 꼽힌다.
글로벌기구 전염병대비혁신연합(CEPI)은 유망한 코로나19 백신 후보물질을 지원하고자 가동한 Wave2(차세대 코로나19 백신) 프로젝트의 대상으로 GBP510를 선정했다. 이 백신이 상용화되면 코백스 퍼실리티(COVAX facility)를 통해 수억회 접종 물량이 전 세계에 공급된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코백스 퍼실리티 외에도 각 국가별 허가 과정을 거쳐 자체적으로 생산 및 공급 계획을 수립할 계획이다.
CEPI의 리처드 해치트 CEO는 “SK바이오사이언스의 코로나19 백신 임상 1/2상 결과는 상당한 기대감을 주고 있다”며 “차세대 코로나19 백신 개발을 위한 전 세계의 지속적인 연구개발 투자는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안재용 SK바이오사이언스 사장은 “범정부지원위원회, 복지부, 식약처, 질병청 등 국내 보건당국과 CEPI, 게이츠재단, IVI, GSK 등 글로벌 기구 및 기업들의 긴밀한 협조가 있었기에 임상1/2상을 성공적으로 진행할 수 있었다”며 “임상3상도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는 만큼 빠르게 GBP510 개발을 완료해 팬데믹 극복과 인류의 건강권 확보에 기여할 것”이라고 전했다.
영국 옥스퍼드대학교의 통계 사이트인 아워월드인데이터에 따르면 4일 기준 전 세계 인구의 약 50%만이 코로나19 백신을 1회 이상 접종했다. 저개발국은 접종률이 3.9%에 불과해 전 세계의 백신 수요는 여전히 높은 상황이다.
한성주 기자 castleowner@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