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프로축구연맹은 지난달 29일 2021년 K리그1 개인상 후보선정위원회를 열고 MVP 후보 4명을 선정해 공개했다. 연맹 기술위원과 취재기자, 해설위원 등 전문가들로 후보선정위원회를 꾸렸고, 각 구단이 제출한 부문별 후보 명단을 바탕으로 기록 및 활약상을 고려해 후보 선정 작업을 마쳤다.
발표된 MVP 후보는 대구 FC의 세징야, 울산 현대의 이동준, 제주 유나이티드의 주민규, 전북 현대의 홍정호 등 총 4명이다.
치열한 3파전이 예상된다. 우승팀 가산점이 주어질 수밖에 없는 MVP 경합에서 1, 2위 팀 후보들인 홍정호와 이동준이 유리하지만, 올 시즌 22골로 득점왕을 예약한 주민규의 기세도 만만치 않다.
전북의 홍정호는 K리그 역대 4번째 수비수 MVP를 겨냥한다. 프로축구 MVP 선정 역사에서 수비수는 단 3명에 불과하다. 1991년 정용환(대우), 1992년 홍명보(포철), 1997년 김주성(부산)을 끝으로 수비수 MVP는 자취를 감췄다.
홍정호는 21세기 들어 처음 K리그 수비수 MVP 수상을 노린다. 수비수는 MVP 경쟁에서 골과 도움으로 말하는 공격수보다 주목받기 어렵다. 홍정호는 올 시즌 2골 1도움을 기록했다. 다른 선수들에 비해 공격 스탯이 제일 떨어진다.
비록 표면적인 스탯은 부족할지 몰라도 홍정호는 전북의 선두 경쟁을 이끈 일등공신이다. 전북은 올 시즌 흔들리는 모습이 자주 연출됐지만, 경기당 평균 1골(37경기 37실점) 밖에 내주지 않은 최소 실점 팀이다. 이 중심에는 홍정호가 있었다. 지난 9월 울산전에서 후반 41분 이동준의 헤더를 몸을 날려 막아낸 장면은 단연 인상적이다.
2위 울산의 포워드 이동준은 올 시즌 이적 첫 해부터 팀 내 최다 공격포인트(11골 4도움)를 기록하며 MVP 후보에 올랐다. 부상으로 빠진 경기에서 울산 공격의 위력이 떨어질 정도로 존재감이 컸다.
이동준은 부산에서 뛴 2019시즌에 13골 7도움을 올리는 압도적인 활약을 펼치며 부산의 1부리그 승격을 주도했고, 그해 K리그2 MVP를 수상했다. 올 시즌 MVP에 등극하면 국내 선수로는 역대 최초로 1·2부리그 MVP를 석권하는 선수가 된다. 1부리그와 2부리그에서 모두 MVP를 수상한 선수는 경남FC에서 뛰던 말컹이 유일하다.
제주의 주민규는 2016년 광주 FC의 정조국처럼 득점왕과 MVP 동시 수상을 노린다. 5년 만에 국내 선수 득점왕이 눈앞이다. 또한 팀을 승격 1년 만에 리그 4위로 이끈 주역인 만큼 상징적인 부분에서도 다른 선수들에 비하면 가치가 높다. 팀 성적은 다른 MVP 후보들 중에서 가장 떨어지지만, 수상 가능성은 충분하다.
주민규는 MVP 후보들 중 개인 기록에서 가장 앞서고 있다. 현재 22골을 기록한 주민규는 2위인 수원FC 라스(36경기 18골)와 격차는 4골이다. 주민규와 라스가 동률이 된다고 해도, 출전 수에서 주민규가 적어 득점왕 가능성이 훨씬 크다.
이외에도 올 시즌 경기 MVP에서도 10번으로 2위 세징야(7회)를 압도적으로 능가한다. 라운드 MVP도 7회로, 다른 후보들에 비해 월등히 높다.
세징야는 라운드 MVP 7회를 비롯해 리그에서 9골 7도움을 기록하며 대구의 선전을 견인했다. 세징야의 활약에 힘입어 소속팀 대구는 3년 연속 파이널A 무대를 밟았다. 세징야는 팀 내 공격포인트 선두에 올라있지만, 다른 MVP 후보들에 비해 임팩트가 부족해 수상 가능성이 높지는 않아 보인다.
개인상 최종 수상자는 오는 7일 서울 홍은동 스위스그랜드호텔에서 열리는 '하나원큐 K리그1 2021 대상 시상식'에서 발표된다.
김찬홍 기자 kch0949@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