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한국제약바이오협회가 의약품 허가심사‧품질평가의 전문성을 강화해 글로벌 혁신신약 창출 환경을 조성하기 위한 ‘바이오헬스 산업 육성 신년 대담회’를 개최했다.
이날 행사에 참석한 국내 제약·바이오 업계 전문가들은 민·관 협력과 의약품 당국의 인력 보강이 국산 신약 개발을 돕기 위한 필수 요소라고 입을 모았다.
발제를 맡은 오일환 가톨릭대 의과대학 교수는 ‘4차산업 시대의 바이오 혁신을 위한 규제과학’을 주제로 기업들의 기술 혁신과 전환을 돕기 위한 지원 과제를 제시했다. 오 교수는 “우리나라는 GDP 대비 정부의 R&D 투자 비중이 전 세계적으로 가장 높은 국가”라며 “그럼에도 지난 2009년 15위였던 우리나라의 바이오 산업 경쟁력은 2018년 26위까지 떨어졌다”고 설명했다. 이어 “여러 부처가 함께 참여하는 사업이 많은데, 각 부처 사이의 연계성은 매우 부족하다”고 분석했다.
이어 제약·바이오 분야 소관 부처를 강화해야 한다는 조언도 덧붙였다. 오 교수는 “우리나라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의료제품 심사인력은 228명인데, 미국 FDA는 8051명, 유럽 EMA는 4000명, 일본 PMDA는 566명이다”라며 “규제제도를 견인하고, 새로운 기술에 대응하기 위한 규제 인력의 변화가 매우 더디다”고 우려했다.
두 번째 발제자로 나선 황만순 한국투자파트너스 대표이사는 ‘글로벌 제약바이오 현황과 미래-규제과학은 어떻게 성장동반자가 될 수 있을까’를 주제로 국내 시장이 성장하기 위한 제도 정비의 중요성을 피력했다.
황 대표는 “신약 개발과 의료기기 개발은 모두 초기부터 규제과학이 작동하는데, 선제적·동반자적 규제과학은 기업의 성장속도와 부가가치를 높인다”라며 “제약·바이오 기업들의 빠른 성장과 부가가치 창출을 지원하려면 민관 협력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내다봤다. 그는 “벤처캐피털협회의 국내 업종별 투자현황을 보면, 바이오·의료 분야의 비중이 27.8%로 ICT 분야에 이어 2위”라면서도 “산업계와 협력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한 정부의 예산과 인력 확보가 필수적인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발제에 이어 진행된 대담회는 원희목 한국제약바이오협회 회장을 좌장으로 △김강립 식품의약품안전처장 △강석연 식품의약품안전처 의약품안전국장 △이형훈 보건복지부 보건산업정책국장 △김영만 산업통상자원부 바이오융합산업과장 △장신재 셀트리온 사장 △안재용 SK바이오사이언스 사장 △권세창 한미약품 사장 △엄대식 동아에스티 회장 △윤성태 휴온스글로벌 부회장 등이 참석했다.
원희목 회장은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이라는 위기 상황에서 백신과 치료제를 신속하게 개발해내면서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과 정부의 역량이 상당하다는 사실을 확인했다”면서도 “규제 당국의 전문인력이 부족하고, 계약직 심사 인력이 계속해서 퇴사를 하거나 교체되는 등의 상황이 심각한 문제가 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장신재 셀트리온 사장은 “현재 식약처의 ‘의약품 등의 사전검토’ 민원을 통해 신약 등 의약품 개발 관련 식약처의 의견 및 규정 측면에서의 지원을 받을 수 있으나, 실제 의약품 개발 시 여러 시점에서 다수의 의문이 발생한다”며 “전화 회의와 같이 즉각적인 문의와 답변이 가능한 절차와, 이를 지원할 수 있는 조직이 마련된다면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안재용 SK바이오사이언스 사장은 “전주기 통합 컨트롤 타워가 필요하다”며 “자사가 자체 개발 중인 코로나19 합성항원 백신의 경우, 개발 초기부터 식약처에서 전주기 맞춤형 컨설팅과 신속심사가 이뤄지도록 전담 정기 회의 및 중앙심의기구를 설치해 지원했다”고 말했다. 다만 안 사장은 “백신 개발 과정에서 식약처 등 보건당국의 전문인력 부족이 내부 소통 미흡으로 이어지다 보니, 실무 간담회의 내용이 추후 심사과정에 미반영 되는 등의 업무 비효율이 발생하기도 했다”며 “규제역량 체계화와 선진화를 위해, 당국은 전문 인력을 보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엄대식 동아에스티 회장은 “신약을 개발하는 기업들이 비임상 및 임상시험의 방향을 잡을 수 있도록 도움을 주고, 필요시 법령 개정이나 가이드라인 제정까지 지원하는 정부부처 또는 부서가 생긴다면 큰 힘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많은 정보를 취득한 정부에서 각 기업들이 서로 다른 기술을 연결해 협업할 수 있도록 도움을 준다면, 개발을 더욱 가속화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제안했다. 아울러 엄 회장은 식약처의 인력 부족 문제와 관련해 “전문적인 심사관을 채용하면서 계약직 채용만으로는 해결되지 않는 문제가 있으니, 앞으로는 허가 및 심사를 담당할 정규직 공무원도 증원을 추진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권세창 한미약품 사장은 “신약개발을 위해 기업들은 임상시험계획서(IND)를 준비해야 하는데, 우리 식약처는 모든 보완 서류를 검토한 뒤 업계가 이를 해결해야 임상시험에 돌입할 수 있도록 한다”며 “FDA는 이를 ‘중대한 보완사항’과 ‘경미한 보완사항’으로 나눠, 보완이 필요한 경우에도 일단 신속히 임상시험을 시도할 수 있도록 한다”고 비교했다. 권 사장은 “이런 체계를 국내에 도입한다면 신약 개발 기간을 상당히 단축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윤성태 휴온스글로벌 부회장은 “식약처 심사인력이 해외 규제기관보다 절대적으로 부족해 규제 개정 및 심사를 하는데 애로사항이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며 “업계 입장에서는 우리나라의 의약품이 더욱 경쟁력 있는데, 인허가 과정이 늦어지면서 기업들이 어려움을 겪는 상황이 굉장히 안타깝다”고 말했다. 이어 “민원 처리 기간이 임박하는 시점에서 심사 및 보완이 발생해 실질적인 민원처리 기간이 법적 기간보다 길어지는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강석연 식품의약품안전처 의약품안전국장은 “우리나라 기업들은 글로벌 기업에 뒤지지 않는 의욕과 역량을 갖추고 있다”며 “기업들이 제품을 식약처에 가져왔을 때 신속히 대응을 하지 못해 죄송한 마음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해외 허가기관과 식약처가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며 “식약처 인원과 심사 인력을 지속적으로 강화하기 위해 예산을 확보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형훈 보건복지부 보건산업정책국장은 “그동안 당국은 규제 개선과 허가심사 기간을 단축하는 시도를 하면서도 인력의 충원은 충분히 이뤄지지 않아 업무의 밀도는 더욱 높아진 상황”이라며 “인력이 절대적으로 부족하고, 시급히 보완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투자와 위험 공유를 통해 기업의 신약개발을 지원하고, 1조원 이상의 매출을 내는 글로벌 블록버스터 신약을 만들어 낸다는 목표를 실현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김영만 산업통상자원부 바이오융합산업과장은 “의료기기 및 의약품 분야에서는 범부처 국가개발 신약 사업을 통해 협업 체계를 구축하고 있으며, 예산 중복을 최소화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 중이다”라며 ”대규모 국가 투자와 민간 투자가 점차 증가하고 있어, 앞으로 글로벌 신약이라는 성과를 도출하기 위한 선순환 구조가 마련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김강립 식품의약품안전처장은 “규제 당국이 바뀌면 어떠한 효과가 나타날 수 있는지 업계의 의견을 청취했다”며 “당국의 역량을 강화하고 전문성을 높일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규제의 수준을 낮추거나 틈을 허술하게 하는 것이 아닌, 안전성과 효과성을 국제적 수준으로 끌어올릴 수 있도록 기업과 원활히 소통하고 관계 부처와 협의하겠다”고 강조했다.
한성주 기자 castleowner@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