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읽어주는 여자(The Reader, La Lectrice, 1988)’와 스토리텔링 마케팅 [정동운의 영화 속 경제 이야기]

‘책 읽어주는 여자(The Reader, La Lectrice, 1988)’와 스토리텔링 마케팅 [정동운의 영화 속 경제 이야기]

정동운(전 대전과학기술대학교 교수)

기사승인 2022-01-20 10:50:48
정동운 전 대전과기대 교수
사실 우리네 삶 자체가 이야기의 연속이다. 스티브 데닝은 '스토리텔링으로 성공하라'라는 저서에서 “당신이 이끌고자 하는 사람들과 커뮤니케이션하는 최상의 방법은 ‘스토리를 활용하는 것’이라고 하였다. 현명한 리더는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스토리텔링으로 원하는 바를 이룰 수 있다는 뜻이다. 우리나라에도 효자가 되려면, ‘노모에게는 책비(冊婢, 책 읽어드리는 계집종), 노부에게는 입담꾼(떠돌아다니며 우스개 이야기를 해서 웃기는 사람)’을 마련해주어야 한다고 하였다. 실제로 조선시대 후기에는 ‘전기수(傳奇叟)’가 등장하였는데, 책값도 비싸고 문맹자도 많았기 때문에 ‘소설을 읽어 주고 보수를 받는 직업적인 낭독가’를 말한다.

영화 <책 읽어주는 여자(The Reader, La Lectrice, 1988)>에서 책을 좋아하는 여주인공 꽁스땅스(미우 미우)는 자신의 아름다운 목소리를 활용하여 마치 자신이 읽는 책의 주인공이 된 것 같이, 남에게 책을 읽어준다. 그녀는 다섯 명의 의뢰인에게 책을 읽어주는데, 외로운 노인들과 소외된 사람들에게 좋은 친구가 되어줄 뿐만 아니라, 치유자의 역할을 충분히 해낸다. 그러나 사회적 지위가 높은 사람들의 위선과 단순한 쾌락은 단호히 거부한다. 결국, 마리에게는 책을 읽는 행위 자체가 행복이었으며, 책을 읽을 수 없는 사람들에게도 행복을 나눠주는 데 충분하였다.

스토리텔링(storytelling)이란 ‘이야기(story)’와 ‘말하기(telling)’의 합성어로, ‘객관적인 사실보다는 주관적인 이야기 말하기’를 뜻한다. 즉, ‘상대방이 이야기에 몰입할 수 있도록 재미있게 말하는 행위’이다. 여기에서의 이야기는 ‘언어로 된 서사’(민담, 설화, 전설, 동화 등)뿐만 아니라, ‘비언어적 서사’(영화 텔레비전 드라마, 뮤직비디오, 만화, 게임, 광고 등)도 포함된다. 스토리텔링 마케팅은 소비자에게 상품 그 자체를 설명하는 것이 아니라 상품에 담긴 이야기를 설득력 있게 제공함으로써, 판매촉진 등에 활용하는 마케팅 활동이다. 스토리텔링은 훌륭한 마케팅 도구라는 뜻인데, 그 예를 살펴보자.

(주)광주요가 만드는 ‘계영배(戒盈盃)’라는 술잔이 있다. 이 술잔은 7부 이상이 담기지 않는 신기한 술잔이다. “가득 참을 경계한다”고 해서 “계영배”라는 이름이 붙었다. 최인호의 '상도(商道)'라는 소설을 원작으로 하여 드라마로까지 만들어져 유명해졌다. 소설 속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계영배’는 술잔의 이름으로 모든 고통이 욕심, 즉 술과 여자 쾌락과 명예, 소유와 집착, 애욕과 허무로부터 비롯되며 이것을 초월했을 때 드디어 득도하게 된다는 가르침을 담고 있는 영물이다. 보기에는 그냥 평범한 술잔이지만 재미있게도 이 술잔에 술을 가득 채우면 술이 곧 사라진다. 잔 안쪽에는 ‘계영기원 여이동사(戒盈祈願 與爾同死)’라는 문장이 써 있는데, ‘가득 채우지 말 것이며 너와 함께 죽기를 원한다’는 의미다.”

좋은 이야기는 마케팅의 성공여부를 가늠하는 수단이 된다. “상도(商道)”라는 좋은 이야기(교훈이나 의미를 담고 있으며, 화자 간에 감정이입을 할 수 있고, 매력적이고 차별화된 재미있는 이야기)를 지닌 제품이 이야기가 되어 책과 드라마로 소개까지 됐으니, 훌륭한 마케팅도구가 된 것이다.

미래학자 롤프 옌센(Rolf Jensen)는 “사람은 꿈을 먹고 산다”면서 세상은 ‘드림 소사이어티(Dream Society)’에 접어들었다고 하였다. 드림 소사이어티란 ‘감성과 꿈이 지배하는 사회’로, 신화, 전설 등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시장이 형성되는 새로운 사회를 의미한다. 이와 관련해 부각된 것이 ‘스토리텔링’이며, 이는 꿈과 감성을 이루는 수단이라는 뜻이다.

미국의 경영컨설턴트인 아네트 시몬스는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것은 화려한 언변도 논리적인 설득도 아니다. 그것은 ‘이야기’라는 옷을 입은 ‘진실’이다. 때론 어눌할지라도 당신만이 줄 수 있는 ‘이야기’는 대화의 거리와 말의 벽을 넘어 그 사람의 가슴으로 스며든다”고 하였다. 스토리텔링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말이다.
최문갑 기자
mgc1@kukinews.com
최문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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