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 오후 2시 코로나 피해 자영업 총연대(코자총)는 ‘정부 규탄 광화문 총집회’를 열었다. 한국 외식업중앙회, 대한노래연습장업중앙회, 한국프랜차이즈산업협회 등 14개 소상공인 단체가 참석했다. 방역패스와 영업시간 제한 등 정부의 고강도 방역조치가 이어지자 다시금 집단행동에 나선 것이다.
오호석 코자총 공동대표는 대회사를 통해 “힘들고 고통스러워 자영업자 26명이 대한민국 국민 대접도 받지 못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며 “우리는 손실보상 소급적용에 대해 집단소송으로 맞서고 길거리에 나와 완전한 보상을 받을 때까지 끝까지 투쟁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자영업자는 죄인처럼 천대받고 있고 정치권력은 우리를 이용만 한다”라고 외쳤다.
이날 코자총은 △손실보상 소급적용과 완전한 피해 보상, △서울시 등 지자체 별도 지원 방안 마련, △영업시간 제한 철폐, △매출 10억원 이상 자영업자 손실보상대상 포함, △코로나19 이후 개업한 자영업자도 손실보상 적용 등을 요구했다.
이날 코자총은 대회사 이후 삭발식을 거행했다. 앞서 지난달 25일 국회에서 98명이 진행했던 ‘릴레이 삭발식’ 이후 두 번째다. 삭발식을 진행하는 동안에는 자유발언이 이어졌다. 부산 등 전국 곳곳의 자영업자들이 연단에 올라 울분을 토했다.
해운대에서 주점을 운영 중인 한 자영업자는 “피땀 흘려 모은 돈으로 부모자식 먹여 살리고, 직원, 거래처와 알뜰살뜰 가게 꾸리며 세금도 잘 냈던 20여년 간의 성실한 인생이 단 한순간에 무너졌다”며 “죄를 지었다면 달게 받겠다. 정부의 모든 지침을 다 이행했는데, 손에 쥐어진 건 명도소송장과 각종 압류 독촉장 체납고지서들 뿐”이라고 울먹였다.
이어 “아이 셋 키우는 우리 주방장, 결혼마저 포기한 매니저, 우리는 터전을 잃었고, 죽음의 기로에 서있다”며 “정부 관계자는 보이지 않는가. K방역 성공적이라고 하는데, 자영업자는 대한민국 국민이 아니었다. 방역실패 인정하고 모든 제한을 철폐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인천에서 한우 식당을 운영하고 있다는 한 자영업자 역시 “강아지도 앉으라고 해서 앉으면 이쁘다고 간식을 쥐어주지 않느냐”라며 “지난 2년간 자영업자들도 시간과 인원 제한 등 정부의 방역 정책을 다 따랐느데, 정부는 피해 보상을 할 듯 말 듯 자영업자들을 우롱하고 있다. 더 이상의 방역 협조는 이제 끝내겠다”라고 말했다.
코자총은 오는 21일 영업시간 제한 철폐 등 요구가 수용되지 않으면 ‘24시간 영업’으로 맞서겠다고 밝혔다. 정부를 상대로 집단소송 투쟁도 이어간다. 소송 진행을 맡은 천상현 변호사는 “보상 대상 확대와 소급적용을 요구하는 집단소송을 적어도 이달 안에 제기할 것”이라며 “자영업자들의 권리는 헌법에 명시된 내용으로 이길 수 있다고 확신한다”라고 밝혔다.
집회가 마무리된 후 자영업자들은 경복궁 역을 거쳐 청와대 방향으로 행진했다. “집합 제한 철폐하고, 영업시간 보장하라”, “자영업자 다 죽었다, 정부가 책임져라” 등 구호를 외쳤다.
한편 정부는 현행 ‘6인·9시’인 거리두기 조치를 ‘8인·10시’ 등으로 완화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김부겸 국무총리는 지난 11일 중대본 회의에서 “방역상황에 따라 거리두기를 조정함으로써 경제, 사회적 피해를 최소화하는 일도 중요한 과제”라며 “방역상황을 어느 정도 관리할 수 있다면 언제라도 용기 있는 결단을 내릴 것”이라고 밝혔다.
한전진 기자 ist1076@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