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시즌 프로축구 K리그에서 경기장 잔디 상태가 도마에 올랐다.
FC서울의 미드필더 기성용은 지난달 26일 인천축구전용구장에서 열린 ‘2022 하나원큐 K리그1(1부리그)’ 2라운드 인천 유나이티드와 원정경기에서 화를 표출하며 경기 도중 잔디를 걷어찼다.
이후 본인의 SNS에 “항상 인천원정을 갈 때면 부상 걱정과 경기 걱정을 하게 된다”라며 “여름이든 겨울이든 경기장 잔디 상태가 정말 좋지 않다. 선수들은 항상 부상에 노출돼야 하고 경기력 또한 아쉬워질수 밖에 없다. 비단 서울뿐 아니라 모든 구단 선수들이 아마 똑같은 생각을 하지 않을까”라고 당시 행동에 대한 이유를 설명했다.
K리그는 매년 잔디 문제로 골머리를 앓았다. ‘논두렁 잔디’라고 불릴 정도로 그라운드 잔디 상태는 좋지 않았다. 한국의 기후가 축구에 최적화된 잔디와 맞지 않아 잔디 관리에 어려움을 겪었고, 국내 구장 대부분도 K리그 구단 소유가 아닌 지방자치단체 또는 산하 공단들이 운영하는 터라 구단들이 원하는 대로 잔디를 관리할 수 없는 실정이다. 구장별 잔디 관리 여건도 천차만별이다.
올 시즌은 이른 개막으로 잔디가 제 상태를 갖추지 못했다. 올해 K리그는 ‘2022 국제축구연맹(FIFA) 카타르 월드컵’으로 인해 2월 중순에 개막했다. 이로 인해 이전보다 빠르게 잔디 관리에 들어갔는데 영하의 기온 탓에 땅이 얼고, 잔디도 제대로 자리 잡지 못하면서 그라운드 상태가 좋지 못하다.
김도균 수원 FC 감독은 지난 2일 울산 현대전을 앞두고 “모든 팀들이 마찬가지겠지만, 잔디가 얼었고 심지어 상태도 좋지 않다”라며 “불규칙 바운드가 많이 나오고 있다. 수원 삼성전에서도 실점할 때 유현 선수가 막을 수 있는 볼이었는데 하필 앞에서 튀더라. 경기에 영향력을 미친다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한 축구계 관계자도 “이전 시즌에 비해 현재 잔디 상태가 훨씬 좋지 않다. 선수들이 잔디로 인해 피로감을 많이 호소하고 있다”라며 “기성용의 행동이 충분히 이해가 간다. 구단으로서 최선을 다하고 있지만 만일 관리가 허술하게 진행된다면 시즌 내내 어려움이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연맹과 구단도 최근 문제점을 인지하고 최적의 잔디 상태를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
프로축구연맹은 지난해부터 삼성물산 잔디환경연구소의 파트너십을 맺고 컨설팅을 받고 있다. 삼성물산 잔디환경연구소는 K리그1 12개 팀, K리그2 11개 팀 등 총 23개 팀의 축구장에 대해 잔디와 토양을 진단하고, 최상의 상태를 유지할 수 있도록 생육 환경과 관리 솔루션을 제공할 예정이다.
올 시즌에도 드론과 근적외선, 열화상 등 첨단 카메라를 활용해 측정한 데이터로 경기장 잔디 품질을 진단한 뒤 최상의 상태로 개선해 나갈 예정이다. 연맹은 다각도에서 측정한 데이터로 경기장 잔디 상태를 진단한 후 개선 작업에 나설 예정이다.
구단들은 개보수를 통해 최적화된 잔디 상태를 만드는 데 힘쓰고 있다. 서울, 수원FC, 포항 스틸러스, 서울 이랜드, 경남FC 등은 현재 홈구장 잔디 보수 공사에 한창이다. 시즌 초반에 원정 경기를 몰아서 치르며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선수들에게 최적의 상태에서 경기를 치르기 위해 불편함을 감수하고 있다.
서울은 홈구장인 서울월드컵경기장에 천연 잔디와 인공 잔디가 혼합된 하이브리드 잔디로 교체한다. 국제축구연맹(FIFA) 인증을 받을 정도로 품질이 뛰어나다. 서울, 울산 현대, 대전 하나시티즌 등은 인공채광기를 사용해 잔디 관리에 힘을 주고 있다.
김찬홍 기자 kch0949@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