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강인이 RCD 마요르카에서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다.
이강인은 지난해 8월 스페인 프리메라리가의 발렌시아 C.F를 떠나 마요르카로 이적했다.
2011년 10살의 어린 나이에 발렌시아 유스팀에 입단한 이강인은 2018년 10월 국왕컵을 통해 프로 무대에 데뷔하면서 한국인 최연소 유럽 1부리그 출전 기록을 세웠다. 이듬해에는 발렌시아와 1군 계약을 맺었다. 이후 국제축구연맹(FIFA) 20세 이하(U-20) 월드컵에서 골든볼(대회 MVP)을 수상하면서 창창한 미래가 예고됐다.
하지만 이강인은 발렌시아에서 좀처럼 기회를 잡지 못했다. 프로 무대에 뛰어든 이후 3시즌 동안 고작 62경기에 출전하는 데 불과했고, 평균 출전 시간도 약 42분으로 상당히 적었다. 이마저도 선발보다 벤치에서 교체 출전(38경기)한 경우가 더 많다.
결국 발렌시아는 이강인을 계약 기간 1년을 남기고 자유계약(FA)으로 풀어줬다. 마요르카는 이적료 한 푼도 들이지 않고 이강인을 데려왔다. 이강인은 발렌시아와 10년이 넘는 동행을 마치고 새로운 도전을 하게 됐다.
이강인은 시즌 초반만 하더라도 팀의 주전 선수로 입지를 확고히 다졌다. 올 시즌 개막 후 16경기에 출전해 평균 68분 30초를 소화했다. 마요르카에서 출전 시간이 발렌시아 때 보다 약 1.6배 많았다. 공격 포인트도 2골 3도움을 올려 이적 첫 시즌부터 준수한 활약을 펼쳤다. 특히 레알 마드리드, 아틀레티코 마드리드 등 강팀과 맞대결에서 골을 맛보면서 ‘강팀 킬러’로 자리매김했다.
하지만 이강인의 입지는 지난 2월부터 급속히 줄었다. 지난 1월에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19(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것으로 알려진 그는 복귀한 이후 좀처럼 선발 기회를 잡지 못하고 있다.
최근 6경기에서 평균 출전 시간은 20분 24초에 그친다. 지난달 21일(한국시간) 하프타임에 교체 투입된 45분을 소화한 레알 베티스전을 제외하면 출전 시간은 20분 내외로 제한적이다.
마요르카가 시즌 초반과 달리 전술에 변화를 주면서 이강인의 입지가 줄어들었다.
마요르카는 시즌 초반만 하더라도 4-2-3-1 포메이션을 사용했다. 2선 미드필더가 핵심인 이 포지션에서 이강인은 공격형 미드필더로 출전했다. 이강인은 공격형 미드필더로 출전할 때 전력이 극대화 되는 선수다.
하지만 마요르카는 최근 포메이션을 4-4-2 포메이션으로 변경했다. 194cm의 장신 공격수 베다트 무리치가 합류하면서 팀의 전술은 세밀한 패스 플레이보다 후방에서 롱볼을 올리는 스타일로 바뀌었다. 평소 창의적인 플레이를 선보이는 이강인의 플레이와 결이 다르다.
4-4-2 포메이션에서 이강인이 활약하기 어렵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공격형 미드필더인 이강인이 투톱 전술에서는 측면 미드필더로 뛰어야 하는데, 수비 가담이 많다보니 이강인에게는 맞지 않는 옷이나 다름 없다. 발렌시아 시절 때도 4-4-2 포메이션에서는 출전이 극히 드물었다.
이강인과 쿠보 다케후사의 공존 실패도 출전 시간 하락에 영향을 끼쳤다. 한국과 일본의 최대 유망주로 손꼽히는 이들은 빠른 스피드와 창의적인 플레이로 각광을 받고 있지만, 체격이 상대적으로 왜소하고 수비력이 부족해 동시에 출전이 거의 없다. 최근 쿠보가 주전으로 발돋움하면서 이강인이 자연스레 벤치로 밀려났다.
루이스 가르시아 마요르카 감독은 7일 셀타 비고전이 끝난 뒤 “쿠보와 이강인을 동시에 기용하긴 쉽지 않다. 이강인은 몇 분을 뛰든 더 투지 있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마요르카에서 출전 시간이 줄어든 이강인은 벤투호 선발도 쉽지 않을 전망이다. 이강인은 지난해 3월 한·일 친선전 이후 대표팀에 승선하지 못했다. 폼이 좋았던 지난해 후반기에도 대표팀에 합류하지 못하면서 ‘2022 FIFA 카타르 월드컵 최종예선’에서는 한 경기도 치르지 못했다.
최근 벤투호 중원을 맡고 있는 황인범과 이동경이 부상으로 장기 결장이 유력해 이강인의 깜짝 선발도 기대할 수 있지만, 벤투 감독이 주축 선수들에게만 기회를 주는 성향이 짙은 만큼 이번에도 명단 제외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스페인 매체 라스 프로빈시아스는 “출전 시간이 충분하지 않아 발렌시아를 떠난 이강인이 최근에는 마요르카에서도 신뢰를 잃은 모습이다. 마요르카로 이적한 이강인의 시즌 초반은 희망적이었다. 그러나 그는 최근 입지가 다시 흔들리고 있다”라며 “이로 인해 이강인은 한국 대표팀에서도 파울루 벤투 감독의 신임을 받지 못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김찬홍 기자 kch0949@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