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1이 단일 시즌 최다 연승 타이 기록을 수립했다. LoL e스포츠 역사상 가장 강력했다고 평가받는 2015년 SKT T1이 ‘LoL 챔피언스코리아(이하 LCK)’ 서머에서 기록한 14연승과 동일한 기록이다.
T1은 6일 서울 종로구 LCK 아레나에서 열린 KT 롤스터와의 2022 LCK 스프링 스플릿 2라운드 경기에서 2대 0으로 승리했다. 개막 이후 무패행진을 이어 온 T1은 7년 전 자신들의 대기록과 마주하게 됐다.
T1은 현재 리그 내에서 가장 탄탄한 경기력을 보여주고 있다. 14게임 동안 9번의 무실 세트 승리를 거두며 승점 23점을 기록중이다. 2위 젠지 e스포츠(12)와도 9점이나 차이난다.
지표에서도 T1의 압도적인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15분까지의 골드 격차는 +1134로 2위 젠지 e스포츠(+519)보다 두 배 이상 높다. 첫 포탑 현상금 획득 확률은 84.8%다. 초반 스노우볼을 굴리는 능력이 매우 탁월하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15분 골드 리드시 승률은 92%로, 분위기를 잡으면 웬만하면 지지 않는다.
팀원 간의 신뢰는 더욱 단단해졌다. 지난 3일 젠지전 승리 이후 ‘오너’ 문현준은 쿠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솔직히 경기 도중에 ‘이거 아닌 것 같은데’라고 할 때도 많다. 하지만 어쨌든 콜이 나오면 팀원들을 믿고 한다. 아닌 것 같아도 다 함께 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그는 “연습 경기를 할 때마다 시도하는 걸 두려워하지 않는다. 실패해도 피드백을 적극적으로 하면서 많이 다투기도 한다. 그 덕분에 대회에선 좋은 상황이 만들어지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역사상 최강의 팀이라 불리던 2015년 T1과 어깨를 나란히 한 2022년의 T1이다.
2015년 T1은 ‘마린’ 장경환, ‘벵기’ 배성웅, ‘페이커’ 이상혁, ‘뱅’ 배준식, ‘울프’ 이재완, ‘이지훈’ 이지훈 등의 멤버로 스프링과 서머를 모두 제패했다. 특히 서머 정규리그에는 17승 1패라는 압도적인 성적을 거뒀다. 이어진 2015 ‘LoL 월드챔피언십(롤드컵)’에서는 한 세트를 제외한 모든 경기에서 승리하는 전무후무한 성적으로 소환사 컵을 들어 올렸다.
라인업의 변화는 크지만, 올해의 T1은 2015년과 다른 듯 비슷한 면모를 가지고 있다. 2015년과 마찬가지로 5명 모두가 캐리롤을 맡을 수 있을 정도로 기량이 출중하다. 올해 처음으로 주전을 꿰찬 탑 라이너 ‘제우스’ 최우제는 신인답지 않은 노련함을 뽐내고 있다. 라인전 기량이 출중하고, 버티는 능력이 뛰어나다. 특히 교전 단계에서 활약이 훌륭하다. 정글러 ‘오너’ 문현준은 과감한 판단과 스마트한 설계가 일품이다. 어려운 상황에서도 평정심을 잃지 않는다.
메인 오더를 맡고 있는 서포터 ‘케리아’ 류민석은 데뷔 이후 최고의 활약을 펼치고 있다. T1의 유연한 판단과 변수 창출, 날카로운 교전 유도 역시 그의 지분이 크다. 원거리 딜러 ‘구마유시’ 이민형은 압도적인 라인전 능력과 파괴적인 데미지 딜링으로 T1의 최종 보루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페이커’ 이상혁은 7년 전에도, 지금도 여전히 T1의 중심을 잡고 있다. 리그 최고참인 그는 라인전 능력이 뛰어난 어린 후배들에게 밀리지 않는다. 여기에 9년 동안 갈고 닦은 노련함이 더해져 경기를 읽는 능력은 더욱 발전했다. 중요 순간마다 터지는 슈퍼 플레이도 여전하다.
이상혁은 KT와의 경기 후 진행된 공동 인터뷰에서 “실감이 안 나지만 최다 연승 타이 기록을 세워 기분이 좋다”며 “예상을 하지 못했다. 기세를 탔고 운도 좋았다 보니 이 기록을 세울 수 있었다”고 말했다.
T1은 오는 11일 2022 LCK 스프링 스플릿 2라운드 광동 프릭스와 맞붙는다. 이상혁은 “다음 경기에선 기록을 생각하지 않고 우리가 해야 할 것을 한다면 충분히 승리할 수 있을 듯하다”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강한결 기자 sh04khk@kukinews.com